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초 지인들은 경기도의 한 토지를 매수해 다세대주택을 신축하고 빠르게 매각할 계획이라며 명의만 빌려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응한 의뢰인은 소정의 수수료를 받았다. 하지만 상황은 약속과 달랐다. 지인들은 건물을 매각하지 않고 임대사업을 시작했고, 사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대출 이자와 보증금 반환 등 수천만 원 규모의 의무가 의뢰인의 명의로 돌아오게 됐다.
더욱 심각했던 건, 의뢰인의 동의 없이 작성된 ‘공동사업계약서’였다. 해당 문서에는 마치 의뢰인이 직접 사업에 참여하고 수익을 나누기로 한 것처럼 기재돼 있었고, 이는 분쟁에서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법승은 소유권 변동 과정과 자금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며 대응에 나섰다. 금융거래 내역을 추적한 결과, 건물 신축에 사용된 실제 자금 출처는 지인들이었으며, ‘의뢰인(대여)’로 표기된 계좌 역시 실제 예금주가 지인인 사실을 밝혀냈다.
이와 함께, 계약서상 “처분과 이익 분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근거로 조합관계 주장을 반박하고 명의신탁 법리에 따른 무효 주장을 병행했다. 이외에도 메신저 대화, 입금 내역, 계좌 예금주 캡처 등 실질적 증거를 다각도로 제시하며 법적 주장을 뒷받침했다.
결국 법원은 의뢰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들이 해당 건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인수할 것을 명령했다. 명의를 빌려줬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소유 책임을 떠안을 뻔했던 의뢰인은 이 판결로 법적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번 판결은 명의신탁 관계에서 실질적인 권리와 책임의 귀속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법적 기준을 재확인한 의미 있는 사례다. 특히 단순 명의 대여를 넘어서 실제 권리자와 명의자 간 책임 분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향후 유사 사건의 법리 해석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법무법인 법승 서울사무소 박지연 민사전문변호사는 “명의만 빌려줬다고 해도 결국 소유권자가 되어 책임을 지는 사례가 많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위험에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법적 분쟁에서는 명확한 증거와 계약 조항을 근거로 실질적 권리관계를 밝히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에 위험을 인지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금융 흐름과 문서 내용을 꼼꼼히 따져 신속하게 소유권이전등기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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