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고인은 2020년 4월 6일 오후 11시경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112신고에 의해 출동한 울산동부경찰서 소속 경위인 피해자 D(61)로부터 사건 처리에 관
한 질문을 받고 “니가 경찰관이냐 개XX야, 십X끼, 니 술취했나, 양아치새끼, 개XX야 뭔데.”라고 욕설하면서 오른발로 피해자의 낭심과 사타구니 부위를 1회 차고, 양손으로 피해자의 가슴과 배 부위를 밀치며, 무릎으로 불상 부위를 때리려 했다. 계속해서 피고인은 머리를 들이밀다가, 수갑을 사용해 피고인을 제압하려는 피해자의 손을 뿌리치면서 이마로 피해자의 코와 입 부위를 1회 들이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경찰공무원의 112신고사건처리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함과 동시에 피해자에게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안면부 찰과상 및 비골의 골절’ 등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은 2020년 4월 6일 저녁 주거지에서 아내 E와 심하게 다투었는데, 자녀 F는 두려움을 느끼고 오후 9시 53경부터 여러 번에 걸쳐 "가정폭력이 발생했다"며 112신고를 했다. 112신고를 받고 울산동부경찰서 소속 경위 J, K가 오후 10시 7분경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피고인과 자녀들만 집 안에 있었고 아내는 다툼을 피해 집 밖으로 나간 상황이었다.
피고인이 경위 K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상황이 종결되었으니 돌아가라고 말하는 사이 아내 E이 돌아와 자녀 H를 차에 태웠는데, 피고인은 다시 H를 차에서 내리게 한 다음 집 안으로 들어가 잠을 자게 했다.
울산동부경찰서 C 소속 경위 D와 경장 L은 지원요청을 받고 오후 11시경 현장에 도착했는데, 먼저 출동한 경찰관들로부터 E와 자녀들을 피고인으로부터 분리조치 해야 하는데 피고인의 협조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피고인은 F에게 "어떻게 신고를 할 수 있냐"며 집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말라고 다그쳤고, 이를 말리는 E에게 욕설을 했며, 자녀 H를 두고 가라고 말하면서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경장 L은 E와 자녀들인 F, G에게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을 권유했으나, E은 피고인이 흥분한 상태여서 자녀 H를 두고 갈 수 없으니 꼭 데리고 가야한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경위 D는 집 안의 베란다 쪽에 있는 거실문 앞으로 다가가 피고인에게, 집 안으로 들어가 H에게 거취 의사를 확인하겠다고 말했으나, 피고인은 이를 거부했다. 피고인은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① 경위 D가 피고인 아들 H의 거취 의사를 확인하겠다고 하자 피고인은 이를 거부했는데, 그 과정에서 경위 D가 집으로 들어오려고
하면서 피고인의 허리를 양손으로 붙잡고 흔들었고, 피고인은 이에 저항하기 위하여 D의 멱살을 잡고 밀어냈을 뿐 오른발로 D의 낭심과 사타구니 부위를 1회 찬 사실이 없고, ② 이후에도 피고인이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특별한 유형력을 행사한 적이 없어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경찰관들은 피고인을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했으며, 피고인은 체포 현장에서 미란다 원칙을 고지받지 못했고, ③ 피고인은 위법한 체포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D의 허벅지를 발로 찼고, 순찰차 뒷좌석에 연행되는 과정에서 이마로 D의 코와 입 부위를 들이받았을 뿐이므로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의 쟁점은, ① D이 피고인의 명시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는지, 그렇다면 그러한 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하는지 여부 ② 피고인에 대한 현행범인 체포가 형사소송법상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 ③ 피고인에 대하여 공무집행방해죄와 상해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이에 대해 정제민 판사는 가정폭력사건의 피해자인 E은 112신고 이후 집 밖으로 피신한 상태였고, 경찰관들이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에는 자녀들 및 경찰관들과 함께 집 밖의 마당에 있었으므로 경찰관들이 피해자인 E를 보호하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가야 할 긴급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피고인이 H를 데려가겠다는 E의 말을 듣고 다소 흥분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로 인하여 H에 대한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질 위험성이 인정된다거나 H에 대한 위해가 임박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아무런 정황이 없는 이상, D가 피고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한 행위는 적법한 직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검사는 ‘막내 아들인 H과 함께 분리조치를 받겠다’는 취지로 E가 요청했기에 가정폭력사건의 분리조치가 종료된 것으로 볼 수 없고 H의 의사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었으므로 경위 D의 행위가 전체적으로 적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인과 E의 분리가 끝난 이상 분리조치는 완료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H에 대한 공동친권자인 피고인이 명시적으로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 이상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물리력을 행사하면서까지 H의 의사를 확인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D의 행위가 위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봤다.
정 판사는 피고인은 경찰관들로부터 도망가려는 태도를 보인 적이 없고, 언성을 높이기는 했어도 경찰관들에게 먼저 폭력을 행사하며 대항하지 않았는데도 경찰관들이 체포행위에 나아갔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현행범인 체포 요건 충족 여부에 관한 경찰관들의 판단은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체포한 행위는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이 점에 있어서도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현행범인으로 체포하면서 적법하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정제민 판사는 피고인이 체포를 면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D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불법체포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다.
◇형법 제136조가 정하는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으로, 이러한 적법성이 결여된 직무행위를 하는 공무원에게 대항하여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공무집행방해죄로 다스릴 수는 없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7도7514 판결 등 참조).
한편 경찰관이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실력으로 피의자를 체포하려고 하였다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경찰관의 체포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을 벗어나 불법하게 체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 피의자가 그 체포를 면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불법체포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7도10866 판결 등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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