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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전처 자녀와 갈등' 가정폭력신고 별거 아내 이혼청구 기각

기사입력 : 2019.08.2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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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법원 현판.(사진=전용모 기자)


[로이슈 전용모 기자] 남편이 데려온 전처 자녀와 갈등을 겪다 남편과 서로 다투다 가정폭력 신고를 하고 집을 나간 아내가 남편을 상대로 이혼 등 소송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고와 피고는 2016년 8월 혼인신고를 마치고 그 사이에 사건본인(병)을 둔 법률상 부부이다.

피고(남편)는 전 처와 이혼하고 혼자 키우던 정을 데리고 원고(아내)와의 혼인생활을 시작했다.

정은 배변장애가 있어 하루에도 여러 번 옷에 대변을 묻히곤 했다. 원고는 피고가 택시운전을 하러 나간 사이 정의 뒤처리를 도맡아 했는데, 그럼에도 자신을 잘 따르지 않는 정과 그런 정을 두둔하는 피고에게서 서운함을 느꼈다. 원고와 피고는 정 문제로 자주 다퉜다.

정이 2018년 7월 28일 바지를 입은 채 대변을 보자 원고가 정을 화장실로 데려가 몸을 닦아주었다. 정은 자신을 훈육하려는 원고에게 바가지에 있던 물을 퍼부었고, 이에 화가 난 원고는 방에서 자고 있던 피고를 깨워 속상한 마음을 호소했으나, 피고가 정을 두둔하면서 원고를 비난하자 바가지에 물을 담아와 피고에게 퍼부었다.

피고는 화를 내며 원고에게 소리를 질렀고, 피고가 화장실을 간 사이 분을 참지 못한 원고는 화장실 문을 발로 찬 다음 포크로 싱크대를 내리찍으며 화풀이를 했다.

그 모습을 본 피고는 원고가 이성을 잃었다고 생각해 원고의 손에 쥔 포크를 빼앗으려 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 실랑이를 하다가 피고가 원고의 어깨를 잡아 누르고 가슴부위를 1회 때리게 됐다. 피고는 원고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 질렀고, 원고는 잠시 집을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 사건본인을 데리고 나온 후 경찰서로 가서 가정폭력 신고를 했다.

원고는 그때부터 3개월간 사건본인과 함께 보호시설에서 거주하다가 그곳을 나와 공장에 취직해 고용주가 제공한 숙소에서 지내고 있다.

피고는 원고를 폭행한 행위로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원고는 피고에게 물을 퍼부은 행위가 폭행죄로 의율돼 벌금 3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피고는 원고가 피고의 팔을 때렸다고 주장했으나 그 부분은 무혐의로 불기소됐고, 피고가 불복해 항고했으나 항고가 기각됐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피고의 폭언, 폭력, 무시, 가사와 육아에 대한 비협조, 강제적인 성관계 등으로 인해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가 파탄됐으므로, 민법 제840조 제3호에서 정한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나 같은 조 제6호에서 정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의 재판상 이혼사유가 있다”며 이혼등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부산가정법원 정일예 부장판사는 지난 8월 9일 원고의 청구(이혼, 위자료,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양육비)를 모두 기각했다.

정 판사는 “위 인정사실만으로 원고에게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참으로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피고의 부당한 대우가 있었다거나,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의 이혼청구를 배척했다.

정 판사는 그 이유로 폭행으로 인해 각각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은 사실, 원고와 피고가 정(피고의 자녀)의 양육과 관련해 자주 갈등을 겪고 다투었던 사실은 있다. 그러나 위 폭행은 원고와 피고가 서로 실랑이 하던 중에 발생한 것으로서 피고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점, 위 폭행 사건 외에 피고가 혼인기간 중에 원고를 폭행했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는 점, 원고가 사건본인을 데리고 집을 나간 후 피고는 원고와 연락하고자 노력했으나 여의치 않았던 점을 들었다.

또 피고는 일관되게 혼인관계 회복과 원고와 정 사이의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 원고의 한국어가 서툴러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사정도 간과할 수 없는 점, 피고가 무혐의처분을 받은 원고의 폭행 건에 대해 고집스레 항고까지 하면서 원고를 힘들게 한 것은 잘못이나 자신이 가정폭력범으로 몰려 이 사건 소송에서 불리해 질 것이 두려웠다는 피고의 변명에 수긍할 만한 여지도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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