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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법, 술마시고 시비붙어 지인 살인과 방화로 이웃 추락사망케 한 50대 항소심 징역 35년

2022-02-09 09:27:49

부산법원 종합청사.(사진=전용모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부산법원 종합청사.(사진=전용모 기자)
[로이슈 전용모 기자] 부산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종훈 부장판사·손태원·김웅재)는 2022년 1월 27일 살인과 방화로 피해자 2명을 숨지게 해 현주건조물방화치사, 살인, 현주건조물방화치상, 사체손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항소심에서, 피고인(50대)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주장, 심신장애 주장은 배척하고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들을 모두 직권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2021노377, 397병합).

압수된 흉기, 라이터를 피고인으로부터 각 몰수했다.
피고인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심신미약, 양형부당(제1원심 징역 35년, 몰수, 제2원심 징역 6월-공무집행방해)으로, 검사는 제1원심판결에 대한 양형부당으로 쌍방 항소했다.

항소심은 병합심리하기로 결정했다. 원심판결들이 피고인에 대해 유죄로 인정한 각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제1항에 따라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들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됐다. 직권파기 사유가 있더라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 대상으로 살폈다.

피고인은 지인인 피해자 B와 술을 마시다가 시비하던 중 위 피해자로부터 용 모양의 동철조각상으로 얼굴 부위 등을 가격당해 상해를 입자 격분해 흉기를 집어 들고 피해자를 여러 차례에 걸쳐 얼굴과 목, 가슴 등 부위를 찌르거나 베어 피해자를 살해하고, 피해자의 사체에 인화성 물질을 뿌린 뒤 불을 붙여 사체를 손괴하고 그 불이 자신의 주거지인 다세대주택 건물에 옮겨 붙게 했다.

위 화재로 같은 건물 3층에 살던 피해자 K가 창문으로 탈출하려다 추락해 사망하는 참혹한 결과가 발생했고, 다른 거주자들 3명은 연기를 흡입하여 기도의 화상 또는 일산화탄소 중독 등의 상해를 입었다. 3명중 1명은 장기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등 그 상해의 정도가 중대하다.
피고인은 그 외에 술에 취해 차도에 누워 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해 자신을 구호하려는 경찰관을 폭행하기도 했다.

피해자 B는 사망하기 전 2021년 4월 20일 오후 11시 15분경 112신고를 하여 경찰관과 약 3분간 대화를 나누었다. 당시 피해자 B는 ‘내가 친구와 싸워서 지금 서로 피를 흘리고 있다’라고 하면서 119 구급차가 필요하다고 하고 경찰관에게 그곳 주소를 알려주려고 하는 등 구조를 요청했다. 경찰관은 대문 밖으로 나와서 주소를 파악해 보라고 이야기 했고 피해자 B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하다 갑자기 말이 끊겨 통화가 종료됐다. 그후 경찰이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피해자 B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CCTV영상에 의하면 통화 종료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오후 11시 36분경 피고인이 피해자 B를 찌른 흉기 등을 챙겨 집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확인되는 점 등을 보면 피해자 B는 통화 종료 무렵 피고인으로부터 공격을 당해 치명상을 입고 사망하게 됐다고 인정 할 수 있다. 피고인의 정당방위나 과잉방위가 성립할 수 없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했다.

또 피고인이 피해자 B로부터 머리를 가격당해 정신을 잃었다고 깨어났는데, 깨어나 보니 이미 불이 나 있는 상황이라는 주장에 대해, 피고인이 피해자 B의 사체에 불을 놓아 사체를 손괴하고 그 불이 피고인의 주거지로 사용하는 건조물까지 번지게 한 사실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할 수 있다며 이 부분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봤다.

피고인이 피해자 B의 사체에 불을 놓았다는 사실관계는 이 사건 화재 현장에 대한 감식 결과나 피해자의 사체 부검 결과, CCTV 영상 등을 통해 확인되는 객관적인 정황에 모두 부합한다.

재판부는, 공무집행방해의 점에 대해 피고인은 술에 만취해 당시 B가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B의 다리를 잡은 사실이 있을 뿐 주먹과 발로 B의 다리를 폭행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살폈다.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서도 피고인이 '경찰'이라고 지칭하면서 항의하는 모습이 확인되는 점, B의 진술과 사건직후 촬영된 B의 다리 부위 상처 사진도 이에 부합하는 점 등을 보면, B를 폭행한 사실 및 경찰관임을 알았던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며 이 부분 원심판단 역시 정당하다고 수긍했다.

끝으로 피고인의 심신미약 주장에 대해서도, 이 사건 각 범행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을 상실한 상태 또는 그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배척했다.

(양형이유) 이 사건 살인 범행의 경우 상호 다투다가 격분하여 우발적으로 벌어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계획적으로 피해자 B를 살해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 전에는 비교적 경미한 범죄로 벌금형을 네 차례 선고받은 것 외에는 범죄를 저질러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 이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피고인의 살인 및 방화 범행으로 두 명의 피해자들이 무엇보다도 존귀한 생명을 무참히 빼앗겼고, 피해자 B는 사망 직전 경찰에 신고하여 도움을 요청하다가 피고인의 공격을 받고 사망했는데, 위 피해자가 죽음에 이르는

동안 느꼈을 공포와 고통을 헤아리기 어렵고, 영문도 모른 채 생을 마감하거나 상해를 입은 방화 피해자들의 억울하고도 비통한 심정 또한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비록 이 사건 범행 전에 피해자 B가 피고인과 다투는 과정에서 피고인을 공격하여 상해를 가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위와 같이 잔혹하고 위험한 범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가 될 수 없다. 허망하게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유족들도 심각한 충격과 슬픔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어떻게든 정당화하려는 태도로 일관할 뿐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인 바 없고, 유족들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유리한 정상을 모두 참작하더라도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책이 매우 무겁고, 피고인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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