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하면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가해행위와 이로 인한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은 객관적·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즉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때를 의미함(대법원 1992. 5. 22. 선고 91다41880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 성폭행 피해 당시 원고의 나이, 원고와 피고의 관계, 원고가 2016년 피고와 조우하면서 급격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고 그 후 처음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2016.6. 7.경 전문가로부터 성범죄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현되었다는 진단을 받은 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발생이 현실적인 것이 되었고, 이때부터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한 소멸시효(10년)가 진행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원고는 초등학교 4~5학년이던 2001년 7월경부터 2002년 8월경까지 4회에 걸쳐 이루어진 피고의 성폭력 범행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를 겪게 됐다.
원고는 2018년 6월 15일 피고를 상대로 위자료 1억 원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다.
피고는 마지막 범행이 있었던 2002년부터 10년이 지나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1심(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원고 승소(무변론), 원심(의정부지법)은 원고 일부 승소(위자료 1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인정).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의 단기소멸시효(3년) 기산일은 형사재판의 1심판결 선고일인 2017년 10월 13일이다.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의 손해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원고가 최초 진단을 받은 2016년 6월 7일 현실화 되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때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의 장기소멸시효(10년)의 기산일이 된다. 원고는 2018년 6월 15일 이 사건 소를 제기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
쟁점은 원고의 피고에 대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현실화 되는 시점)여부 였다.
대법원은 성범죄 당시나 일부 증상의 발생일을 일률적으로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으로 보게 되면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발병 및 진행경과, 아동 성범죄 사건의 특수성 등에 비추어 전문가로부터 성범죄로 인한 정신적 질환이 발현되었다는 진단을 받기전에 성범죄로 인한 손해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인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에서 원고가 전문가로부터 성범죄로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발현 진단을 받은 때부터 장기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본 원심을 확정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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