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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종친회 회장 선출 반대하며 '사기꾼'발언 명예훼손 유죄 원심 파기환송

대법원,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 오해

2022-02-25 09:17:59

(사진=대법원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2022년 2월 11일 종친회 회장 선출에 반대하며 '남의 재산을 탈취한 사기꾼'이라고 발언한 명예훼손 사건 상고심에서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유죄부분과 피고인 B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대구지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2.2.11. 선고 2021도10827 판결).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 사건 발언 내용이 진실이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하여 형법 제31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해, 피해자가 위증교사, 사문서위조 등으로 1회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을 뿐 사기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그 밖의 전과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의 발언이 진실이라고 볼 수 없고, 설령 피고인들이 이를 진실로 오인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해 위 주장을 배척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이 사건 발언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는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진실에 반한다고 단정하고 이어서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하여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부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했다.

피고인 A는 E씨 대구청년회 부회장, 피고인 B는 E씨 D 대종회 평의회 총무이고, 피해자는 E씨는 대구종친회 회장이다.

피고인들과 피해자는 E씨 종친으로 알게 된 사이일 뿐, 상호간 별다른 개인적인 친분관계는 없었다.

E씨 종친회는 2017. 11. 18. 개최할 총회에서 차기 D 대종회 회장 선출을 예정하고 있었다. E씨 대구종친회는 2017. 10. 21. 위 회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을 실시했고, 그 결과 피해자가 후보자로 선출됐다.

한편 피해자는 2005년경 대구고등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죄, 사문서위조죄, 위조사문서행사죄, 위증교사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원심이 증거로 든 대구중부경찰서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죄로 처벌을 받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피해자의 이러한 범죄전력은 피고인들을 포함한 다수의 종원들에게 알려져 있었고, 특히 G는 2017. 3.경 E씨 대구종친회에 ‘피해자는 같은 종원 H으로부터 부동산을 명의신탁 받고 그 반환을 거부하여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이므로, 종친회 임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피고인 A는 총회 전날인 2017년 11월 17일 오후 6시경부터 D 재실에 “I은 부끄러운 D대종회장을 원치 않습니다.”라고 기재된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피해자가 D 대종회 회장으로 선출되는 것을 반대하는 의사를 적극 표현했다.

피해자는 2017년 11월 18일 오후 2시경 개최된 총회에서 D 대종회 회장 선출과 관련한 발언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는데, 피고인들은 그 단상 아래에서 피해자의 발언을 방해하며 수백명의 종원들이 듣는 가운데 "남의 재산을 탈취한 사기꾼이다. 사기꾼은 내려오라"라고 이 사건 발언을 해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2019고정530)인 대구지법 장민석 판사는 2020년 7월 22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각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A의 2017.10.24.자 명예훼손의 점은 무죄.

그러자 피고인들(유죄부부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및 검사(피고인 A에 대한 무죄부분, 양형부당)는 쌍방 항소했다.

원심(2심 2020노2514)인 대구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남근욱 부장판사)는 2021년 7월 22일 피고인들과 검사의 피고인 A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해 1심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에 대해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한 원심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형법 제310조에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하는 것이고,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3048 판결,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도3570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이 사건 발언의 주된 취지는 피해자가 다른 사람의 재산을 탈취한 전력이 있다는 것으로,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죄의 전과가 있는 이상 주요부분에 있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피고인들이 ‘사기꾼’이라는 표현도 사용했으나, 이는 피해자의 종친회 회장 출마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한 것이거나 다소 과장된 감정적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탈취’, ‘사기꾼’이라는 표현은 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죄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일반인으로서 법률적 평가만을 달리 한 것일 수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위 전과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 위 표현과의 관련성을 심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원심은 단순히 피고인에게 사기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발언 내용이 허위의 사실이라고 단정했다.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범죄전력이 있는 피해자가 종친회 회장으로 선출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에 관한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발언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고, 이와 같은 피해자의 종친회 회장으로서의 적격 여부는 종친회 구성원들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익성이 인정된다.

피고인들이 다소 감정적이고 과격한 방식으로 이 사건 발언을 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이 사건 발언을 한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피해자를 비방하려는 데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범죄전력과 같은 개인적인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종친회 회장으로 출마함으로써 공공의 이익과 관련성이 발생한 이상, 그러한 사정만으로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것은 아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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