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은, 원심이 출동 경찰관들이 피고인에 대한 체포의 필요성에 대하여 재량의 범위 내에서 요구되는 진지한 고려를 다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하여 피고인에 대한 현행범인 체포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2조). 현행범인으로 체포하기 위하여는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시간적 접착성, 범인·범죄의 명백성 외에 체포의 필요성,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도302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는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체포 당시의 상황에서 보아 그 요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이 없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수사주체의 현행범인 체포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도8184 판결,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3726 판결 참조).
피고인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2019년 7월 8일 0시 50분경 안양시 만안구에 있는 한 식당 안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식사를 하기 위하여 앉아있던 C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욕설을 하고 그의 멱살을 잡고 밀치고 잡아당기는 등으로 C를 폭행했다.
안양만안경찰서 안양지구대 소속 경찰관 D, E, F는 식당 종업원의 112신고에 따라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관들이 출동했을 당시에도 피고인은 C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시비를 걸고 있었다. C는 출동 경찰관들에게 위 식당에 밥을 먹으러 왔다가 전혀 알지 못하는 피고인으로부터 이른바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면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고, 피고인은 그때에도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면서 손가락질을 했다.
이에 경찰관들은 피고인과 C를 식당 밖으로 나가게 했다. 경찰관 D는 피고인과 C로부터 신분증을 제시받아 피고인의 신분증상 주소지가 경남 거제시로 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경찰관 E, F은 식당 밖에서 피고인과 C를 분리해 그들로부터 진술을 들었는데, 당시 피고인은 자신이 C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C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거나 C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려고 시도하다가 경찰관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경찰관 D는 식당 안에서 CCTV 영상을 시청해 위 폭행상황을 확인하고 경찰관 F로부터 식당 바깥의 상황을 전달받은 후, 식당 밖으로 나와 그곳에 있던 피고인에게 피의사실의 요지 등을 고지하고 피고인을 현행범인으로 체포했다.
피고인은 약 30분동안 지구대 의자에서 돌아디니면서 술에 취해 큰 소리로 그곳 경찰관 8명에게 “내가 너희들 모가지 날려버린다!”, “나한테 가까이 오면 때린다!”는 욕설과 위협적인 말을 하면서 소란행위를 했다. 결국 피고인은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은 C에 대한 폭행사건으로 출동한 경찰관에게 신분증을 교부했고 경찰관이 피고인의 폭행장면이 촬영된 사건 현장 CCTV를 확보했으므로, 더 이상 피고인에게 도망의 염려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었음에도 경찰관이 피고인을 현행범인 체포한 것은 위법하고, 이러한 위법한 체포에 대항하기 위해 피고인이 지구대 안에서 소란행위를 한 것은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1심(2019고정679)인 수원지법 안양지원 허문희 판사는 2020년 9월 18일 모욕, 경범죄처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40차례 폭력전과가 있는 점,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벌금 60만 원을 선고했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모욕의 점은 무죄. 민원인과 경찰관 8명이 있는 자리에서 피해자인 순경에게 욕설해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했다. 당시 민원인은 수년간 정신분열증을 앓고 노숙을 하는 등으로 경찰관의 보호조치에 따라 지구대 내에 있었던 자로 이 사건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피해자의 동료경찰관들로 그 인적 관계 또는 신분상 관계에 비추어 볼때 피고인의 욕설로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가 저하되었다고 보기어렵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의 명예감정이 상한 것은 별론으로 하고 모욕죄의 보호법인인 피고인의 외부적 명예가 훼손됐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묻지마 폭행 이후 피해자와의 합의로 기소되지 않았다.
1심은 경찰관의 피고인에 대한 현행범인 체포는 위법하다고 보기어렵다며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하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했다.
그러자 피고인(유죄부분 법리오해)과 검사(무죄부분 법리오해)는 쌍방 항소했다.
원심(2심 2020노5255)인 수원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김은성 부장판사)는 2021년 9월 1일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경범죄처벌법위반의 점은 무죄를 선고했다. 1심판결 중 무죄부분(모욕)에 대한 검사의 항소에 대해 1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기각했다.
원심은 이 사건 당시 피고인에 대한 경찰관들의 현행범인 체포는 위법했고, 안양지구대에 인치된 후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피고인의 행위들을 관공서 주취소란행위라고 평가하여 경범죄처벌법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보아 경범죄처벌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1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현행범 체포에 대해 다른 판단을 했다.
대법원은 경찰관들이 출동했을 당시는 피고인이 C에 대한 폭행 이후에도 계속하여 C에게 욕설을 하면서 시비를 거는 등으로 피고인의 폭행범행이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였다고 볼 수 있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늦은 밤에 식당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시비를 걸어 일방적으로 폭행에 이른 범행경위에 비추어 볼 때 사안 자체가 경미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인은 경찰관이 출동한 이후 CCTV 영상으로 확인되는 폭행상황과는 달리 자신의 범행은 부인하면서 피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피고인이 제시한 신분증의 주소지는 거제시로서 사건 현장인 안양시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어서 위와 같은 폭행에 이르게 된 범행경위를 고려할 때 추가적인 거소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이는 등으로 피고인에게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을 현행범인으로 체포한 경찰관의 행위가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 해당하는 위법한 체포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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