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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승을 부리는 터키발 무역 사기, 의심기업 식별법

2021-07-19 07:50:17

[로이슈 편도욱 기자] 지난해 터키에서 무역 사기 사건이 발생, 무역업계에 주의보가 울린 바 있다. 올해 코트라에서는 다시 조사해 본 결과, 또다시 무역 사기가 의심되는 업체에 대해 신용도 확인, 실존 여부 확인 등이 무역관에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코트라에서 검토한 결과 이 중 일부는 실제 사기 업체로 밝혀졌다. 이에 로이슈는 코트라 자료를 통해 이들이 국내 업체를 대상으로 행한 사기 수법과 그 내용들을 사례별로 정리해보았다
우선 첫번째 사례는 국제 구호 재단을 표방하여 방역용품 구매했던 사건이다.

M사는 구호 물자 조달을 위해 마스크를 대량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국내 마스크 제조기업에 연락을 했다. 해당 터키 업체는 본인들을 세계은행(World Bank)을 비롯한 각종 국제 기관에서 기금을 지원받아 여러 프로젝트의 수행과 구호 활동을 펼치는 국제 구호 재단이라고 소개했다. 무역관이 해당 내용에 대하여 확인 결과 M사는 실존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터키 내 위치한 재단들은 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정부의 재단 관리 사이트에서 M사의 정보를 찾을 수 없었으며, 전화번호와 주소 모두 가짜였다. 이후에도 M사는 국내 소재의 체온계, 방역복 제조업체 등에 동일한 수법으로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전째는 정부기관 공공입찰 빙자해 수수료 사기 범행을 한 사건이다.

터키에서 무역업에 종사한다고 밝힌 B사는 한국의 업소용 제빙기를 생산하는 업체에 정부 기관 공공 입찰 참여를 제안하며 연락을 했다. 첫 거래임에도 샘플 거래 없이 수백 대의 물량을 한번에 주문하고 국내 업체의 거래가격 제안에도 쉽게 동의했다. 계약 체결 후 B사는 해당 계약서를 대법원에 등록해야 된다는 명목으로 국내 업체에 수수료 7천 달러가량을 청구했다. 수수료를 송금하기 전 한국업체는 무역관에 업체의 진위 여부와 계약 내용 검토를 요청했는데, 무역관에서 검토 결과 의심스러운 점이 발견되었다. 공공입찰을 주관한 정부 부처명이 불분명했다. 터키 정부 기관이라고 명기돼 있을 뿐 실 사용처가 명확하지 않았으며, 계약의 당사자 또한 2018년에 이미 조직개편으로 없어진 총리실 이름이었다. 심지어 계약 체결을 위해 업체에서 추천한 법무법인 역시 가짜였다. 터키정부는 국내 활동 변호사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사이트를 운영하는데 업체가 추천한 법무법인 변호사 중 단 한명도 등록돼 있지 않았다.

세번째는 무역 에이전트를 요청해 현금을 갈취한 사례다.

영국 업체인 P사 직원 A는 한국에 무역 에이전트가 필요하다고 국내 업체에 연락했다. 한국을 통해 희귀 종자를 수입할 의사가 있는데 해당 업무를 지원해 줄 업체를 찾는다는 것이었다. 회사 공식 메일 등이 아닌 개인 메세지를 통한 연락을 받았기에, 국내 업체는 본인을 어떻게 찾았는지 A에게 물었다. A는 Linkedin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 답변했다. A는 국내 업체에게 비즈니스 수익 구조를 설명하며 처음 시작할 때 샘플 비용만 부담하면 이후 매 분기마다 수십억 대의 정기 주문이 발생하고, 에이전트인 국내 업체에도 억대의 커미션이 발생할 것이며 수익을 50대 50으로 나누자고 했다.

이를 한국업체가 승낙하자 A는 국내 업체에 지금 제안한 사업 모델은 작년까지 홍길동이라는 에이전트와 진행했던 사업 모델이었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지난 해 홍길동이 코로나로 사망하며 중단되었다고 말했다. A는 당시 본인이 구매담당이어서 홍길동과 사업을 손쉽게 진행했으나, 지금은 에이전트 선택권이 없다고 말했다. A는 국내 업체가 홍길동과 친분이 있었다는 사실, 그를 대신해 P업체에 종자를 조달하고 싶다는 내용의 메일까지 직접 써주었다. P사는 홍길동과의 거래에 무척 만족하던 터라 5년 독점계약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기에 이 메일을 자신의 회사 구매담당 B에게 전달하면 에이전트가 될 수 있을 거라며 국내 업체가 에이전트로 발탁될 수 있게 적극 협조했다. 이 기간 동안 A는 국제전화, 메신저 등을 사용해 본인의 영국 신분증, 여권 사진을 비롯한 개인 정보와 가족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여 국내 기업의 신뢰를 쌓으려 노력하였다. 동시에 홍길동의 여권 사본도 전달하는 등 모든 정황을 믿을 수 있도록 치밀하게 준비했다.

