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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법, 비상용발전차 시험성적서 조작 한수원 납품 대금 편취 STX엔진 임직원들 집유

전 대표이사 무죄

2022-02-18 13:46:01

(사진=창원지법)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창원지법)
[로이슈 전용모 기자] 창원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장유진 부장판사·이지훈·김상욱)는 2022년 2월 17일 ‘이동형발전차량’이 시운전 도중 멈춰서는 등 결함을 확인하고도 성공한 것처럼 성능 시험성적서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한국수력원자력에 불량제품을 납품하고 대금을 편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에게 (50대)무죄, 피고인 B(60대)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피고인 C(50대)와 피고인 D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피고인 E(40대)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 선고했다(2020고합335).

비상용 발전차는 2011년 3월경 일본 동해에서 일어난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으로 대규모 지진해일(일명 '쓰나미')이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를 덮친사례와 같이 극한의 자연재해 때문에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되고 비상용 전력공급 수단(한국전력으로부터 외부 전력 공급 → 비상 디젤발전기 → 대체교류전원 디젤발전기 순서)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원자로 냉각장치 및 방사선 차폐시설의 작동이 멈추고 그 결과 핵연료 용융 및 폭발, 방사능 유출 등 심각한 원전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다.
한수원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요구에 따라 기존 72시간이던 비상용 발전차의 연속운전 조건을 168시간으로 상향했고, 그에 따라 STX엔진으로부터 이 사건 비상용 발전차 4대를 도입해 고리, 월성, 새울, 한빛 등 4개 원자력본부에 각 1대식 배치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2018. 12. 24.STX엔진과 ‘비상용 발전차’ 4대에 대하여 계약금액 합계134억3956만9880원, 납품기한을 2019. 10. 13.(고리‧월성), 2019. 11. 13.(새울‧한빛)로 정해 물품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 선금 명목으로 68억706만9940원을 지급했다.

피고인 B, C, D, E는 1차 연속운전 시험의 실패로 최초 납품마감일을 지키기 어렵게 되고, 추가 비용이 발생한 상태에서 2차 연속운전 시험 중 엔진이 정지하게 되자, 이 사건 비상용 발전차가 납품 후 실제로 쓰일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이유로 상황을 안일하게 인식하고 한수원에 그 사실을 알리지 않는 한편 적극적으로 허위 시험성적서를 제출해 잔금을 지급 받기로 결정했다.

피고인들은 2019년 12월 24일부터 2020년 12월 30일까지 4회에 걸쳐 4곳의 원자력본부 담당자들의 기망해 한수원으로부터 잔금 합계 66억3249만9940원(1,658,124,985원 × 4대)을 회사명의 계좌로 송금 받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연속운전 시험 중 비상용 발전차가 정지했다는 사실을 한수원이 알았더라면 STX엔진에 잔금 지급을 하지 않았을 것은 명백하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그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허위의 시험성적서를 제출해 잔금을 지급받은 이상 사기죄가 성립한다.

앞서 피고인들 사이에 2차 시험운전 엔진 정지에 따른 실패 사실을 한수원에 알리지 않고 허위 시험성적서를 제출하여 대금을 수령하기로 하는 의사의 결합이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이루어진 사실이 인정되고,사기의 고의도 인정된다. 그러므로 ‘피고인 C가 피고인 B, D가 중심이 된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에 공모관계에 편입되지 않았다’라는 취지의 피고인 C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피고인들은 비상용 발전차의 정지원인을 명확히 알지 못했고, 가스터빈을 제작한 일본 엔진 제조업체인 K도 정지의 원인이 단순히 연료계통 문제라고 설명했다. 피고인들은 엔진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이 사건 비상용 발전차가 한수원에 현실 인도되어 배치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STX엔진이 2020년 3월 11일 한수원에 재시험 승인을 요청하여 협의를 거쳐 3차 연속운전 시험을 시행했고 그 무렵 168시간 연속운전에 성공했다.STX엔진은 지급받은 잔금에 대한 2차 시험운전 완료일 무렵부터 3차 연속운전 시험 완료일 무렵까지의 금융비용을 한수원에 지급해 피해회복이 다소 이루어졌다.

재판부는 STX엔진 대표이사인 피고인 A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입장에서 한수원에 통보를 하지 않을 경우 기망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함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았음에도 실무진의 의견을 승인하는 방식으로 사기 범행을 인식하고 용인했다는 사실(즉, 피고인에게 사기의 고의 및 범행을 공모할 의사가 있었는지)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공소사실의 주요 부분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거나 증거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증명력이 낮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B는 영업부문 부사장으로서 엔진 정지 사실을 한수원에 통보하지 않기를 원하는 실무진의 의견을 만연히 수용하여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 피고인은 상급자이자 결정권자로서 죄책을 부담해야 한다.
다만 피고인은 비상용 발전차가 2회 정지한 사실만 알고 있었고 그 원인도 연료의 왁싱현상(또는 파라핀현상, 날씨가 추워져 연료가 응고되는 현상)으로 보고받았을 뿐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실무진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을 넘어 이 사건 범행을 주도하지는 아니한 점,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점, 건강이 좋지 아니한 점을 참작했다.

피고인 C는 글로벌본부 본부장으로서 엔진 정지 사실을 한수원에 통보하지 않기를 원하는 실무진의 의견을 만연히 수용하여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 다만 실무진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을 넘어 이 사건 범행을 주도하지는 아니한 점,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점을 참작했다.

피고인 D는 이 사건 비상용 발전차 시험운전 실무를 총괄하는 고속발전팀장으로서 엔진 정지 사실을 한수원에 통보하지 않기로 하는 의견을 상급자에게 개진하고, 허위 시험성적서 작성을 주도했으며, 상급자들에게 엔진 정지 횟수를 모두 보고하지도 않았다. 다만 피고인은 실무진으로서 보고 체계에 따라 상급자이자 결정권자인 피고인 B, C의 승인을 얻어 이 사건 범행으로 나아갔고, 사안에 대한 결정권한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

피고인 E는 고속발전팀 소속 차장으로서 성능시험 및 품질보증서류 작성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피고인 D의 지시에 따라 실제로 허위 시험성적서를 작성하여 이를 한수원에 제출했다. 다만 피고인 D로부터 지시를 받아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고 의사결정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는 아니한 점,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점, 건강이 좋지 아니한 점을 종합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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