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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날 이유가 생겼다"…고령 수감자의 바뀐 교도소 일상

[형사정책 연구브리핑] 재활 중심 모델로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제공, 폭력 감소와 공동체 의식 강화

2025-08-18 13:12:09

2010년 이후 서유럽과 북미에서는 50세 이상 수감자 수가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스웨덴과 덴마크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고령 수감자 비율이 크게 늘었으며, 반대로 젊은 연령대 수감자는 감소세를 보였다.

이에 각국은 고령화된 교정 인구에 대응하기 위해 맞춤형 정책을 도입했다. 미국 캔자스주 교정국은 2014년 고령 수감자 전용 구역을 마련해 계단 없는 단층 구조와 넓은 공용 공간, 연령별 맞춤 활동·직업 기회를 제공했다. 그 결과 폭력 사건이 줄고 안전하고 안정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한 교정시설은 고령 수감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맞춤형 활동과 작업 기회를 통해 고립감을 완화하며 출소 준비를 돕고 있다. 노르웨이 일부 교도소도 전용 구역과 연령 특화 의료 부서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고령 수감자를 위한 통합적 지원 체계와 지속 가능한 제도는 여전히 미흡하다. 노르웨이 사례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실제 운영 모델과 성과를 보여준다. 본 기사는 <The Prison Journal>에 게재된 Rocha 외 연구팀의 논문 'How to Change Practice and Policy to Address the Unique Needs of Senior Inmates: Insights from the Norwegian Correctional System'을 바탕으로, 노르웨이 교정 시스템에서 시행 중인 고령 수감자 프로그램이 교정 환경에 미친 영향과 그 한계를 분석하고 향후 개선 방향을 모색한다.

노르웨이 교정청이 도입한 CAMEO 프로그램은 고령 수감자들에게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제공하며 교도소 일상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맞춤형 재활 활동과 데이센터 운영을 통해 50세 이상 수감자들의 존엄성과 공동체 의식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디자인팀이미지 확대보기
노르웨이 교정청이 도입한 CAMEO 프로그램은 고령 수감자들에게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제공하며 교도소 일상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맞춤형 재활 활동과 데이센터 운영을 통해 50세 이상 수감자들의 존엄성과 공동체 의식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디자인팀

■노르웨이의 고령 수감자 현황과 교정 사례: CAMEO 프로그램

노르웨이 교정청(KDI)은 처벌 중심의 '징벌형 모델(punitive model)' 대신 '재활형 모델(rehabilitation model)'을 지향한다. 수감자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며 변화 과정에서 수감자의 적극적 참여와 지역사회의 재활 기여를 핵심 원칙으로 삼는다. 범죄 중단과 긍정적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노르웨이 50~69세 수감자는 50% 이상, 69세 초과 수감자는 70% 이상 증가했다. 이에 교정청은 고령 수감자의 생활 여건 개선과 재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영국·웨일스의 'CAMEO(Come and Meet Each Other)'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2023년 9월부터 2년 6개월간 시범 운영 중이다. 프로그램은 구세군(Salvation Army)의 자금 지원으로 운영되며, 간호사와 작업치료사가 전담한다.

CAMEO는 교정 시설 내 교육, 노동, 여가 활동, 문화 행사 등 사회 복귀에 필수적인 재활 활동을 제공한다. 특히 고령 수감자를 대상으로 하는 데이센터 운영과 자원봉사 활동이 핵심 역할을 한다.

■CAMEO가 가져온 변화… "아침에 일어날 이유 제공"

이 연구는 혼합 연구 방법(mixed-methods approach)을 활용해 CAMEO 운영이 고령 수감자의 교도소 생활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먼저 프로그램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효과를 수치화했으며, 반구조화 심층면담으로 참여 경험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 여기에 CAMEO 직원 2명과 교도소 직원 2명이 참여한 포커스 그룹 면담을 실시해 사안을 다각도로 검토했다.

고령 수감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연령 특성상 취업이나 노동시장 참여와 같은 전통적 활동 기회가 제한돼 있고, 교육을 지속하려는 의지도 낮은 편이다. 여기에 이동 장애 등 건강 문제까지 겹치면 재활 프로그램 참여는 더 어려워진다. CAMEO는 이러한 한계를 고려해 연령에 적합한 활동을 제공함으로써 주목받고 있다.

약 6개월간의 운영 결과, 참여자들은 전반적인 웰빙 수준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교정 서비스가 단순한 수용을 넘어 재활과 참여를 촉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확인됐다. 운영진은 CAMEO의 핵심 목표를 "고령 수감자에게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실제로 참여자들은 일과의 질이 향상됐다고 응답했다. 오후 3시까지 공용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교도소 생활이 사회의 일상과 가까워졌고, 시간을 보다 가치 있게 느끼게 됐다.

