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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부부형 보험은 이혼 때 자격상실 설명 안 해도 돼”

“별도의 설명 없이도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

2011-03-29 16:34:18

[로이슈=신종철 기자] 부부형 보험상품의 경우 가입자가 이혼을 하게 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고, 계약 당시 보험사가 이를 설명할 의무도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995년 결혼한 J(43)씨는 2000년 4월 삼성생명보험(주)과 자신을 주피보험자로, 아내를 종피보험자로 보험계약을 맺으면서 둘 중 한명이라도 암 확정 진단을 받게 되면 자신이 보험금을 받는 보험에 가입했다. 아내가 암 진단을 받으면 2400만 원의 보험금을 받기로 했다.

이후 부부는 2004년 이혼하게 됐는데, 이혼한 아내가 2009년 유방암 확진을 받게 됐다. 이에 J씨는 2400만 원의 보험금을 삼성생명보험에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피보험자는 주피보험자의 호적상 또는 주민등록상의 배우자인 종피보험자로 한다”는 약관조항과 “보험기간 중 종피보험자가 이에 해당하지 않게 된 때에는 종피보험자 자격을 상실한다”는 약관조항을 들어 지급을 거부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최형표 판사는 지난해 6월 J(43)씨가 삼성생명보험(주)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삼성생명보험은 원고에게 24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최 판사는 먼저 “약관에 의하면 종피보험자가 주피보험자와 이혼하는 경우, 그 즉시 종피보험자의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고, 그에 따라 주피보험자와 이혼한 자에게 보험사고가 발생한다 해도 보험자에게 보험금 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부부일 때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판사는 그러나 보험사의 약관조항 설명의무 위반을 들어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판사는 “약관은 이혼하는 경우 종피보험자의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는 규정으로, 피보험자의 자격상실 여부는 고객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인 점, 이혼한 경우 종피보험자의 자격의 상실됨에 따라 보험료 감액을 요구하거나 특약을 해지하는 등 고객의 권리행사에도 영향을 주는 조항인 점, 이혼으로 부부관계가 해소되는 경우 종피보험자의 지위가 저절로 상실된다는 것까지 사회통념상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이 약관조항은 보험자인 피고의 명시ㆍ설명의무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최 판사는 그러면서 “그런데 보험사 직원이 이 사건 상품을 설명하면서 교부한 안내문상에는 부부형 보험계약에 가입할 수 있다는 사정만을 적시했을 뿐, 이혼 시 피보험자의 자격상실 등에 관해서는 일체의 기재나 설명이 없었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보험계약 체결 당시 원고에게 이 약관조항에 대해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따라서 보험사가 원고의 아내가 이혼한 후 유방암 진단을 받았더라도, 이 약관조항을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삼성생명보험이 항소했고,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김수천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J씨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하며 삼성생명보험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험자에게 보험약관의 명시ㆍ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에 정해진 중요한 사항이 계약 내용으로 돼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데 있다”며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해 정해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면 보험자에게 명시ㆍ설명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 보험상품의 명칭을 봐도 법률상 부부라야 가입이 가능한 보험이므로, 보험계약 체결 이후 이혼 등으로 부부관계가 해소되는 경우 사회통념상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고 약관자체에도 기재돼 있어 특히 보험자 또는 보험모집인의 명시ㆍ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내용이라 할 수 없고 또한 신의칙에도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이혼한 아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자 삼성생명보험(주)을 상대로 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J(43)씨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2010다9645)

재판부는 “이 보험상품의 명칭이 부부형이고, 주피보험자의 배우자만이 종피보험자로 가입할 수 있고, 부부가 각자 개인형으로 가입할 경우보다 보험료가 할인되는 점, 부부관계가 이혼으로 해소됐는데도 이혼한 일방이 여전히 종전 배우자인 종피보험자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도덕적 위험을 야기할 수도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약관조항은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적인 것이어서 보험자의 별도의 설명 없이도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그런 사항까지 보험자인 피고에게 명시ㆍ설명의무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고, 보험약관의 설명의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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