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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망인의 유골 분실 방지 법률상 주의의무 없다고 본 원심 파기환송

2023-07-18 12:00:00

(사진=대법원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2023년 6월 29일, 피고(지자체)가 분묘의 훼손이나 유골의 분실을 방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이 사건 분묘가 훼손되고 봉분 내 유골이 없어져 찾을 수 없게 됐다며 원고의 손해배상 사건 상고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항소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의정부지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3. 6. 29.선고 2021다286000 판결).

대법원은 피고는 구 장사법 제12조 제1항 및 구 장사법 시행령 제9조에 따라 무연고자로 처리된 망인의 시체에 대하여 10년 동안 매장·화장하여 봉안할 의무를 부담하고, 나아가 그 기간 동안 원고 등 망인의 연고자가 봉안된 망인의 시체·유골 등을 인수할 수 있도록 이 사건 분묘가 훼손되거나 망인의 유골이 분실되는 것을 방지하면서 이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분묘가 훼손되거나 망인의 유골이 분실되는 것을 방지할 법률상 주의의무가 없다고 보아, 이러한 주의의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를 배척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무연고 시체 등의 처리 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고의 형인 C는 정신지체자로 보호시설인 D 사랑의 집에서 생활해 오던 중 2011년 12월 22일 오전 4시 45분경 급성심장사로 사망했다.

C에 대한 변사사건을 수사하던 양주경찰서는 2011년 12월 27일 원고에게 C의 사망을 통보했으나 원고가 C의 시신을 인수하지 않자 2012년 2월 20일 피고(지자체)에게 행정처리를 의뢰했다.

피고는 2012년 3월 9일 C를 무연고사망자로 처리해 E병원 장례식장에 장례비 120만 원을 지급해 장례를 치루고, 피고가 장흥면 산34-1에 설치, 관리하는 공설묘지인 F공동묘지에 C의 분묘를 설치해 C의 시신을 매장한 다음 2012년 3월 중순경 이를 원고에게 통보했다.

원고는 2017년 7월경부터 C의 시신을 이장할 목적으로 이 사건 분묘를 찾았으나 이 사건 분묘에서 C의 시신이나 유골을 찾지 못했다.

원고와 피고 소속 공무원이 2018년 1월 30일 이 사건 분묘로 추정되는 장소를 방문해 분묘의 표지판을 찾았으나 원고가 재차 분묘 내 유골의 DNA 검사를 요청하면서 유골의 인수절차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어 2018년 10월 1일 피고 소속 공무원과 함께 이 사건 분묘로 추정되는 장소를 방문했으나 해당 분묘가 훼손되고 표지판이 멸실된 상태였음을 확인했다.

피고는 2018년 10월 17일 의정부지방검찰청에 제50번 분묘의 연고자를 분묘발굴죄 혐의로 수사의뢰했으나 의정부지방검찰청 검사 F는 2019년 1월 16일 피의자 소재불명을 이유로 불기소(기소중지)결정을 했다.

원고는 2019년경 이 사건 분묘의 훼손을 방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직무를 유기했다는 혐의로 피고의 대표자 시장 G를 고소했으나 의정부지방검찰청 검사 H는 2019년 4월 9일 G의 직무유기 혐의와 관련하여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결정(혐의 없음)을 했다.

원고는 2020년 8월 21일 피고 소속 공무원이 입회한 상태에서 이 사건 분묘로 추정되는 분묘를 개장하기까지 했으나, 아무런 유골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공설묘지를 설치·관리함에 있어 관리인을 배치하거나 CCTV를 설치하는 등으로 관리하여 분묘의 훼손이나 유골의 분실을 방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이 사건 분묘가 훼손되고 봉분 내 유골이 없어져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원고는 피고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이 사건 분묘가 훼손되고 봉분 내 유골이 없어진 탓에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데, 이러한 손해는 피고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기에 원고에게 위자료로 30,000,100원을 지급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의정부지방법원 2020. 10. 29. 선고 2019가단119732 판결)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조례의 내용과 이 사건 공설묘지의 성격, 피고가 사용자로부터 받는 사용료나 관리비(15년의 사용기간 동안 1기당 사용료 26,000원, 관리비 9,000원)의 정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공설묘지에 관리인을 배치하거나 CCTV를 설치하여 지속적으로 설치된 분묘의 훼손이나 유골을 분실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달리 이 사건 분묘의 훼손 또는 유골의 분실 경위나 그 과정에서 피고가 어떠한 구체적인 주의의무를 위반했음에 대한 주장, 입증도 없어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기각했다.

원고는 항소했다.

항소심(의정부지방법원 2021. 9. 30. 선고 2020나218186 판결)은 1심판결은 정당하다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원고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구 장사법 제12조 제1항에서 정한 법령상 의무는 시장 등으로 하여금 무연고자의 시체 등을 일정 기간 동안 매장·화장하여 봉안하는 것에만 한정된다고 볼 수는 없고, 연고자가 구 장사법 시행령 제9조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일정 기간 동안 구 장사법 시행규칙 제4조의 공고 등을 통하여 사망한 무연고자의 소재를 확인한 후 매장·화장·봉안된 시체·유골 등을 인수하여 적절한 예우를 할 수 있도록 봉안된 무연고자의 시체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의무까지 당연히 포함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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