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은, 원심법원이 변론종결시 고지되었던 선고기일을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사전에 통지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급박하게 변경하여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과 이에 관한 변호인의 변호권을 침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또 원심의 판단에는 포괄일죄의 범행시기 및 경합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피고인이 다수의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합계 약 4억 5000만 원 상당의 금원 내지 차량을 교부받아 편취하고, 1,450만 원을 횡령한 공소사실로 구속 기소됐다.
피고인은 2019년 12월 4일부터 2021년 10월 1일까지 10회에 걸쳐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채무변제 등으로 사용할 생각이었을 뿐 보증금을 반환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이 피해자에게 "차량 구입을 취소하려면 위약금 200만 원이 필요하다, 사무실에 택배지입관련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많으니, 1,000만 원의 보증금을 내면 당신이 구입했던 봉구 차량을 다른 사람에게 인계하는 조건으로 팔아주겠다."고 기망하는 등 합계 1억4418만 원 및 시가 2600만 원 상당의 자동차 2대를 편취했다.
또 2021년 9월 29일부터 2021년 10월 16일까지 16회에 걸쳐 피해자의 자동차를 판매할 줄 의사나 능력 없이 피해자에게 "차량 판매하는데 비용이 필요하다. 돈을 주면 차량을 판매해 주겠다."고 기망해 합계 5500만 원을 편취했다.
피고인은 2021년 6월 1일경부터 6월 5일까지 4차례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채무 변제, 도박자금 등으로 사용할 생각이었을 뿐 차량 할부금을 해결해 차량을 판매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이 피해자에게 "차량할부금이 남아있어도 500만 원만 주면 해결하고 차량을 1,200만 원에 판매해주겠다."는 등 기망해 1,050만 원을 받아 챙겼다.
피고인은 종전 피해자에게 대출을 통해 택배용 차량을 구입하게 해준 일이 있는 것을 기화로, 2020년 4월 6일경부터 2021년 3월 14일경까지 총 10회에 걸쳐 금리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한도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금리를 낮추는 작업을 해줄테니 대출을 받아 돈을 송금하라"고 기망해 합계 6,030만 원을 피고인 명의 계좌로 송금 받았다.
피고인은 피해자 소유인 포터II차량의 매도를 위임받아 피고인이 근무하던 택배업체 사무실 앞에서 탁송을 통해 위 차량을 건네받아 보관하던 중 2021년 8월 20일 지인의 소개로 위 차량을 판매하고 차량 매매대금 1450만 원을 지인의 모친 명의 계좌로 송금 받았다. 290만 원은 지인에게 있던 채무 변제에 사용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피고인 명의 계좌로 송금받아 개인 채무변제 및 인터넷 도박 등에 임의로 사용해 횡령했다.
1심(춘천지방법원 2022. 10. 14. 선고 2022고단357, 406(병합), 496(병합), 505(병합), 533(병합), 923(병합), 970(병합) 판결)은 2022고단357 사건의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번 중 2019. 12. 4.자 죄와 2020. 3. 21.자 죄 및 2022고단923 사건의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3 연번 1 내지 5 죄에 대하여 징역 6월에, 판시 나머지 죄에 대하여 징역 2년을 각 선고했다.
배상신청인들의 배상신청을 모두 각하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제3호, 제25조 제3항 제3호(배상책임의 범위가 명백하지 아니하여 형사소송절차에서 배상명령을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아니하거나 변론종결 후의 배상신청으로 부적법 함). 피해자 10명과 합의한 점, 다른 피해자 8명에게 피해금 중 일부를 지급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원심(춘천지방법원 2023. 3. 24. 선고 2022노1159 판결)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해 1심을 유지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4항에 의하면 배상신청인은 배상신청을 각하한 재판에 대하여 불복을 신청할 수 없으므로, 위 각 배상명령신청 각하 부분은 즉시 확정되어 이 법원의 심판 범위에서 제외됐다.
