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고 H 등은 법원 공무원도 아니고 법원 공무원들로 구성되는 원고 조합(법원본부)의 조합원도 아니며, 원고 조합의 조합원이자 임원인 위원장에 의하여 원고 조합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채용되고 사무총장 및 국장 등의 지시에 따라 원고 조합의 실무를 처리하는 직원에 불과하여 공적인 존재라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H등이 공적인 존재라는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한 1심을 원심도 유지했다.
1심은 조합의 명예훼손을 인정했지만, 원심은 피고들이 이 사건 각 기사를 통해 원고 H 등이 원고 조합의 간부로서 원고 조합이 통합진보당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처럼 허위 사실을 적시하거나, 원고 조합이 통합진보당 당원인 원고 홍수영 등을 채용함으로써 친북 글이 작성·게시되었거나 또는 그러한 글의 작성·게시가 마치 원고 조합의 관리 및 책임 하에 이루어진 것처럼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원고 조합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원고 조합의 주장을 배척했다.
피고들이 이 사건 각 기사를 통하여 원고가 대법원에서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한총련 출범식에서 폭력시위를 주도하여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실명으로 보도했다. 피고들이 이 사건 제2기사를 통해 원고 조합이 통진당 당원을 상근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이 상당한 충격이라거나, 또는 이념적 편향성을 지닌 인물들이 원고 조합에서 활동할 공간을 확보한 것은 법원의 특성상 의외의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등으로 그것이 부당한 것처럼 보도했다.
국회의원 정갑윤은 2013년 10월 13일 원고 법원공무원노동조합(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은 사무실의 사무 운영 등을 위해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을 상주근무자로 채용하고 있는데,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법원노조 사무실현황 및 상주근무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본부 교육부장인 원고 H는 통진당 중앙당 은평구지역위원회 대의원 후보로 출마했고,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 출범식에 적극 참여하여 폭력시위 및 국가보안법으로 사법처리를 받은바 있으며, 본부 상주근무자인 원고 S는 트위터에 통진당 당원이라고 소개하고 있고, 광주지부 사무차장인 원고 J는 통진당 광주시당 광산구을 부위원장 후보로 출마했으며, 한총련 활동으로 수배된바 있는 등 법원 청사 내에 이적단체 출신 통진당 당원이 상주근무하여 대한민국 법원마저 종북세력이 접수했고, 원고 조합의 홈페이지에는 ‘천안함 북풍조작이유’라는 글, 김정은의 “조국통일 미룰 수 없다”는 발언이 담긴 ‘우리민족끼리’의 성명서 등이 그대로 올라와 있다는 내용의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피고 L은 피고 주식회사 문화일보 소속 기자로서, 원고 조합에 그 신분을 밝히고 상근직원 중 통진당 당원이 있는지, 그에 대한 원고 조합의 입장이 무엇인지 질문해, 원고 조합으로부터 상근직원의 정당 가입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고 그에 관한 원고 조합의 입장을 밝힐 이유가 없다는 답변을 들은 다음, 정갑윤의 보도자료를 인용해 원고들에 관하여 기사(“법원노조 간부 2명이 통진당원, 교육부장 등 요직 포진 ‘親北 글’ 써)를 작성했고(이하 ‘이 사건 제1기사’), 피고 문화일보는 기사를 2013년 10월 14일 오전 11시 48분 무렵 문화일보 홈페이지의 정치면에 게시했다.
이후 피고 L은 이 사건 제1기사를 본 원고들이 실명 거론 등을 이유로 항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내용의 기사(“천안함 조작” “이석기 수사 뻥튀기” 글 난무)를 재차 작성(이하 ‘이 사건 제2기사’), 피고 문화일보는 이 기사를 같은 날 오후 2시 무렵 문화일보 홈페이지의 사회면에 게시했다.
피고들은 이후에도 원고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같은 날 오후 2시 30분 무렵 이 사건 제1기사에서는 원고 H 등을 익명처리하고 제목 또한 ‘법원노조 간부 2명이 통진당원 한총련 출신 인사도 포함’으로 변경했으며, 이 사건 제2기사는 이를 삭제했다.
원고들은 피고들을 상대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각 1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H등은 "피고들이 원고 H 등이 통진당 당원이라는 사실을 실명으로 보도함으로써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당활동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피고들은 "원고 H 등이 통진당 당원이라는 것은 진실한 사실이고, 원고 H 등이 적극적인 정당활동을 통하여 대외적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밝혀왔으며, 피고들은 대법원 및 법원행정처가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사람들이 원고 조합에서 활동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국회의원의 발표를 인용 보도한 것으로서 사회적 논란이 되는 이슈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었고, 불과 몇 시간 만에 내부 논의를 거쳐 익명 처리했으며, 원고 조합에 사실 확인 및 입장 요청을 했으나 거부당했으므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다투고 있다.
1심(2014가단5059074)인 서울중앙지법 김예영 판사는 2015년 1월 12일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며 "피고들은 각자 원고 H에게 500만 원, 나머지 원고들에게 각 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1심은 원고 조합의 결사권과 활동권 침해 여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원고 조합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수 있는 구체적 사실의 적시로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피고들은 항소했다.
원심(2심 2015나7939)인 서울중앙지법 제9민사부(재판장 오성우 부장판사, 판사 윤원묵, 하상제)는 2015년 12월 9일 제1심 판결 중 원고 법원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한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원심은 설령 이 사건 각 기사가 원고 조합의 주장처럼 읽힐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① 원고 조합은 관계 법령에 따라 설립된 노동조합으로서 ‘공적인 존재’인 점, ② 당시 이석기 통진당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돼 종북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 사건 각 기사를 통한 위와 같은 사실의 전달 및 비판적 의견 표명은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 점, ③ 피고 L은 이 사건 제1기사의 게시 전에 원고 조합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준 점 등을 보면 이 사건 각 기사의 표현이 원고 조합의 명예를 훼손해 위법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원고 조합이 공적 존재인 이상 공적 관심사인 원고 조합에 대한 표현의 경우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고, 원고 조합에 대한 비판의 수인 범위도 넓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 조합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기각했다.
또 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을 초과하는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3명의 청구를 각 기각했다.
원심은 "피고들은 각자 원고 H에게 400만 원, 나머지 원고 2명에게 각 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하고 피고들의 원고 3명에 대한 각 나머지 항소는 각 기각했다.
원고 법원노조와 피고들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는 2020년 7월 9일 상고를 모두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0.7.9.선고 2016다201647 판결).
대법원은 원고 조합의 상고이유에 대해 "간부인 원고 H 등이 친북 글을 써온 것처럼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원고 조합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단에 명예훼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수긍했다.
이어 피고들이 이 사건 각 기사를 통하여 원고 홍수영 등이 원고 조합의 간부로서 원고 조합이 통합진보당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처럼 허위 사실을 적시하거나, 원고 조합이 통합진보당 당원인 원고 H 등을 채용함으로써 친북 글이 작성·게시되었거나 또는 그러한 글의 작성·게시가 마치 원고 조합의 관리 및 책임 하에 이루어진 것처럼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원고 조합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원고 조합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 명예훼손 및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피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해 원심은 원고 H등이 공적인 존재라는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들이 이 사건 각 기사를 통하여 원고 H 등의 정당가입사실 및 전과사실에 관하여 실명으로 보도한 것이 위법하다고 본 제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판단에 원고들의 지위 및 신문기사 보도의 위법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인정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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