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는 창원시 의창구에 있는 노동조합의 본부 본부장이고, 피고인은 노동조합의 본부 조직국장이며, F은 전 조직부장, G은 조직차장, H는 교섭국장, I은 산업안전국장, J은 산업안전차장, K는 사무국장, L은 사무부장, N는 고문으로 각 활동하는 자이다.
피고인과 C등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부산·울산·경남일대에서 공사가 진행중인 건설현장을 찾아가 노동조합의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고, 채용을 거절할 경우 공사현장에 체류 자격이 없는 외국인을 불법 고용한 사실 또는 공사현장에 안전조치가 미흡한 사례 등에 대해 관공서에 민원을 제기하려는 태세를 보이거나 공사현장 인근에서 집회를 개최해 공사현장 인근 주민들의 민원을 유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사업체를 압박해 공사업체들로부터 임단협비(임금 및 단체협약체결 관련 금품), 노조전임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갈취하기로 공모했다.
피고인은 C의 지시를 받고 F, H, J 등과 함께 2022. 7.경부터 8.경까지 진주시에 있는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 찾아가 아파트 골조 시공을 맡고 있는 현장 대리인에게 위와 같이 겁을 주고 이에 겁을 먹은 피해자로부터 같은 해 10. 21. 남해고속도로 부산방면 휴게소에서 피해자로부터 현금 5,000만 원(5만 원 권 1000장)이 든 쇼핑백을 교부받아 이를 갈취했다.
또 피고인은 2021. 6.경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아파트 신축공사현장에 찾아가 골조시공을 맡고 있는 현장소장에게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고 피해자가 이를 거절하자 "노동조합의 힘을 보여줄거다. 현장에서 각오해라", "안전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있는 장면을 사진촬영해 관공서에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겁을 주었다.
결국 피고인은 이에 겁을 먹은 피해자로부터 같은 해 9. 6.경 피해자와 지정되지도 않은 노조전임자의 매월 5일(1일당 8시간)근로시간 면제에 대한 임금 127만5000원과 복지비 2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286만5800원을 지급받은 것을 비롯해 그때부터 2022. 11. 11.경까지 합계 2806만 원을 갈취, 피해 공사업체들로부터 15회에 걸쳐 합계 1억2456만 원을 갈취하고, 3회에 걸쳐 합계 2912만 원을 갈취하려고 했으나 피해 공사업체들이 돈을 지급하지 않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1심 단독재판부는 설령 피고인과 그의 변호인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직접 해악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인 소속 본부 구성원들이 일체가 되어 각 피해자들에게 단체협약체결과 함께 이를 빌미로 정당한 대가성이 없는 여러 명목의 돈을 종용한 행위 자체가 해악의 고지로 봄이 타당하고, 피고인의 위 본부 내에서의 직책에 비추어 적어도 각 공동공갈죄(미수죄 포함)의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진다고 평가함이 옳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은 단체협약의 체결 경위와 노조전임자의 실질 근무 여부, 피해자들로부터 받는 돈의 사용처 등에 대해 잘 알고도 이에 가담한 이상, 갈취의 범의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피고인이 C 등 피고인 소속 본부 구성원들과 공모하여 각 피해자들을 협박하여 돈을 갈취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고, 증인의 일부 증언만으로는 위 인정을 뒤집기에 턱없이 부족하므로, 피고인과 그의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각 피해자들이 송금한 돈은 피고인 등의 개인 계좌가 아닌, ‘피고인 소속 본부’ 관리의 계좌로 입금되긴 했으나, ‘피고인 소속 본부’는 실질적인 구성원이 약 10여 명에 불과하고 그들이 이 사건 각 범행과 유사한 행동 및 이와 관련된 업무만을 담당한 점, 각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의 상당부분은 피고인을 비롯한 공범들의 급여나 활동비 등으로 지출된 점을 감안할 때, ‘피고인 소속 본부’에 귀속된 돈은 피고인을 비롯한 공범들의 이익으로 귀속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재판부는, ‘조합원의 고용, 단체협약, 전임비’ 등 마치 근로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할 것 같은 외관을 조직적으로 꾸미면서, 실질적으로는 피고인 자신과 피고인 소속 본부 구성원의 사익을 취하려 여러 피해자들로부터 상당한 돈을 계속적으로 갈취했는데, 이러한 각 범행으로 불필요한 건설비용을 지출하게 하여 최종적으로는 일반 시민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건전하고 성실한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공정한 경쟁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치고 정당한 노동조합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일으키기도 하는 등 사회적 폐해도 적지 않아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피고인은 범행 후 죄증을 감추려고 한 정황이 있고 피고인 소속 본부의 조직상 피고인이 가담한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음에도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책임을 면하거나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등 진지하게 반성하는지 여부도 의심스러운 점을 감안할 때, 재범 방지와 더불어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하지만 피해액이 가장큰 피해자에게 패해원금(5000만 원)을 지급하고는 원만히 합의 한 점, 뒤늦게마나 각 피해자들 중 상당수와도 형사상 합의에 이른 점, 전체 피해액 중 피고인이 실제 취득한 이득은 일부 인 점, 부양해야하는 가족이 있고 부친의 건강도 좋지 못한 점 등을 두루 참작해 형을 정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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