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강요된 행위, 뇌물요구죄의 성립, 불가벌적 수반행위,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국군정보사령부 공작팀장(군무원)으로 근무하던 피고인(50대)은 2017년 4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정보기관 소속 인물로 추정되는 조선족 A씨에게 포섭된 후 2019년부터 군사Ⅱ급 비밀을 포함한 대량의 군사비밀을 유출하기 시작했다.
군검찰에 따르면, 피고인은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서 북한 정보를 수집해 온 블랙 요원들의 명단 일부와 정보사의 전반적인 임무 및 조직 편성, 정보 부대의 작전 방법과 계획 등을 유출했다. 피고인은 범행의 대가로 A씨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요구한 돈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를 내기도 했다.
피고인은 2022. 9. 4.부터 2023. 4. 19.까지 9회에 걸쳐 범행 대가로 2억7852만원을 요구해 1억 6205만원을 수수했다.
(쟁점사안) 피고인의 일반이적 범행이 중국 측에 의해 강요된 행위인지, 뇌물요구죄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 등
1심(중앙지역군사법원 2025. 1. 21. 선고 2024고30, 2024고37병합 판결)은 피고인에게 징역 20년 및 벌금 12억 원, 추징금 1억 6205만 원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와 양형부당으로, 검사는 양형부당으로 쌍방 항소했다.
원심(2심 서울고등법원 2025. 8. 13. 선고 2025노333 판결)은 1심 판결을 직권 파기하고 징역 20년 및 벌금 10억 원, 추징금 1억 6205만 원을 선고했다. 일부 뇌물요구 행위(1심 4억→2심 2억7852만 원)가 중복 산정됐다는 이유로 벌금을 감형했다.
형법 제69조 제2항은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자는 1일 이상 3년 이하의 기간 노역장에 유치하여 작업에 복무하게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노역장유치 기간은 3년을 넘을 수 없다. 그런데 1심은 피고인에게 벌금 12억 원을 선고하면서 피 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노역장에 유치할 1일 환산금액을 100,000원으로 정했다. 이에 따른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할 경우의 노역장유치 기간’은 12,000일로서 3년을 초과하여 위 조항에 위반되므로, 1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6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한다. 압수된 피고인 주거지 PC SSD(256GB)는 몰수했다.
피고인은 2019년경부터 이 사건 범행(일반이적)을 시작했고, 그 사이 약 2년의 기간 동안 가족으로부터 ‘감시를 당하고 있다거나 주변에 이상한 일이 생긴다’는 취지의 연락을 받은 적은 없으며, 가족의 안전과 관련하여 특별히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협박을 받아 일반이적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 요구한 돈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를 내기도 했는데 이는 협박에 의해 강요된 행위를 하게 된 사람의 태도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요구하면 뇌물요구죄가 성립한다(형법 제129조 제1항). 따라서 뇌물요구의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인지되면 뇌물요구죄가 기수에 이르고, 상대방이 요구를 거절하거나 명시적인 답변을 하지 않더라도 뇌물요구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변호인이 항소이유서에서 피고인에게 뇌물요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근거로 제시한 대법원 판례들은 모두 ‘뇌물약속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뇌물을 주고받겠다는 당사자 간의 의사표시가 확정적으로 합치된 경우’여야 한다는 취지여서, 위 판례들이 뇌물요구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이 A에게 뇌물요구의 의사표시를 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1심 판단을 수긍했다.
일반이적죄는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 보호 및 국가안전보장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이다.
뇌물요구 및 뇌물수수로 인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죄가 일반이적죄의 불가벌적 수반행위 또는 사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유출하는 군사기밀을 일종의 거래 대상처럼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특별히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정보관들의 인적 정보가 누설되었을 때 정보관들의 생명에 큰 위해가 가해질 수 있음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이 사건 범행에 나아갔다. 이는 사실상 동료들의 생명을 거래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결국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국가안전보장이나 군사상 이익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서 어떠한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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