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전체 범죄 중 주취자 비율 16%보다 10%포인트 높은 것으로, 다른 범죄에 비해 성폭력 범죄가 술을 마시고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해석될 수 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8년 27.4%, 2019년 26.8%로 소폭 하락했지만 매년 비율은 제자리에 맴돌고 있다.
성폭력을 비롯해 살인,강도,방화 등 흉악범죄 역시 주취자 비율이 26.9%를 차지했으며, 폭력 범죄도 26.3%로 다른 범죄보다 술을 마신 후에 일어나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술을 마신 뒤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행위에 대해 전문가들은 절제력이 사라지고 즉흥성이 강해지는 것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성폭력의 경우 △동의 여부 △심신상실 및 항거불능 상태 여부 △피해 전후 행위 및 대처 부분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측의 진술이 상반된 경우가 많은 편이다.
우선 형법 제299조에 명시된 준강간, 준강제추행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하며 강간 또는 강제추행에 준하여 처벌된다.
성폭력 범죄에서 피해자의 심신상실이란 피해자가 정신장애 또는 의식장애로 인해 성적 행위에 관하여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수면 중의 부녀 또는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부녀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항거불능이란 심신상실 이외의 사유로 인하여 심리적 또는 육체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한 경우를 뜻한다.
예컨대 이미 다른 사람에 의해 수회 강간을 당해 자포자기 상태, 자살을 하려고 모든 의욕을 상실한 상태,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샅상태 등이 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정신적 또는 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 주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고, 같은 법 제302조에서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의 처벌에 관하여 따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형법 제299조에서의 항거불능의 상태라 함은 위 제297조, 제298조와의 균형상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때문에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도3257 판결 참조)
나아가 피해자가 ‘필름 끊긴 상태’에서 남자와 성관계 해도 성관계 당시 피해자에게 의식이 있었다 볼 여지가 있다면 이는 블랫아웃에 해당한다고 명시된 바 있다.
의학적 개념으로서의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은 중증도 이상의 알코올 혈중농도, 특히 단기간 폭음으로 알코올 혈중농도가 급격히 올라간 경우 그 알코올 성분이 외부 자극에 대하여 기록하고 해석하는 인코딩 과정(기억형성에 관여하는 뇌의 특정 기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행위자가 일정한 시점에 진행되었던 사실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는 것을 말한다.
알코올 블랙아웃은 인코딩 손상의 정도에 따라 단편적인 블랙아웃과 전면적인 블랙아웃을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알코올의 심각한 독성화와 전형적으로 결부된 형태로서의 의식상실의 상태, 즉 알코올의 최면진정작용으로 인하여 수면에 빠지는 의식상실(passing out)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음주 후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당하였음을 호소한 피해자의 경우 범행이 일어난 당시 알코올이 위의 기억형성의 실패만을 야기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기억장애 외에 인지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지만, 이에 비하여 피해자가 술에 취해 수면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참조)
이에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강천규 대표변호사는 “준강간죄 · 준강제추행의 경우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어도 간음 등을 시작하거나 그와 밀접한 행위를 한 때 실행의 착수 시기로 인정하고 있다. 또한 법원은 피해자가 심신상실이나 항거 곤란의 상태에 이르지 않았으나 그러한 상태에 이른 것으로 생각하고 피고인이 간음 또는 추행하였기 때문에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다면 양 죄의 불능 미수범을 인정한 바 있다(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보통 준강제추행 사건에서는 항거불능이나 심신상실을 주장하는 피해자 측의 입장과 ‘서로 합의한 관계’라고 주장하는 가해자 측의 입장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곤 한다. 실제로 성범죄의 특성상 은폐된 공간에서 진다. 명확한 증거가 전무한 경우가 많아 당사자들의 진술만으로 사건의 면면을 판단하게 된다. 사건 대응 시 수사기관의 압박이나 조사가 두려워 섣부른 합의를 시도하거나, 상황을 무마하고 싶어 애매모호한 진술을 번복하는 것은 금물이다.
자신이 무고하다고 생각된다면 형사 전문 변호사의 법률 조력을 통해 일관된 진술로 수사기관과 재판부로부터 신뢰성을 얻어야 하며, 최대한 객관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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