생활 여건 개선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과거에는 앉아서 하는 게임이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신체 활동과 인지 훈련을 병행하는 게임과 활동이 도입돼 활동량이 늘었다. 이 과정에서 존엄성·소속감·유대감이 강화됐다는 응답도 나왔다. "정상적인 사람처럼 대우받는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독방 생활 대신 대화를 나눌 기회가 늘어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CAMEO 직원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았으며, 이는 교도소 경험을 외부 생활에 가깝게 만들고 동료 수감자와 교도소 직원 간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CAMEO의 효과적 운영을 위한 개선 과제

연구진은 CAMEO(또는 유사한 고령인구 맞춤 프로그램)가 고령 수감자의 요구와 기대에 보다 효과적으로 부응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 근거 기반의 재활 중심 운영이 필요하다. 교정 서비스는 기존의 경험 중심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연구 근거 기반의 접근을 채택해야 한다. 또한 행정 각급 간 조율을 강화해 재활을 방해하는 제도적 허점을 해소해야 한다. 현재의 "늘 해오던 방식"은 체계적 혁신과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둘째, 직원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헌신적인 교정 인력은 고령 수감자의 재활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담당 교도관과 수감자 간 신뢰 관계는 성공적인 사회 복귀와 사후관리의 핵심이며, 특히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취약 고령 수감자에게는 적극적인 안내와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예산과 인력의 안정적 확보가 중요하다. 초기 자금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프로그램이 지속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하고, 노인 돌봄·정신건강·연령 관련 이슈를 다루는 전문 교육 모듈을 직원 연수 과정에 포함해야 한다. 나아가 노르웨이 전역으로 CAMEO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넷째, 활동 기회와 시설 접근성 개선이 요구된다. 여가·신체 활동 확대, 훈련 장비 이용성 향상, 문화 부서 방문 기회 확대 등이 필요하다. 휠체어 접근이 어려운 자갈길, 협소한 출입구, 엘리베이터 부재 등 물리적 제약은 우선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연령별 전용 병동 설치 여부에 대한 논쟁은 있지만, 모든 연령과 신체 능력을 고려한 포용적 설계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섯째, 교정시설과 외부 보건·복지 서비스 간 긴밀한 연계가 필수다. 필요한 서비스가 시설 내에 없을 경우, 행정 절차가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명확한 협정을 마련해 모든 수감자가 필수 재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금이 재활이 아닌 단순 수용으로 인식될 위험이 있다.

■프로그램 평가...재범률만으로는 부족

고령 수감자 대상 프로그램은 지속적인 적응과 정밀한 평가가 필수적이다. 교정 서비스는 단순한 구금 기능을 넘어 고령 수감자의 재활과 사회 복귀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이 집단은 신체·정신·사회적 요구가 특수해 획일적인 프로그램 설계나 단일 기준의 평가는 한계가 크다.

이번 조사에서는 '교도소 활동 참여 증가', '사회적 상호작용 개선', '자기 보고식 생활 만족도 향상' 등이 주요 평가 지표로 활용됐다. 특히 CAMEO에서 나타난 높은 참여율(지속 출석, 적극 참여, 긍정적 피드백)은 긍정적 성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신호로 꼽혔다. 폭력 사건 및 징계 건수 감소, 안전 인식 개선 역시 효과적인 개입을 입증하는 지표로 나타났다.

그러나 성과 평가는 시설 내부의 변화뿐 아니라 출소 이후의 결과까지 포함해야 한다. 의료 서비스의 지속성, 주거 안정성, 취업 여부, 병원 재입원율 감소, 지역사회 프로그램 참여 지속 등도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특히 고령 수감자는 장기 추적 조사에 많은 자원과 행정적 노력이 필요하며, 재범률 분석 시 다양한 기간과 시점을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종합적인 평가 프레임워크' 구축이 요구된다. 고령 수감자는 범죄 경력, 사회경제적 배경, 개인 상황이 다양해 CAMEO의 효과를 단일 지표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재범률만으로 재활 효과를 판단하면 정신건강 개선, 고용, 가족 안정 등 중요한 성과를 간과하게 된다. 효과적인 평가는 다양한 성공 지표를 통합하고, 맥락적 요인을 반영하며, 교도소 안팎의 환경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인프라 개선과 교육적 필요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이 고령 수감자의 삶의 질과 재활 성과를 크게 높인다. 노르웨이의 사례는 국내 교정 시스템에도 현실적인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

▶연구논문

Rocha, P., Stene, E. M., & Brooke, P. K. (2024). How to change practice and policy to address the unique needs of senior inmates: Insights from the Norwegian Correctional System. The Prison Journal, 104(6), 761-786.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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