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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서 사망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 파기 환송

2023-06-20 08:34:35

(사진=대법원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2023년 5월 18일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숨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원고들에 대한 일반상해보험금 지금의무를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인천지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3. 5. 18.선고 2022다238800 판결).

원고들(망인의 부모)은 망인이 스스로 사망하자,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청구했고, 피고(손해보험사)는 '이 사건 사고는 피보험자(망인)가 심신상실 등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죽음으로 볼 수 없으므로 면책이라고 사료된다'라는 손해사정결과를 토대로 일반상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9000만 원의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인천지방법원 2021. 1. 13. 선고 2020가단230214 판결)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1심은 이 사건 보험사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중 일반약관 제22조 제1항 제1호 단서의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여 피고의 보험금 지급의무가 면책되지 않아, 피고는 보험수익자인 원고들에게 일반상해사망보험금 각 45,000,000원(일반상해사망보험금 90,000,000원 × 원고들의 상속분 2분의 1) 및 이에 대하여 원고들이 보험금을 청구한 다음날인 2019. 12. 27.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20. 5. 26.까지는 상법에서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을 선고했다.

원심(인천지방법원 2022. 5. 20. 선고 2021나51785 판결)은 피고(손보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원심은 주요우울병 등의 진단을 받았던 사실, 망인이 사망 직전 음주를 했던 사실 등을 인정하고 망인이 사망할 당시 신체적·경제적·사회적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보았음에도, 망인이 사망 직전 원고들 및 누나와 통화하며 ‘미안하다,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등 자신의 행위가 가지는 의미를 인식하고 있었던 점, 망인의 스스로 삶을포기하는 방식 등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의 이 같은 행위가 충동적이거나 돌발적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숨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망인(당시 20대)은 2010년경 우울증 진단하에 진료를 받았고 2016년경에는 주요우울병, 상세불명의 강박장애 등의 진단을 받았는데 당시 ‘죽음에 대한 생각도 많은 것으로 나타나므로 치료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당시 담당의사는 망인에 대해 ‘임상증상의 호전이 뚜렷하지 않고 병식이 부족한 상태로서 보다 집중적인 치료(입원치료 등)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소견을 밝혔다.

망인은 2019년경 물품배송을 하다가 허리를 다쳐 2019. 10. 4.경까지 진료를 받았고 물품배송일을 그만둔 후 보험회사에 취직했다가 사망에 이르기 보름 전쯤에는 다니던 보험회사에서 퇴직하기도 했다.

망인은 사망 전날인 2019. 11. 22. 오후 10시경부터 당일인 11. 23. 오전 2시30분경까지 E, E의 여자친구 등 3명과 함께 소주 8병을 나누어 마시고 맥주 1캔을 마셨으며 사망 직전에는 많이 취해서 비틀대고 구토를 하기도 했다. 한편 망인이 의도적으로 과도하게 음주를 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기 어렵다.

이와 같이 망인은 사망 9년 전부터 주요 우울병 등의 진단 하에 진료를 받아오다가 1년 전에는 입원치료가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고 우울증을 겪으며 반복적으로 죽음을 생각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무렵의 신체적·경제적·사회적 문제로 망인을 둘러싼 상황이 지극히 나빠졌고 특히 사망 직전 술을 많이 마신 탓으로 우울증세가 급격히 악화되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여지가 충분하다.
망인이 원고들 및 누나와 통화하고 매는 방식으로 사망한 것은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이후의 사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들을 면밀히 살펴보거나 심리하지 않고 망인이 원고들과 누나에게 통화한 사정 내지 죽음방식과 같은 특정 시점에서의 행위를 주된 근거로 들어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일반상해보험금 지급의무를 부정했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보험계약 약관 면책사유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원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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