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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한국수자원공사 사업장 내 집회개최 '정당행위로 위법성 조각' 무죄 원심 확정

2020-09-20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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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사용사업주인 한국수자원공사 사업장 내에서 이 사건 집회를 개최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1심은 업무방해, 퇴거불응 혐의 모두를 유죄로 인정해 피고인 5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1998년경부터 수급업체와 용역위탁계약을 체결해 시설관리업무, 청소미화업무 등을 수행해 왔다. 수급업체에 고용된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수급업체가 변경되더라도 신규 수급업체로 고용이 승계되어 한국수자원공사 사업장에서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면서 계속 근무해 왔다.
피고인들(5명)은 시설관리 용역업체와 청소 용역업체(‘이 사건 수급업체들’)의 근로자로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대전지부 수자원공사지회(이하 노동조합을 지칭할 때는 ‘이 사건 노동조합’, 지회 단위를 지칭할 때는 ‘수자원공사지회’) 소속 조합원이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이 사건 수급업체들을 상대로 임금인상 등에 관한 단체교섭이 결렬되고 노동위원회를 통한 노동쟁의조정 절차도 불성립으로 종결되자 수자원공사지회 소속 조합원들의 찬반투표를 거쳐 2012년 6월 25일 파업에 돌입했다.

수자원공사지회장인 피고인 김OO를 포함한 수자원공사지회 소속 조합원 등 30~40명은 같은 날 오전 9시 50분경부터 12시 30분경까지 한국수자원공사 사업장 내 본관 건물과 수질분석연구센터 건물 사이 인도에 모여 차량에 설치된 확성기를 틀어놓고 이 사건 수급업체들에 대해 임금인상, 성실교섭 촉구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율동과 함께 노동가를 제창했다.

집회는 다음 날인 6월 26일 오전 10시경부터 1시간 동안,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2012년 7월 3일 10시경부터 약 1시간 20분 동안 같은 장소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됐다(이하 ‘이 사건 각 집회’).
피고인들 및 변호인은 "적법한 쟁의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고, 하청업체 근로자로서 쟁의행위가 당해 사업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행위 당시 피고인에게 위법성의 인식이 없었거나 기대가능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2013고정806)인 대전지법 김종근 판사는 2014년 1월 23일 업무방해, 퇴거불응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지회장에게 벌금 300만원, 나머지 4명의 피고인들에게는 각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1심은 "원고용주가 아닌 한국수자원공사의 사업장 내에서 이루어진 위 각 집회를 적법한 쟁의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거나, 피고인에게 위법성의 인식 내지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들이 대체인력의 활용에 대해 항의한다는 명목으로 작업 방해 내지 중단을 시도하면서 쓰레기 투척 등을 한 행위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하고, 그와 같은 폭력 행위에까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다거나 위법성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에 해당하여 책임이 조각된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피고인들은 사실오인내자 법리오해로 항소했다.

원심(2심 2014노390)인 대전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황순교 부장판사, 판사 안지연, 박지숙)는 2015년 1월 15일 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했다.

원심은 한국수자원공사 사업장 내 쟁의행위 관련 피고인 김OO의 업무방해 및 퇴거불응의 점에 대해 "피고인 김OO를 포함하는 이 사건 파견근로자들이 수급업체들을 상대로 쟁의행위를 하면서 사용사업주인 한국수자원공사 사업장 내에서 이 사건 집회를 개최했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쟁의행위는 한국수자원공사의 재산권 또는 시설관리권을 과도하게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그와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행하여진 것으로 인정되므로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고, 나아가 그 과정에서 한국수자원공사 측의 퇴거요구에 응하지 않은 행위도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다.
또 대체근로 저지 관련 피고인들의 업무방해의 점에 대해 "피고인들이 이 사건 대체근로자들의 작업을 방해한 것은 수급업체의 위법한 대체근로자 투입에 대항하기 위해 상당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봤다.

검사는 피고인 모두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김상환)는 2020년 9월 3일 상고를 모두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0.9.3.선고 2015도1927 판결).

대법원은 피고인 김OO를 비롯한 수자원공사지회 조합원들은 이 사건 수급업체들을 상대로 임금인상 등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이 사건 파업에 돌입하고 임금인상, 성실교섭 촉구 등을 요구했다. 이 사건 파업은 수자원공사지회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및 경제적 지위의 향상이라는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 사건 파업 과정에서 단결을 유지하고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호소하며 조합원들의 쟁의행위 참가를 독려하기 위하여 이 사건 각 집회가 이루어졌다고 했다. 이러한 행위는 비교적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총 3일간 평화로운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수자원공사지회 조합원들의 이러한 행위는 폭력이나 시설물의 파괴를 수반한 것이 아니다.

또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수질분석 등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데 실질적으로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 사건 수급업체들 소속 근로자의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근로제공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는 장소인 한국수자원공사의 사업장에서 쟁의행위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따라서 대법원은 "피고인 김OO의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판단을 누락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이어 "일부 성명을 알 수 없는 수자원공사지회 조합원들이 이 사건 대체근로자들에 의해 수거된 쓰레기를 복도에 투기해 한국수자원공사 본관 건물 일부 공간의 미관이 일시적으로 훼손되고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의 통행에 불편을 초래한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쓰레기 투기행위 역시 이 사건 대체근로자들의 근로제공의 결과를 향유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소극적 저항행위였다는 점에서, 이 행위만을 별도로 상당한 범위를 벗어난 실력행사로 보기도 어렵다.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정당행위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판단을 누락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인정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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