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로이슈

검색

법무부·검찰

"행복이음센터,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준, 두 번째 집이다"

행복이음센터, 보호수용 조건부 출소자의 두 번째 시작

2025-08-18 17:16:12

(제공=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충남지부)이미지 확대보기
(제공=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충남지부)
[로이슈 전용모 기자] - 행복이음센터, 보호수용 조건부 출소자의 두 번째 시작

그는 오랫동안 ‘아침’이 무엇인지 몰랐다. 밤이 지나면 하루가 시작되지만, 그에게 아침은 늘 무겁고 조용했다. 누구도 깨워주지 않았고, 기대할 만한 일도 없었다.

일곱 살 무렵 부모에게 버림받아 고아원에 맡겨졌고, 열다섯에 홀로 세상에 나왔다. 수도공사 현장에서 몸으로 버티며 살았지만, 결혼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리고 2019년 8월, 업무 자리에서의 우발적인 사건으로 징역 6년과 보호수용 처분을 함께 선고받았다.

72개월의 수형 생활이 끝나갈 무렵, 그는 조건부 가석방 대상자가 됐다. 그러나 출소 후의 세상은 훨씬 차가웠다. 가족도, 집도, 일자리도 없었다. 그때 그를 받아준 곳이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충남지부 행복이음센터였다.

“여기선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줬어요.”

행복이음센터는 보호수용 조건부 가석방자만을 위한 국내 유일의 거주형 사회복귀 지원시설이다. 형기를 마친 뒤에도 사회적 낙인, 주거 불안, 취업 제한으로 재범 위험이 높은 이들이 입소한다. 센터는 이들에게 숙식과 함께 직업훈련, 심리상담, 자립생활 교육을 제공하며, 사회 안착을 돕는다.

그에게 처음 건네진 말은 “잘 오셨습니다”였다. “그 말을 듣고 울컥했어요. 언제 누군가에게 그렇게 환영받았는지 기억이 안 나요.”

입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열린 합동 생일파티에서 그는 처음으로 ‘축하받는 사람’이 됐다. 비로소 자신의 존재가 환영받는 순간이었다. 케이크와 따뜻한 말 한마디가 마음속 깊이 스며들었다.

그는 말했다. “과거의 잘못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이곳에서 배우는 규칙적인 생활과 진심 어린 대화들이 제 안의 어두운 부분을 조금씩 녹여주고 있습니다. 피해자분께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습니다.”

지금 그는 동료들과 함께 모닝 차량을 타고 일용직 일을 나가며, 낮에는 햇살 아래에서 커피를 마시고 밤에는 팝송을 들으며 명상한다. “이제는 하루를 ‘살아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는 이곳에서 자신만 변한 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 역시 규칙 있는 생활과 상담을 거치며 변해가고 있었다. 어떤 이는 첫 월급을 받아 기술교육에 투자했고,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며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변화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제공=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충남지부)이미지 확대보기
(제공=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충남지부)

(과밀수용의 현실과 사회적 비용) 법무부 ‘2024 범죄백서’에 따르면, 국내 교정시설의 평균 수용률은 105%를 웃돈다. 일부 시설은 120%를 넘어서며, 1인당 수용 공간이 법정 기준보다 20~30% 좁다. 과밀수용은 1인당 연간 약 2,800만 원의 관리·운영비를 증가시키고, 재범 방지 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제한한다.

반대로, 한 명의 출소자가 재범 없이 사회에 정착하면 연간 약 3천만~5천만 원의 사회·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 이는 수용비 절감뿐 아니라 세금 납부, 소비, 고용 창출, 복지 지출 절감이 포함된 추정치다. 행복이음센터 같은 시설은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는 핵심 기반이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은 출소자와 보호관찰대상자의 재범 방지를 위해 주거지원, 취업알선, 심리·정서 상담, 교육훈련 등 법무보호복지 사업을 전국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행복이음센터는 이 가운데서도 보호수용 조건부 대상자를 전담해, 출소 후 최대 2년간 숙식과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공단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단기적인 재범 억제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사회의 일원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입니다. 특히 이곳을 거친 분들이 피해자에 대한 속죄와 반성의 마음을 품고, 건강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 사회 전체의 신뢰가 회복됩니다.”

“저도 언젠가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의 가석방은 올해 8월 중 종료된다. “크게 바라는 건 없어요. 조용히 살고, 저처럼 다시 시작하는 누군가를 만나면 제가 먼저 손을 내밀고 싶어요. 무엇보다, 제 과거를 떠올렸을 때 피해자분께 조금이나마 떳떳할 수 있는 삶을 살겠습니다.”

그에게 행복이음센터는 단순한 보호시설이 아니다. 처음으로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준, 두 번째 집이다. “이제는 하루가 다시 시작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압니다. 저에게 그건, 비로소 찾아온 아침입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로이슈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해 독자는 친근하게 접근할 권리와 정정·반론·추후 보도를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메일: law@lawissue.co.kr 전화번호: 02-6925-0217
리스트바로가기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