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심(서울동부지방법원 2020. 8. 12. 선고 2020가단106795 판결)은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판결에 따른 채무는 이 사건 공탁으로 인하여 소멸했으므로, 이 사건 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1심판결은 정당하다며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사건 각 법률 조항 및 시행령 조항에서 정한 바에 따라 납세자 등이 국가로부터 납세증명서 등의 제출을 요구받고도 이에 불응하면, 국가는 대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으나(대법원 1975. 5. 13. 선고 75다10 판결, 대법원 1980. 6. 24. 선고 80다622 판결 참조), 납세자 등이 납세증명서 등을 제출할 때까지 그 대금지급채무에 관하여 이행지체책임을 면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9. 2. 12. 선고 98다49937 판결 참조). 이러한 경우 국가는 채권자인 납세자 등의 수령불능을 이유로 변제공탁함으로써 대금지급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에 따라 지체책임도 면할 수 있다. 이 사건 각 법률 조항 및 시행령 조항에서 납세자 등이 국가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을 때에는 납세증명서 등을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납세증명서 등의 제출이라는 반대급부를 이행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러한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하는 변제공탁은 유효하다고 할 것이다. 이는 채권양도로 인하여 양도인의 납세증명서 등을 제출하여야 하는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은, 원심은 이 사건 공탁이 변제공탁의 요건을 갖추었고, 양도인인 C의 납세증명서 등을 제출할 것을 조건으로 정했다고 하여 이 사건 공탁을 무효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변제공탁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또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위임 입법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법률유보원칙, 자기책임원칙, 과잉금지원칙, 조세법률주의 및 평등권 등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볼 수 없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위임 입법의 한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인정했다.
주식회사 C(이하 ‘C’. 소외회사)와 원고(대한민국)는 2015. 3. 23. C가 원고에게 2015. 9. 19.까지 합계 402,055,030원 상당의 구명조끼 등을 납품하기로 하는 내용의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했다.
C는 피고에게 위 물품공급계약에 따른 물품대금채권을 양도했고, 원고는 2015. 3. 25. 위 채권양도를 승낙했다.
피고는 원고에게 위 채권양도에 따른 양수금의 지급을 청구했으나, 원고는 납세증명서 등의 제출을 요구하면서 그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양수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위 법원은 2017. 1. 25. ‘원고는 피고에게 144,384,890원과 이에 대하여 2016. 6. 1.부터 2016. 8. 25.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했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됐다.
원고는 2020. 2. 13. 피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위 확정판결에 따른 판결금 221,605,090원을 변제공탁하면서 공탁물 수령의 반대급부로 C의 ‘국세, 지방세, 국민연금·국민건강보험 완납증명서를 제출’하라는 조건을 붙였다(이하 ‘이 사건 공탁’이라 한다).
◇구 국세징수법(2020. 12. 29. 법률 제17758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국세징수법’이라 한다) 제5조는 납세자가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부 관리기관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을 경우’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납세증명서를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른 구 국세징수법 시행령(2021. 2. 17. 대통령령 제3145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국세징수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1호는 채권양도로 인하여 국가 등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는 자가 원래의 계약자 외의 자인 경우에는 ‘양도인과 양수인의 납세증명서’를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지방세징수법 제5조 및 그 위임에 따른 지방세징수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1호, 국민연금법 제95조의2 및 그 위임에 따른 국민연금법 시행령 제70조의3 제4항 제1호, 국민건강보험법 제81조의3 및 그 위임에 따른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47조의3 제3항 제1호도 국가 등으로부터 대금이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계약의 대가를 지급받을 때에 납세증명서나 보험료납부증명서를 제출하되, 채권양도가 있는 경우에는 ‘양도인과 양수인’의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이하 위 국세징수법·지방세징수법·국민연금법·국민건강보험법 조항을 ‘이 사건 각 법률 조항’이라 하고, 위 국세징수법 시행령·지방세징수법 시행령·국민연금법 시행령·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조항을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라 한다).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판결에 따른 지급을 거절하고 있을 뿐 피고에게 변제를 수령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므로 이 사건 공탁은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했다.
-원고로서는 이행지체에 따른 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이를 공탁하여야 할 현실적인 필요도 충분하다. 따라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는, 이 사건 판결의 주문에 어떠한 반대급부 의무도 부가되어 있지 아니함에도 이 사건 공탁에는 반대급부로서 납세증명서 등의 제출을 변제 조건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공탁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 이 사건 판결에서 위 납세증명서 등의 제출을 반대급부로 명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반대급부로 정한 이 사건 공탁이 무효의 공탁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는, 채권양도로 인하여 국가 등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는 자가 원래의 계약자가 아닌 경우에 양도인과 양수인의 납세증명서 및 납부증명서의 제출을 요구하는 이 사건 관련규정은 헌법의 기본권 제한 법률유보의 원칙, 자기책임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조세법률주의에 반하고, 국민의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므로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조세채권의 확보라는 공익과 국민연금제도 및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공익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관련규정이 원고의 주장과 같이 헌법상의 각종 원칙을 위반하거나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는, 원고가 소외 회사와 피고 사이의 채권양수도 통지를 받고 이를 승인하면서 ‘양수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양도인의 납세증명서 등을 제출하여야 한다’는 뜻을 포함시키지 아니했음에도 이를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고 이 사건 공탁을 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원고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채권양도를 승인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에게 납세증명서 등의 제출 의무를 면제하여 주겠다는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 채권양도 승인으로 인하여 피고로 하여금 납세증명서 등의 제출 의무가 없다는 잘못된 신뢰를 공여했다고 볼 수도 없으며, 이 사건 공탁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것이라고 볼 만한 아무런 사정도 없다. 따라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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