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손동욱 기자] 대법원과 변호사단체 간의 국선전담변호사 위촉 문제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전국 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는 지난 16일 결의문을 통해 “국선전담변호사 선임ㆍ관리권한을 사법부에서 독립시켜 제3의 기관으로 이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서초동변호사회관
이번 결의문에는 대한변호사협회 위철환 변협회장과 서울지방변호사회 나승철 회장, 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 안수화 회장, 인천지방변호사회 김기원 회장,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장성근 회장, 강원지방변호사회 박수복 회장, 충북지방변호사회 신숭현 회장, 대전지방변호사회 문성식 회장, 대구지방변호사회 석왕기 회장, 부산지방변호사회 조용한 회장, 울산지방변호사회 서기영 회장, 경남지방변호사회 이태우 회장, 광주지방변호사회 문정현 회장, 전북지방변호사회 유길종 회장, 제주지방변호사회 문성윤 회장 등 14개 지방변호사회 회장단이 참여했다.
이들 회장단은 먼저 “사법부가 국선전담변호사제도를 독점 운영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국선전담변호사를 법원이 독점적ㆍ배타적으로 관리하고 평가하는 것은 국선변호사 제도의 본질에 반할 위험이 크다”며 “위촉과 평가 권한이 법원에 전적으로 부여된 결과 국선전담 변호사의 변론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피고인을 변호하다 보면 기존 판례를 다툰다든지 법원의 불공정한 재판 절차 등에 대해 지적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현재처럼 법원이 일체의 권한을 가진 시스템 아래서 국선전담변호사들에게 법원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는 결국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회장단은 “법원이 최근 1기 로클럭(law clerk) 출신 변호사를 대거 신규 국선전담변호사로 위촉하려는 것도 매우 큰 문제”라며 “특별한 설명도 없이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해 온 기존 국선전담변호사를 해촉하고, 법조 경력 2년에 불과한 재판연구원 출신 변호사를 대거 신규 국선전담변호사로 위촉하려는 법원의 움직임은 법원의 편의주의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고, 국민의 인권을 도외시하는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기존 국선전담변호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국선전담변호사 제도가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재판연구원의 경력관리용으로 전락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나아가 이는 이른바 법원 순혈주의를 극복하고자 하는 법조일원화 방향에도 정면으로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5일 ‘로클럭에 대한 특혜성 국선전담변호사 선발을 우려한다’는 성명을 통해 법원의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현재 국선전담변호사 선발업무는 각 고등법원에 구성돼 있는 ‘국선변호감독위원회’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 선발하고 있고, 로클럭 출신의 국선전담변호사가 향후 판사 임용에 지원한다 하더라도 로클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대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회장단은 “과연 대법원의 해명이 사실일까?”라고 반문하며 “최근 확인된 바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경우 7명의 국선전담변호사를 위촉하면서 그 중 이번에 증원된 4명을 모두 로클럭 출신 변호사로 위촉했다는 전언”이라고 반박했다.
또 “각 지방의 사정은 서울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라며 “대법원은 단순히 해명자료를 통해 사실을 부인만 할 것이 아니라, 의혹 해소를 위해 즉시 신규 국선전담 변호사 선정 결과와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회장단은 그러면서 “사법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도 법원이 배타적ㆍ독점적으로 국선변호사를 관리하지 않는다”며 “국선전담변호사제도가 좀 더 국민에게 봉사하는 제도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위촉과 관리를 사법부에서 독립된 제3의 주체에게 옮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회장단에 따르면 국선전담변호사제도의 원형인 미국의 공익변호사(Public defender)제도는 법원이 개인 변호사나 변호사단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변호사단체에 국선대리인 선정에 관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일본도 1948년 이래 단위변호사회가 국선변호 희망자 명부에서 국선변호인을 인선, 추천하고 재판장이 선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회장단은 “외국의 입법례를 다각도로 연구하고, 사법부와 변호사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즉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변협과 전국 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는 그러면서 “국선전담변호사제도의 발전을 위해 대법원이 2014년 신규 국선전담변호사 위촉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변호인의 독립적 변론을 통해 국민에게 더욱 도움이 되는 국선변호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국선전담변호사 선임ㆍ관리권한을 사법부에서 독립시켜 제3의 기관으로 이관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