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로 대법원은 최근 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이나 협박의 범위를 새로 정의한 바 있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강제추행을 크게 폭행, 협박이 생긴 후 추행이 이루어지는 경우와 기습적으로 발생하는 추행으로 나누어 전자의 경우에는 폭행이나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 즉 저항이 곤란할 정도여야 한다고 보았다. 반대로 기습추행이라면 신체에 대한 유형력을 행사했다면 그 정도가 피해자의 반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는 아니어도 강제추행이 성립해 처벌이 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9월 선고된 2018도13877 사건에서 이러한 종래의 태도를 바꾸어 기습추행이 아니라 폭행, 협박 후 추행이 이루어지는 경우라 하더라도 폭행이나 협박이 반드시 피해자의 반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폭행, 협박이 상대방의 신체에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일반적으로 상대방이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 수준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이를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인 폭행, 협박으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판례에 따르면 대법원이 이처럼 강제추행의 성립 범위를 넓게 인정한 것은 우선 강제추행에서 강제의 사전적 의미가 원치 않는 일을 강제로 시키는 것일 뿐 저항을 곤란하게 할 것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항거가 곤란할 정도가 아닌 수준의 폭행, 협박으로 추행을 했다 하더라도 강제의 의미가 전혀 퇴색되지 않는다.
또한 지금까지 수사기관이나 재판 과정에서 강제추행죄를 다룰 때, 폭행, 협박이 저항을 곤란하게 할 수준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일단 폭행, 협박이 있었다면 사실상 피해자의 저항을 곤란하게 했다고 해석해왔다. 만일 이렇게 판단하지 않으면 피해자가 추행에 대해 저항하지 않았을 경우, 추행이 있었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성적 자유가 침해당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하는 상황이 초래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법원은 종래의 태도를 바꾸어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을 더욱 넓힌 것이다.
법무법인YK 윤영석 형사전문변호사는 “동일한 단어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의 의미는 각 조항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강제추행은 강간이나 유사강간 등에서 사용하는 폭행, 협박이라는 단어를 구성요건에 사용하고 있지만 강제추행의 성립 범위는 강간, 유사강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편이다. 이러한 특징을 알지 못한다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잘못된 대응을 할 수밖에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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