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집·클럽 보안요원, 주로 문신·음주·신체긴장 등 5가지 단서 활용해 폭력성 높은 고객 판단
- 외모로는 폭력범과 비폭력범 외모 구별 불가능...행동 관찰이 더 정확
술집이나 클럽처럼 주류가 판매되는 장소는 음주와 관련된 폭력 발생 빈도가 높은 '고위험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등 서구권 국가에서는 살인이나 폭행 등 강력 범죄가 다른 공간보다 술집에서 더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도한 음주, 만취 고객에 추가 음주 제공, 밀집된 공간, 25세 이하 고객의 높은 비율, 열악한 환기나 조명, 비효율적인 좌석 배치와 장소 설계, 미흡한 장소 운영 관리 등이 모두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서구권 주류 판매 업소에서는 일명 '바운서(bouncer)'라 불리는 민간 보안 요원이 출입 통제와 현장 질서 유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보안 요원의 입장 허용 여부 결정(또는 출입 통제)은 업소 내 폭력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핵심 조치이자, 해당 업소의 안전성과 상업적 성공에 직결되는 중요한 판단입니다. 그러나 보안 요원들이 고객의 폭력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매우 다양하고 일관되지 않으며, 잘못된 판단은 심각한 폭력 사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University of New South Wales)의 연구진은 보안 요원들이 고객의 출입 통제를 위해 입장 전 폭력 성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어떤 단서를 활용하는지를 분석했습니다. 또한 이 단서들과 피실험자(사진으로 제시된 인물)의 폭력 전과 여부가 폭력성 판단 및 출입 통제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대학생과 보안 요원 간 판단 기준에 차이가 있는지도 함께 비교했습니다.
이 연구는 <Journal of Experimental Criminology>에 발표된 Summerell 외(2023;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연구진의 논문 'Would you let this guy into a bar? Identifying cues that signal a perceived increase in the propensity for violence of potential bar patrons'에 수록되었습니다.
이미지 확대보기사진=영화 'Out For Justice(1991)' 중 캡처. (본 이미지는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고객의 위협 가능성… 실전 경험으로 만들어진 "멘탈 체크리스트"
보안 요원들은 수년간의 실무 경험, 훈련,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폭력 사례를 통해 고객의 폭력 가능성을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멘탈 체크리스트'라 불리는 판단 기준은 나이, 성별, 사회 계층, 인종, 외모 등 인구통계적 요소뿐 아니라, 문신 유무, 음주 상태, 불쾌한 태도, 신체 제스처 등 보다 주관적이고 감각적인 단서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시선을 피하는 회피 행동은 정면 응시보다 낮은 신뢰도를 유발한다는 선행연구가 있으며, 이는 보안 요원에게 의심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주먹을 꽉 쥐거나 턱을 긴장시키는 등의 신체 긴장은 공격성의 징후로 해석돼 폭력 가능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이러한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술집(bar)이라는 특정 환경에서 타인의 폭력 가능성을 어떻게 추론하는지를 실험적으로 분석했으며, 전문가(보안 요원)와 비전문가(대학생)의 판단 기준 차이도 함께 비교했다. 연구진은 네 가지 주요 행동 단서―(1) 보안 카메라를 탐색하는 행동, (2) 회피 행동(예: 시선 회피), (3) 신체의 긴장도(예: 손을 꽉 쥐는 행동), (4) 명백한 약물 또는 음주 상태―와 함께, 외모 특성(즉, 중동계 외모와 문신 유무)을 변수로 설정했다.
■ 실제 수감자 사진 기반의 실험 설계
연구에는 총 197명이 참여했으며, 이 중 146명은 대학생, 51명은 평균 8.93년 경력을 보유한 보안 요원이었다. 실험에서는 미국 플로리다주 공공 범죄자 데이터베이스에서 수집된 실제 수감자 32명의 얼굴 사진이 사용됐다. 대상자들은 모두 25~35세의 남성으로 중립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고, 폭력범(예: 살인, 폭행)과 비폭력범(예: 사기, 위조)으로 구분됐다.
각 단서 조건에는 무작위로 폭력 전과자 2명과 비폭력 전과자 2명의 사진이 배정됐으며, 참가자들은 총 8개 단서 조건, 32장의 사진을 평가했다. 참가자들은 각 인물의 폭력 가능성과 출입 통제 여부를 각각 판단하도록 요청받았다.
■ 폭력 가능성 판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단서는?
연구 결과, 신체 긴장, 약물 및 알코올 중독 상태, 탐색 행동, 회피 행동, 얼굴 및 목의 문신은 모두 폭력 가능성 인식을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출입 통제 결정도 이 같은 판단 결과를 반영하며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특히 중동계 외모를 제외한 모든 단서는 통제 조건 대비 폭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고, 출입 거부율도 높았다. 반면, 폭력 전과자는 비폭력 전과자보다 오히려 낮은 폭력성 점수를 받았고, 출입 통제 결정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는 참가자들이 폭력 전과 여부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구별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상호작용 효과도 발견됐다. 폭력 전과자 중 음주 상태이거나 문신이 있는 경우, 비폭력 전과자보다 더 높은 폭력 가능성 점수를 받았다. 반대로 회피 행동을 보이거나 중동계 외모를 가진 비폭력 전과자는 낮은 폭력 가능성으로 평가됐다. 또한 신체적으로 긴장된 비폭력 전과자는 출입 허용률이 가장 낮았다.
이는 '얼굴만 봐도 폭력 성향을 구분할 수 있다'는 일부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결과이며, 실제로 선행 연구에서도 비폭력범과 폭력범을 외모만으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 학생 vs 보안요원, 판단 기준이 달랐다
보안 요원과 학생 집단은 폭력 가능성 판단 기준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보안 요원은 회피 행동을 보이는 고객을 오히려 덜 폭력적으로 인식했고, 탐색 행동 또한 위협으로 보지 않았다. 반면 학생들은 약물·알코올에 취한 인물이나 탐색 행동을 보이는 인물에 대해 높은 폭력 가능성을 평가했다.
출입 허용 결정에서도 이 같은 차이는 뚜렷하게 드러났다. 학생들은 신체 긴장, 약물 중독, 탐색 행동이 관찰되는 고객에 대한 출입을 더 자주 거부했다. 반면 보안 요원은 알코올에 취한 인물을 반드시 폭력적으로 평가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는 출입을 제한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현장에서는 폭력 가능성 외에도 '취기 상태', '질서 유지' 등 다양한 판단 기준이 적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 가상 상황의 한계와 향후 과제
이번 연구는 가상 시나리오 기반의 판단 실험으로 진행됐으며, 현실에서의 실제적 의사결정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참가자들은 실제와 같은 신체적 위험을 실감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입장 허용률은 과대평가되고, 폭력 가능성은 과소평가되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본 연구는 일반인과 전문가가 고객의 폭력 가능성을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며, 이 과정에서 어떤 단서들이 활용되는지를 구체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에는 이러한 단서들이 실제 폭력 사건 발생을 예측하는 데 유효한지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이러한 연구는 보안 요원의 판단 교육과 정책 개발, 안전한 유흥문화 조성을 위한 제도 개선 등에 실질적인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기사 연구논문
Summerell, E., Fanous, G., & Denson, T. F. (2023). Would you let this guy into a bar? Identifying cues that signal a perceived increase in the propensity for violence of potential bar patrons. Journal of Experimental Criminology, 21, 281-300.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