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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운 교수, 안희정의 ‘선의’ 발언 논란 충고와 훈수

2017-02-21 11:54:06

[로이슈 신종철 기자] 변호사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1일 대선주자 지지율이 상승 중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이른바 ‘선의’ 발언 논란에 대해 ‘안희정의 대실책’이라며 충고했다.

박찬운 교수는 또한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무엇보다 국민을 가르친다는 자세를 보이면 안 된다. 지금 우리 국민이 안지사로부터 철학강의를 들을 때가 아니다. 또 대화에서 너무 고급진 표현(통섭, 20세기 지성사 등등)을 함부로 쓰면 좋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표현에서 자괴감을 느낀다. 정치인의 표현은 단순하고 쉬워야 한다. 국민입장에서 국민 눈높이를 생각해야 한다”고 훈수를 했다.
박 교수의 글은 많은 공유와 댓글이 달리며 누리꾼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다음은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

<안희정의 ‘선의’에 대하여>

안희정이 ‘선의’ 논란에서 큰 곤경에 빠진듯하다. 나도 어제 JTBC의 손석희와 안희정의 대담을 보았다. 그 대담은 시종일관 ‘선의’ 문제에 관한 안희정의 해명이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안희정에 대해 실망하고 분노한다. 왜 그럴까?
1. 안희정의 대실책은 “상대의 주장을 일단 선의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면서 그 예로 박근혜의 탄핵사유 중 하나인 K스포츠 재단과 미르재단을 거론한 것이다. 대단히 부적절했다.

탄핵을 주장하는 국민 80%는 이미 이들 재단이 처음부터 박근혜와 최순실이 사유화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믿음이 아니라 그동안의 검찰수사 및 특검수사의 결과이기도 하다.

즉, 이 사례는 아예 처음부터 박근혜에게 ‘선의’가 없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례에 ‘선의’ 운운하니 복창 터지는 것이다. 촛불시민의 입장에선 이런 말은 엄동설한에 16차에 걸쳐 촛불집회에 대한 모욕으로 들릴 것이다. 안희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는 이유다.

2. 안희정의 또 다른 실책, 내가 보기엔 근본적 실책은 ‘선의’ 문제를 논리적으로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어제 대담을 보니 안희정은 자신이 잘 설명했다고 믿는 것 같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안타깝다는 표정이었다.)

안희정은 ‘선의’ 문제를 정치인이 가져야 할 품격으로 생각한 듯하다. 보수와 진보의 극한 대립으로는 대한민국이 한 발도 앞으로 갈 수 없으니 그 대립을 중화시키는 방법으로 ‘선의’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 설명에 논리적 모순이 있다는 것을 그는 모른다.

안희정은 일단 대화를 할 때 “상대의 주장에 대해 일단 그 선의를 인정하고(해주고), 문제는 그의 행위를 가지고 논쟁해야 한다”고 한다. 딱 여기까지만 말하면 도덕교과서에 나온 수준이라 누구도 비판하기 어렵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설명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이해하기 힘들어 한다. 그는 선의를 주장한 사람의 행위가 불법이면 그게 문제라고 한다. 물론 말할 것도 없이 그건 문제다. 그런데 그 행위로 말미암아 앞서 말한 ‘선의’가 문제가 된다는 사실이다.

일단 선의로 받아들인다는 말을 법률적으로 말하면 ‘추정’이다. 추정은 다른 반대사실로 인해 깨지는 경우가 있다. 즉, 선의라 했지만 다른 불법적 행위가 발견하면 처음부터 악의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안희정은 이 지점에서 헷갈린 것이다. 그는 상대의 선의와 그의 행위를 분리시키고 선의가 마치 불변인 것처럼 사람들에게 말한다. 사람들은 “선의이긴 하지만 행위는(만) 불법이다”이란 말에서 무슨 말인지 고개를 흔든다.

안희정이 선의와 그 이후의 불법 관계를 제대로 알았다고 하면 이렇게 말했어야 한다.

“대화를 위해 상대의 주장을 일단 선의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선의는 추정에 불과하므로 그 사람의 다른 행위에 의해 번복되어 악의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박근혜의 K스포츠, 미르재단 설립행위가 바로 여기에 해당됩니다. 박근혜는 처음부터 악의로 이들 재단을 만든 것입니다.”

3. 내가 보기에 이 논란은 작은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안희정이 지지자들 사이에 계속적인 지지를 얻기 위해선 솔직하게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내가 안희정을 위해 훈수를 둔다면, 무엇보다 국민을 가르친다는 자세를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이 안지사로부터 철학강의를 들을 때가 아니다. 또 대화에서 너무 고급진 표현(통섭, 20세기 지성사 등등)을 함부로 쓰면 좋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표현에서 자괴감을 느낀다. 정치인의 표현은 단순하고 쉬워야 한다. 국민입장에서 국민 눈높이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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