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신봄메 부장판사·이신애·김경중)는 2023년 2월 16일 원고 A씨와 그 가족(배우자와 자녀2명)이 피고 아파트 관리업체 B사와 아파트입주자 대표자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6억7천만원을 배상토록 판결했다. 피고들의 책임비율을 50%로 제한했다. 원고들의 각 나머지 청구는 각 기각했다.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공동해 원고 A에게는 6억3755만 원(위자료 3600만 원 포함), 원고 배우자에게는 위자료 1800만 원, 자녀들에게는 위자료 각 800만 원에 대해 불법행위 다음날인 2018.5.11.부터 이 판결선고일 2023. 2.16.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고 판결을 선고했다.
A씨(당시 48세)는 2018년 5월 어느날 아침 9시쯤 자신이 살던 광주광역시의 한 아파트 단지내 발전기 환풍구 지하바닥에서 발견됐다. 한 행인이 환풍구 가림막이 뜯겨져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 환풍구 바닥을 내려다 보고는 8미터 아래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A씨를 발견한 것이다.
A씨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져 두개골 절제술, 혈종 절제술 등 응급조치와 수술을 받아 목숨은 건졌다. 하지만 사지마비로 보행이 불가능해 침상에 누워있어야만 하고 식사는 튜브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또 부인 이외에는 다른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정상적인 의사소통도 불가능해졌다.
사고현장에서 발견된 A씨의 휴대폰에서는 전날 밤 11시쯤 지인과의 통화와 문자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경찰과 A씨 가족은 A씨가 전날 밤 지인과 통화 등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환풍구 가림막에 기대었다가 추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A씨 부인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법률구조공단과 피해자 가족은 A씨의 과실을 50%로 추정한 손해배상금액을 산정한 뒤 아파트 시설관리 주체인 입주자 대표자회의와 위탁관리업체인 B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입주자 대표자회의와 B사는 책임을 극구 부인했다. 안전점검을 지속적으로 했고, 환풍구 가림막이 일반인이 평소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다른 대부분의 환풍구 시설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해명했다. 또한 A씨가 술에 만취해 돌발행동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공단측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했다. 재판부는 A씨의 노동능력 상실정도를 100%로 판정한 뒤 해당 환풍구가 인도 뒤쪽 지상 주차장 옆에 있어 접근이 용이한 점, 환풍구 앞 잔디가 훼손되고 흙길이 다져진 것으로 보아 평소 통행이 잦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지적했다.
또한 환풍구 가림막 앞에 차단시설이 없고, 가림막(105cm×95cm크기 새시)이 낮아 어린 아이들도 넘어지는 경우 가림막에 충격을 가할 수 있으며, 환풍구 안쪽에 추락 대비용 그물망이 없었던 것도 꼬집었다. 이 사건 환풍구 오른쪽 상단에 "위험"문구의 표지판이 붙어 있었으나, 이 사건 환풍구 인한 안전사고를 방지할 만한 충분한 방호조치라고 보기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고 이후 가림막 앞에 철제구조물이 추가로 설치된 것을 지적하며, 진즉에 이런 조치를 했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입주자 대표자회의 등 피고의 과실을 50%로 제한한 공단측 계산법을 그대로 수용했다.
소송을 대리한 공단 소속 구태환 변호사는“아파트 발전기 환풍구처럼 우리 생활 주변에 흔한 시설물이 의외로 안전에 취약한 경우가 많다”며 “세심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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