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로자는 이 사건 채용공고에 지원해 서류 전형 및 면접 전형에 합격해 채용된 후 2024. 7. 1.∼7. 11. 업무 교육을 받았음에도 2024. 7. 12. 자로 해고됐다.
근로자는 "강제성 있는 업무 교육 및 평가 결과에 따라 채용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해약권 유보부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근로자와 이 사건 사용자 사이에 시용근로관계가 성립했으며, 정당한 사유 없이 본채용이 거부되었고 구두로 해고를 통보받아 해고의 서면통지 의무 위반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사용자(주식회사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콜센터 및 텔레마케팅 서비스업)는 "이 사건 근로자가 채용 면접에는 합격하였으나 채용 과정의 일부인 업무 교육 과정에서 평가 결과가 좋지 않아 채용에서 최종 탈락했다. 이 사건 근로자의 채용이 확정되지 않았고 이 사건 근로자가 실제 근로를 제공한 사실도 없어, 이 사건 근로자와 이 사건 사용자 사이에 채용내정 또는 시용근로관계가 성립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근로자가 주장하는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사용자는 숏폼(Short Form, 짧은 형태의 콘텐츠) 영상 플랫폼(틱톡, 고객사) 회사와 콘텐츠 모니터링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고객사 콘텐츠 모니터링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틱톡은 바이트 댄스(ByteDance)라는 중국 기업이 만든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다.
지난 2024년 7월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이 콜센터 교육생을 시용근로자로 인정하고, 2024년 12월 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데이터라벨러 교육생의 시용근로자성을 인정하고 부당해고로 판단했다.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2025년 4월 25일 초심 지노위의 판정은 정당하므로 이 사건 사용자의 재심신청(2025. 1. 16.)을 기각해 교육생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중노위는 "이 사건 사용자가 2024. 7. 12.이 사건 근로자에게 행한 해고는 부당해고임을 인정한다. 이 사건 사용자는 이 판정서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교육생에 대한 부당해고를 인정한 것은 2000년 노동부 행정해석이 나온 후 25년만이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첫째, 시용근로관계가 성립하였는지 여부, 둘째, (시용근로관계가 성립하였다면) 본채용거부의 정당성(사유, 절차) 여부이다.
◇시용근로관계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법리) 시용근로계약이란 근로자를 기업조직에 최종적으로 편입시키려는 데 신중을 기하기 위하여 입사한 근로자를 정규사원으로 임명하지 않고 일정기간을 설정하여 그 기간 내의 근무상황 등을 고려하여 근로자의 직업적성과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을 판단하려는 목적으로 체결된 근로계약을 가리킨다. 이러한 시용계약은 일종의 '해약권 유보부 근로계약' 즉 본채용을 하기에 적절하지 못할 경우 향후 근로계약을 해지하기로 하면서 체결된 근로계약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전지방법원 2015. 2.5. 선고 2014구합100626 판결(대법원 2015. 12. 24.자 2015두52678 판결, 심리불속행 기각) 참조].
-업무적격성 평가와 해약권 유보라는 시용의 목적에 따라 시용기간 중 제공된 근로 내용이 정규 근로자의 근로 내용과 차이가 있는 경우에도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를 위해 근로가 제공된 이상, 시용 근로계약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제공된 근로 내용이 업무 수행에 필요한 교육·훈련의 성격을 겸하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시용기간 중의 임금 등 근로조건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가 자신의 의사대로 정할 여지가 있으므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를 위해 근로가 제공된 이상, 시용기간 중의 임금 등을 정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시용 근로계약의 성립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되고, 단순히 근로계약 체결 과정 중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9두55859 판결 참조).
중노위는 이 사건 업무 교육은 단순히 채용을 위한 교육 및 테스트 과정이었다기보다는 이 사건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으로 이루어진 근로의 제공 과정으로, 이 사건 근로자와 이 사건 사용자 사이에 유보된 해약권 행사를 전제로 하는 시용근로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본 초심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사용자는 ‘서류 전형→면접 전형→교육 과정’ 3단계의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근로자는 면접 전형 과정에서 담당업무인 ‘고객사 콘텐츠 모니터링’ 업무 적격성 평가와 관련하여 영어 테스트 등을 이미 진행한 것으로 보이고, 교육기간 및 교육 내용에 비추어 보면 업무 교육은 이 사건 사용자의 구체적인 프로젝트인 ‘고객사 콘텐츠 모니터링 업무’ 투입을 위한 직무 교육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더군다나 업무 교육 시간은 09:00~18:00로 이 사건 사용자에 의하여 결근, 조퇴, 지각, 휴게시간 등이 엄격히 통제·관리되며 해당 근태 자료가 교육생 평가 및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 사건 근로자를 포함한 교육생들이 업무 교육이 시작된 2024. 7. 1.부터는 이 사건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휘·감독하에 있었다고 보인다.
이 사건의 경우 채용 공고 과정에서 이 사건 교육생에 대한 지위를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나 수습과정, 정식채용 과정, 채용인원 등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어, 이 사건 근로자가 교육 과정을 거치면 채용되리라는 기대를 했다는 주장이 타당해 보이며, 이 사건 근로자가 교육생으로 참석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 사건 교육 과정이 근로계약기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교육 안내 확인서를 받은 사실이 확인된다.