원심은 제1회 공판기일인 2023. 3. 8. 변론을 종결하면서 제2회 공판기일인 선고기일을 2023. 4. 7.로 지정해 고지했다. 원심은 변론 종결 후 피해자와의 합의서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자료 제출을 위한 기간을 고려해 선고기일을 2023. 4. 7.로 지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 지정·고지된 바와 달리 2023. 3. 24. 피고인에 대한 선고기일이 진행되어 교도소에 재감중이던 피고인은 교도관의 지시에 따라 법정에 출석했다. 원심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023. 3. 24. 판결을 선고한 원심의 조치에는 선고기일로 지정되지 않았던 일자에 판결선고절차를 진행함으로써 공판기일의 지정에 관한 법령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설령 2023. 3. 24. 재판장이 피고인이 재정한 상태에서 선고를 하겠다고 고지함으로써 선고기일이 2023. 3. 24.로 변경된 것으로 보더라도, 양형자료 제출 기회는 방어권 행사의 일환으로 보호될 필요가 있고, 형사소송법 제383조에 의하면 10년 미만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서는 양형이 부당하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게는 원심판결의 선고기일이 양형에 관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으로서 의미가 있는데, 원심법원이 변론종결시 고지되었던 선고기일을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사전에 통지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급박하게 변경하여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과 이에 관한 변호인의 변호권을 침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사기죄에서 동일한 피해자에 대하여 수회에 걸쳐 기망행위를 하여 금원을 편취한 경우, 그 범의가 단일하고 범행 방법이 동일하다면 사기죄의 포괄일죄만이 성립하고(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4862 판결 참조), 포괄일죄는 그 중간에 별종의 범죄에 대한 확정판결이 끼어 있어도 그 때문에 포괄적 범죄가 둘로 나뉘는 것은 아니고, 또 이 경우에는 그 확정판결 후의 범죄로서 다루어야 한다(대법원 1986. 2. 25. 선고 85도2767 판결, 2001. 8. 21. 선고 2001도331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2020. 4. 23.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국민체육진흥법위반(도박등)죄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020. 5. 2. 확정되었는데, 판시 <2022고단357> 사건의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 중 2019. 12. 4.자 및 2020. 3. 21.자 각 죄와 판시 <2022고단923> 사건의 제4의 가.항 중 범죄일람표3 연번 1 내지 5의 죄는 위 확정된 판결 이전에 범한 것이 명백하여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이므로 형법 제39조 제1항에 의하여 판시 나머지 죄와는 형을 따로 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판시 <2022고단923> 사건의 제4의 가.항 죄의 공소사실이 ‘2020. 4. 6.부터 2021. 3. 14.까지 피해자 C로부터 대출 금리를 낮추는 작업에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금원을 교부받아 편취한 것’임은 기록상 분명하므로, 이는 동일한 피해자에 대하여 동일한 범행 방법으로 단일한 범의 하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포괄일죄로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판시 2022고단923 사건의 제4의 가.항 죄는 그 최종 행위시인 2021. 3. 14.에 이루어진 범죄로서 위 확정된 판결 이후에 범한 것으로 다루어야 한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판시 2022고단923 사건의 제4의 가.항 죄를 판시 2022고단357 사건의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 중 2019. 12. 4.자 및 2020. 3. 21.자 각 죄를 제외한 나머지 죄와 경합범으로 보아 형법 제38조(경합범과 처벌례) 제1항에 의하여 형을 정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시 2022고단357 사건의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 중 2019. 12. 4.자 및 2020. 3. 21.자 각 죄 및 판시 2022고단923 사건의 제4의 가.항 중 범죄일람표3 연번 1 내지 5죄와, 판시 나머지 죄를 따로 합하여 형을 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판단에는 포괄일죄의 범행시기 및 경합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원심판결은 이 점에서도 파기를 면할 수 없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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