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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최일선 현장의 보루, 구급대원이 살아야 시민이 산다"

2025-12-19 16:02:49

부산 금정소방서 소방경 김영란.
부산 금정소방서 소방경 김영란.
[로이슈 전용모 기자] 지난 29년간 구급현장활동을 하면서 구급대원은 항상 긴급하고 처절한 현장에서 시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심정지, 교통사고, 중증외상 등 매우 위급한 환자들이 구급대원의 몇 초의 판단과 행동에 생사를 가른다. 그만큼 구급대원들의 신속한 대응력과 전문성은 시민들의 생명과 직결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소방관으로 입문해 구급대원으로 근무하면서 경험한 구급 현장은 응급처치 기술만으로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 긴박하고 참혹한 현장 뒤에는 말로 다하지 못하는 구급대원들의 고민, 눈물, 피로가 쌓여만 간다. 최근 들어 구급대원의 현장 업무 환경은 점점 더 복잡하고 위험해지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의 고위험 환자, 예측 불가능한 환자 상태 변화, ”응급실 뺑뺑이“ 등 살리지 못한 생명에 대한 죄책감과 무기력함에 빠지고, 폭언·폭행·처참한 상태의 구급현장 등에 대한 트라우마는 대원들의 마음속에깊은 상처로 남는다.

이러한 심리적, 육체적 부담은 장기적으로 피로감과 소진(burnout, 번아웃)으로 이어지고 있다. PTSD(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공황장애, 우울증을 호소하여 치료받고 있는 대원들과 부상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등 공무상 장해로 치료 및 휴직하는 대원들의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그 중 일부 대원들은 출동 인원이 부족한 센터에서 자신의 질병을 숨겨가며 출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감정적인 부담을 털어놓을 수 있는 소통 창구는 미약하게나마 마련되어 있지만 아직 그 체계가 잘 갖추어지지 않고 충분하지 못해서 대원들이 건강한 심리 회복을 하여 다시 현장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최근 5년간 마음건강 설문조사’에 따르면, PTSD를 앓는 소방대원은 2020년 2,666명에서 2024년 4,375명으로 64.1% 증가했고, 같은 기간에 자살 위험은 2020년 2,301명에서 2024년 3,141명으로 36.5% 증가했다. 지난해 우울증(3,937명)을 앓는 사람은 5년 전(2,028명)보다 94.2% 늘어났다. 결국 시민의 생명을 구하는 사람을 지켜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구급대원의 PTSD, 공황장애, 우울증 등 치료를 위해서는 전문상담사가 24시간 상주하면서 대원들의 심리상담 치료에만 집중하고, 사건사고 현장에서 복귀하는 대원에게 바로 스트레스 디브리핑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사건을 겪고 트라우마가 심한 대원에 대해서는 업무강도 조절과 적정한 휴식이 권장되어야 한다.

대원들의 증상에 따라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분류해 증상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심리회복을 치료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증상이 심각하고 현장 활동이 어려운 대원은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and Commmitment Therapy)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본다.

그리고 구급대원 활동을 하면서 심리상담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나, 구급대원을 채용할 때 심리상담사 자격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여 동료심리상담사 프로그램을 보다 실질적이고 동질감을 느끼며 치료할 수 있게 개선하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금정소방서에서는 부산 최초로 구급팀장 시범운영(6개월간)을 하고 있고, 현재 필자가 그 중책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구급대원이 스트레스 받는 민원 해결이나 재난 현장에서 구급대를 지휘·감독하는 선착 구급대장 역할도 경험과 지식이 많은 구급팀장이 수행하면 구급 대원들의 부담을 많이 줄여줄 수 있다.

지난날의 쌓아온 지식과 현장경험을 살려 후배대원들을 위한 ”찾아가는 멘토“를 운영중인데, 후배 구급대원들이 현장에서 신속한 상황대응력과 응급처치에 대한 실행력으로 구급환자 및 보호자, 병원관계자와의 소통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내 소통과 협업을 증진시켜 대민구급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 방문대면 소통으로 노력하고 있다.

소방에서의 현장활동은 항상 협업 활동이다. 정서적,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대원들은 동료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동료 심리상담사나 전문 심리상담을 받고 회복하도록 노력하고, 동료들도 어려운 대원을 이해하고 포용하고 지지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러한 행동들을 통해 대원들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빠른 회복으로 이어져 조직 내부의 신뢰와 팀워크 강화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이는 구급서비스의 품질 향상으로 이어져 시민이 더 안전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최근 소방조직은 신속한 대응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근무 환경과 심리적 안전망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대원의 역량과 마음을 동시에 보듬는 리더십, 즉 ”사람을 통해 사람을 살리는 구급행정“이 이제는 필요한 시대다. PTSD와 공황장애, 우울증에 멍든 구급대원들의 정서적·심리적 트라우마 치료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심신이 건강한 구급대원이 보다 나은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사회는 알아야 할 것이다.

-부산 금정소방서 소방경 김영란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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