
이는 기업어음(CP) 약 1,160억 원, 전자단기사채(STB) 약 780억 원,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약 4,019억 원 규모 중 상당액이 하나증권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분산된 셈이다. 이는 유통 증권사 중 판매 규모로는 단연 최대다.
문제는 이들 상품 상당수가 상환 불능 상태에 빠졌거나, 상환 지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ABSTB의 경우 홈플러스가 카드대금채권을 기반으로 발행한 상품으로, 발행사인 홈플러스는 지난 2월 25일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고소당하며 사태의 불씨가 본격화됐다. 신용등급 하락과 상환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수천 명의 투자자들이 예기치 못한 손실 위기에 내몰린 것.
“퇴직금 1억 넣었는데… 암 투병 중 치료도 중단 위기입니다”
6월 4일부터 하나증권 압구정지점 앞에선 피해자들의 연좌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연일 피켓을 들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가장 많은 수수료를 챙긴 하나증권이 이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피해자 김모(59) 씨는 현재 암 투병 중이다.
“퇴직금으로 모은 1억 원을 안전한 곳에 넣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 이 돈을 날릴 수 있다니, 숨이 턱 막힙니다. 항암치료를 계속 받아야 하는데, 약값이 부담돼 치료를 중단할까 고민하고 있어요.”
김 씨는 하나증권 직원으로부터 ‘홈플러스가 발행한 상품이고, 단기라서 안전하다’는 설명을 듣고 투자했다고 한다. “CP가 뭔지, ABSTB가 뭔지 몰랐어요. 그냥 믿고 맡겼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노후 대비로 넣은 2억… 생활비 끊기고 대출도 막혀”
또 다른 피해자 윤모(65) 씨는 노후를 위해 준비해둔 자금 2억 원을 하나증권을 통해 투자했다. “은행 예금만으론 너무 답답해서, 안전하다는 설명을 듣고 결정한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생활비가 막히고, 은행에서도 대출이 안 나옵니다.”
윤 씨는 이 상품이 자산유동화 구조의 비상장 채권이라는 설명은 한마디도 듣지 못했으며, ‘홈플러스가 발행해서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해서 들었다고 한다. “믿고 맡겼던 증권사인데, 팔고 나니 책임은 없다는 태도에 절망스럽습니다.”
“수수료 챙길 땐 침 튀기더니… 지금은 모르쇠”
피해자들은 하나증권이 해당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했을 뿐 아니라, 수수료 수익도 업계에서 가장 많았던 만큼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2억 팔아주고, 수수료 챙기고… 그다음엔 모른 척? 이게 정상인가요?”
이들은 특히, 홈플러스의 부실 가능성을 알면서도 리스크에 대한 고지는 없었다고 강조한다. “그저 ‘대기업 홈플러스’라는 말만 반복하며 안심시켰습니다. 금융소비자는 설명을 듣고 판단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운다… 하나증권, 책임 보여라”
피해자들은 라임·옵티머스 사태 당시 일부 증권사들이 자발적으로 보상에 나섰던 전례를 언급하며, 이번 사태에서도 유사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는 모두 억 단위로 피해를 봤습니다. 이 돈은 가족의 미래였고, 치료비였고, 마지막 노후 자금이었습니다. 하나증권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에대해 하나증권 측은 현재 “사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인 보상 계획이나 대응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피해자들은 금융감독원 민원과 고소, 집단소송 등 법적 대응에 돌입할 예정이며, 거리 시위 또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 로이슈(lawissue) 기자 yskim@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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