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소년원에는 스승은 있고 제자는 없다고 한다. 소년원 교사는 제자를 밝힐 수도 없다. 따라서 영광도 없다. 재비행 없이 잘 살아가는 그 자체에 만족한다. 건강한 사회인으로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새 출발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보살피고 교육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긴다.
필자가 근무하는 춘천소년원은 신촌정보통신학교라는 명칭을 함께 사용하는 법무부 비행청소년 교육 전문기관이다.
28년의 근무 기간 동안 상처도 많았지만 면회 때 소년원에서 치른 각종 자격시험과 검정고시 합격증을 들고 나온 아이들이 부모에게 “저 합격했습니다.”라며 자랑하듯 뽐내는 귀여운 모습을 보며 같이 웃을 수 있어 좋았고 흐뭇해하는 부모들을 보며 보람도 느꼈다. 그리고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는 날 부모와 함께 찾아와 “그동안 잘 지도해 주어 고마웠습니다.”라고 인사를 할 때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이 오히려 미안했다.
소년원 직원이라는 이유로 나를 존중해준 15년 전의 일 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파트 윗 층에 사는 어르신을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났다. 내게 어떤 일을 하고 있냐고 물어와 “소년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자 “훌륭한 일을 하십니다.”라고 말하며 허리를 굽혀 나에게 인사를 했다. 이후로도 만나면 늘 “훌륭하십니다. 존경합니다.”라는 인사를 해와 난감했었다.
내가 어르신 말씀처럼 정말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지는 지금도 물음표이지만 적어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 소년원 아이들에게 모델링이 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큰 성과는 없어도 아이들이 달려와 밝은 모습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어른,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이들이 자신의 몫을 하는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오늘도 목소리를 높이고 정성을 다하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아이들의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소년원에서 아버지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이유이다.
-춘천소년원 사회정착지원계장 홍석표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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