국내업체의 종자 납품에 대한 P사의 승인이 떨어지자 A는 납품처의 연락처를 건내주었다. 납품 업체는 터키에 소재하고 있는 U사였다. 국내업체는 A에게 한국에 있는 업체에서 납품하는 줄 알았는데 터키에서 납품하는 것에 의문을 품고 문의했다. 이에 A는 종자가 희귀하고 U사의 품질이 좋으며, 홍길동도 U로부터 들여와 납품했기 때문에 기존 거래를 이어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국 업체는 A의 말대로 U사와 거래하기 위해 샘플에 대한 견적을 요청했고, U사는 약 1만2000달러의 샘플 비용을 100% 선금 T/T거래로 요청했다. 국내 업체가 만일을 대비해 선납금과 후불금으로 나눌 것으로 결제조건 변경을 요청하자, U사는 100% 선금 납부를 고집하며 원치 않으면 다른 거래처를 알아보라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이에 국내 업체 중 두 군데는 샘플에 대한 비용을 송금하여 피해가 발생한 상태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무역 사기업체들의 수법 등도 다양해지고 고도화되며, 안타깝게 피해를 입은 국내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사기 업체들이 외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현지 정보가 미비한 우리 기업들이 접근해 오는 기업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에 이같은 사기 사건을 방지하기 위환 방법들도 소개했다.

간단하지만 의외로 의심 기업 식별에 좋은 방법은 Google 지도에 해당 주소지를 입력하고 스트리트뷰를 보는 것이다. 물론, 모든 기업이 Google지도를 통해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완벽하지는 않다. 특히 고층 빌딩에 입주한 사무실의 경우 건물 외관만 보이기 때문에 주소와 사진만으로는 실제 입주 및 영업 활동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그러나 기업 소개에는 20년 이상의 업력을 자랑하는 의료기기 수입업체의 주소지가 스트리트뷰에서는 터키 시골 민가로 나온다면 의심해 볼 수 있는 좋은 단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이 방법을 통해 여러 업체의 주소지가 거짓인 것을 밝혀낸 바 있다.

주소지 정보 외에 대표 전화번호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앞서 거론된 U사는 전화번호 대신 업체명만 적혀 있었고, M재단은 공식 연락처가 일반 유선 전화번호가 아닌 휴대전화 번호였다. 참고로 터키의 휴대전화는 05로 시작하니 해당 번호만 알려주고 사무실 전화번호를 공유하지 않을 경우 의심해 볼 여지가 있다.

터키에서는 신분증만 있으면 개인이 복수의 유심칩을 구매하여 휴대전화번호를 발급받을 수 있으며, 타인의 명의로 된 번호를 사용하는 것도 쉽다. 따라서 불량기업들은 신청과 번호 파기 절차가 번거로운 유선전화 대신 휴대전화번호를 공식 연락처로 등록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에 업체가 대표번호로 휴대전화번호를 제공한다면 의심해 볼 여지가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확인만으로도 사기 의심 기업을 분별할 수 있지만 역시 분명하지는 않다. 이럴 때에는 주저하지 말고 해당 기업의 주재국 무역관으로 문의하는 것이 좋다. 무역관에서는 현지에서 업체와 즉시 전화 연결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주재국의 유관 기관과 협력이 가능하다. 또한 현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 및 전문가 등을 활용해 업체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무역사기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만전을 기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발생했다면 빠르게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기로 잃은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사기 사실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한편으로는 빠르게 피해 사실을 주재국 무역관에 알린 후 현지와 공조하여 대응하는 것이 좋다.

코트라 관계자는 "터키는 현지 법률상 피해를 입은 당사자만 현지 은행에 지급정지 요청을 하거나 고소 등의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면서도 "당사자가 해외에 있는 등 불가피한 이유로 법적 권리를 직접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고 있다. 터키 업체와 거래 전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거나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언제나 무역관에 문의 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편도욱 로이슈 기자 toy1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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