이 사건 사용자가 재심에서 해당 교육은 직무교육이 아니고, 교육 후 곧바로 직무에 투입되지도 않는다고 진술했지만,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진정사건 조사 당시 대질조서(노 제15호증)를 보면, “입사하면 바로 업무에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원청이 같다고 하더라도 하는 업무가 달라지면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한다.”라고 진술한 사실, 이 사건 회사의 교육 자료(사 제4호증)을 보면, 7. 1.부터 7. 11.까지 교육 후 7. 12.에 실무에 투입됨이 명시되어 있는 점 등을 살펴보면, 이 사건 업무 교육은 단순히 채용을 위한 교육 및 테스트 과정을 뛰어넘어 직무 성격이 매우 강함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교육 과정의 직무 성격과 해당 교육 과정의 관리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사건 교육 과정이 이 사건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으로 이루어진 근로 제공 과정'으로 본 초심의 판단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본채용거부의 정당성(사유, 절차)여부
(관련법리)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하여 사용자에게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에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 한편 근로자의 직업적 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고 평가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에 비추어 볼 때, 사용자가 시용기간 만료 시 본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일반적인 해고보다 넓게 인정될 수 있으나, 그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 위와 같은 근로기준법 규정의 내용과 취지, 시용기간 만료 시 본 근로계약 체결 거부의 정당성 요건 등을 종합하면, 시용근로관계에서 사용자가 본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거부사유를 파악하여 대처할 수 있도록 구체적·실질적인 거부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5두48136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이 사건 근로자와 이 사건 사용자 사이에 시용근로관계가 성립하였던 점, 이 사건 사용자가 2024. 7. 11. 이 사건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근로관계 종료를 구두 통보한 점, 이 사건 사용자가 이 사건 근로자에게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명시하여 통지한 사실이 없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정한 해고의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하다. 따라서 해고사유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가 없다는 초심의 판단은 타당하다.
한편 '교육생'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서류와 면접 전형 합격 후 받는 교육의 성질이 직무교육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및 '채용 절차 단계에서의 교육전형이 임의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의 대리인은 '채용 절차 단계에서의 교육전형이 임의성(교육 수료실적에 따라 채용여부를 결정)을 가진 경우 사용종속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행정해석(근로기준정책과-564, 2019. 1. 28.)'을 제출했고, 근로자를 대리한 노무사는 '당해 교육이 본래의 근로에 준하는 직무교육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교육의 불참으로 이한 제재를 받는 등 강제성을 띤 경우라면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행정해석(근기68207-218, 2000. 1. 27.)'을 제출하며 맞섰다(중노위 판정문 19페이지).
지난 25년 동안 교육생들이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 주된 이유는 교육을 받기 전 작성하는 '교육 안내 확인서'였다. 아웃소싱 업체들이 활용하는 교육 안내 확인서에는 "교육기간은 채용 확정을 위한 심사 과정이므로 근로계약기간에 해당하지 않는다, 본인은 상기 조항에 대한 내용을 채용담당자에게 설명을 듣고 정확히 인지하였으며, 자율적 의지로 판단하여 서약합니다." 등의 내용이 써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노위는 "이는 시용기간 중인 근로자에 대하여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가 자신의 의사대로 정할 여지가 큰 사항으로, 이와 같은 규정만으로 시용근로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라는 서울지노위의 판시 사항에 덧붙여 "교육생으로 참석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 사건 교육 과정이 근로계약기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교육 안내 확인서를 받은 사실이 확인된다"며 사용자의 우월한 지위 하에 작성된 교육 안내 확인서의 효력이 부정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
또한 이 사건 근로자가 받은 사업주 직업능력개발훈련(채용예정자 과정)은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훈련만을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라는 점 역시 이 사건 교육의 성질이 직무교육임을 보여주는 증거이다(고용노동부 사업주 직업능력개발훈련 사업주 유의사항 안내문).
중노위에서 교육생에 대한 부당해고 인정을 이끌어낸 하은성 노무사는 "입사를 위해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절차를 임의성으로 판단한 행정해석이 있음에도 시용근로계약의 정의와 교육의 성격에 집중하여 판단한 점이 중요하다. 한편 임의성을 잘못 해석하여 적용한 2019년 행정해석은 시급히 변경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직장 내 훈련(OJT:On the Job Training)으로 해야할 교육과정을 외주화하는 변형 채용 절차가 만들어진 데에는 교육기간에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는 원청의 책임도 있다. 앞으로 행정해석 변경과 국정감사 등을 통해 구조적 문제를 짚어나가면서 교육생 제도 관련 아웃소싱 업체의 관행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교육생 제도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토론회(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의원실 주최)에 발제자로 참석한 부경대학교 법학과 정영훈 교수도 "이번 중노위 판정은 직업교육을 빌미로 노동자의 노동력을 무상 또는 염가로 활용하는 사용자의 행태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리는 한편, 교육생의 노동법적 지위 판단에 관한 법리 형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판정의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이 사건 업무 교육은 단순히 채용을 위한 교육 및 테스트 과정을 뛰어넘어 직무 성격이 매우 강하다는 점을 핵심적인 근거로, 사용자와 교육생 간에 시용(試用)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계약의 체결을 인정하고 있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고 덧붙였다.
하은성 노무사는 "현재 교육생에 대한 부당해고를 다투고 있는 알려진 사건만 3개이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한 회사에만 50건의 진정이 있었다고 하니, 전국적으로는 더 많을 수밖에 없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필수적으로 교육을 받음에도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만을 받는 교육생 제도의 잘못된 관행이 해결될 때까지 언론과 각계각층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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