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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도로에 누워있던 피해자 역과 사망사고 유죄 원심파기 무죄

2023-05-26 16:53:31

대구지법/대구고법현판
대구지법/대구고법현판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구지법 제3-1형사부(재판장 김경훈 부장판사, 정석원·이은정 판사)는 운전하다 도로에 누워있던 피해자를 역과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도 그대로 도주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혐의로 기소된 피고인(20대·여)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2022노2074).

피고인은 2020년 6월 24일 오후 10시 52분경 승용차를 운전하여 경북 의성군 봉양면 경북대로 앞 편도 2차로의 도로를 의성읍 쪽에서 봉양면 쪽으로 2차로를 따라 시속 약 70km(제한속도 시속 64km, 하향등)의 속도로 진행하게 됐다. 당시는 야간이고 비가 내려 노면이 젖어있는 상태였다.
피고인은 전방주시의무를 게을리 한 채 운전한 과실로 편도 2차로 도로의 1차로와 2차로 사이에 누워있던 피해자(20대·남)를 역과했다. 피고인은 업무상과실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게 했음에도 즉시 정차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해 피해자를 같은 날 오후 10시 58분경 현장에서 사망에 이르게 했다.

1심(대구지방법원 의성지원 2022. 6. 9. 선고 2021고단134 판결)은 피고인에게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판단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① 피고인에 앞서 이 사건 사고 장소를 지나간 B이 원심법정에서 ‘피해자가 밝은 색의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약 50m 전방에 누워있는 피해자를 발견한 후 회피할 수 있었다’고 증언한 점, ② B에 앞서 이 사건 사고 장소를 지나간 C와 D 역시 도로에 누워있는 피해자를 사전에 발견한 후 회피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비록 이 사건 사고 당시 비가 내리고 주변이 어두워 시야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더라도 도로에 누워있는 피해자를 사전에 발견한 후 회피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상황에 비추어 피고인으로서는 도로에 누워있던 피해자를 미리 발견한 후 회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으며 설령 과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유죄로 판단했다"며 양형부당과 함께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업무상과실이 있다거나 설령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받아들였다.

우선 B의 경우, 하향등이 아닌 상향등을 켜고 있었을 뿐 아니라 운전을 직업(신문배송)으로 하는 사람이었으므로 그의 사고 회피 사실을 가지고 피고인의 주의의무위반을 추단할 수는 없다(B은 원심에서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라는 취지로 증언하기까지 했다). 다음으로 C, D의 경우, 위 사람들이 상향등과 하향등 중 어떤 것을 점등하고 운전했는지 확인되지 않는 등 그들의 운전상황에 관한 아무런 증거가 없어 마찬가지로 그들의 사고회피 사실을 가지고 피고인의 주의의무위반을 추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이 법원의 도로교통공단에 대한 사실조회회신에 따르면 설령 피고인이 제한속도인 시속 64㎞를 준수했다고 하더라도 제동장치의 조작을 통한 사고회피 가능성은 없었다고 봄이 상당하다(특히 이 사건에 있어 피해자는 보행 중이 아니라 누워 있었고 또 하의가 어두운 색이었으므로, 가시거리가 약 37m 보다 더 짧았을 것임이 분명하다).

이 사건 도로의 1차로 쪽에는 중앙분리대가, 2차로 쪽 진행방향 앞부분에는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어 피해갈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점과 이 사건 사고 장소에 아무런 외부 조명이 없었음에 따라 운전자로서는 도로 밖 공간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순간적인 조향장치 조작을 통해 피해자를 피해갈 것을 기대할 수도 없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 피고인과 같은 몸무게의 운전자 1명이 탑승한 차량이 제한속도인 시속 64㎞의 속도로 노면이 젖은 아스팔트 도로를 진행하다 제동을 한 경우에 있어, ‘정지거리’(운전자가 전방의 위험을 인지한 때부터 제동장치를 조작하여 차량이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진행한 총 거리)는 약 44.66m(= 공주거리 약 17.78m + 제동거리 약 26.88m)이다. 여기서 ‘공주거리’란 일반적으로 운전자가 장애물 등의 위험을 인지하고서 즉각 제동장치를 조작하여 실제 그에 의한 제동효과가 처음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진행한 거리를 말하고, ‘제동거리’ 란 실제로 제동장치가 작동하여 최초의 제동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때부터 제동력의 계속적 작용에 의하여 차량이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진행한 거리를 말한다

○ 아무런 외부 조명이 없는 한밤에 피고인 차량과 같은 종류의 차량이 전조등 중 하향등을 켰을 경우, 운전자가 백색 의복을 착용한 보행자를 사람으로 인식할 수 있는 가시거리는 약 37m이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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