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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5:4의견 합헌

'형법 제307조 제1항',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아

2021-02-25 15: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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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로이슈 전용모 기자] 헌법재판소(재판장 유남석, 재판관 이선애· 이석대·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관한 위헌확인 등 사건에서 2021년 2월 25일 재판관 5 : 4의 의견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 제307조 제1항'이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하고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합헌)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일부 위헌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헌법 제21조가 선언하는 표현의 자유 보장의 취지와 그 한계로서의 타인의 명예와 인격권 보호, 헌법 제17조가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조화를 이루어야 할 필요성, 법률조항 중 위헌성이 있는 부분에 한하여 위헌선언하는 것이 입법권에 대한 자제와 존중에 부합하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 중 ‘진실한 것으로서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실 적시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2017헌마1113)

청구인 A는 2017. 8. 27. 반려견의 치료를 받았는데, 당시 부당한 진료를 받아 반려견이 불필요한 수술을 하고 실명 위기까지 겪게 되었다고 생각하여 책이나 정보통신망 등을 통해 반려견의 치료를 담당하였던 수의사의 실명 및 잘못된 진료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자 했다. 그런데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307조 제1항으로 인해 이를 공연히 적시할 경우 형사처벌을 면할 수 없게 되자, 청구인은 위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표현의 자유 등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면서 2017. 10. 6.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2018헌바330)
청구인 B는 2016. 2. 14.경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K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2018. 1. 26. 부산지방법원에서 명예훼손죄로 벌금 500,000원을 선고 받았다(2017노4468). 청구인은 상고하여 대법원에서 재판 계속 중(2018도2371) 형법 제307조 제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2018. 6. 28.기각됐다(2018초기240). 이에 청구인은 위 법률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2018. 7. 30.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 A는 " 심판대상조항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포함시킴으로써, 수사개시와 형사처벌의 위험성에 따르는 위축효과를 통해 표현의자유, 알권리, 양심의 자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했다.

청구인 B는 "진실한 사실의 적시로서 손상을 입는 것은 ‘사실에 대한 부지를 통해 잘못 형성된 평판’ 즉 ‘허명(虛名)’에 불과하므로 이를 보호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으며, 허명의 보호를 위하여 민사적 수단이 아닌 형사적 수단을 동원하는 등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했다.

헌재는 오늘날 사실 적시의 매체가 매우 다양해짐에 따라 명예훼손적 표현의 전파속도와 파급효과는 광범위해지고 있으며, 일단 훼손되면 그 완전한 회복이 쉽지 않다는 외적 명예의 특성에 따라 명예훼손적 표현행위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은 더 커지게 됐다. 심판대상조항은 공연히 사실을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개인의 명예, 즉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또한 위와 같은 금지의무를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그러한 명예훼손적 표현행위에 대해 상당한 억지효과를 가질 것이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만약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우려하여 심판대상조항을 전부위헌으로 결정한다면,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외적 명예가 침해되는 것을 방치하게 된다.

특히 어떠한 사실이 진실에 부합하더라도 그것이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 성적 지향(性的 志向)·가정사 등 사생활에 해당되는 경우, 이를 공연히 적시하는 것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기에, 심판대상조항을 전부 위헌으로 결정하는 것은 위험성이 매우 크다. 이러한 위험성을 해소하기 위하여, 심판대상조항의 ‘사실’을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는 사실’로 한정하는 방향으로 일부위헌 결정을 함으로써 사생활의 비밀 보호와 표현의 자유 보장을 조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일부위헌 결정을 통해 그 구성요건에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는 사실’의 적시를 남겨둠으로써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함과 동시에, 그 구성요건에서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 사실’의 적시를 배제함으로써 표현의 자유 제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대안이다.

또 명예훼손적 표현행위에 대한 실효적인 구제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로서는 그 행위의 즉각적인 중단, 출판물 등의 자발적 폐기, 정보통신망 게시물의 자발적 삭제 등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형법상 명예훼손죄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한 심판대상조항을 대체하여, 입법목적을 동일하게 달성하면서도 덜 침익적인 다른 수단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개인의 외적 명예에 관한 인격권 보호의 필요성, 입법목적을 동일하게 달성하면서도 덜 침해적인 대체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점,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사유(심판대상조항이 금지하는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하도록 규정한다)와 그에 대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해석·적용을 통해 표현의 자유 제한이 최소화되고 있는 사정,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일부위헌을 할 경우 그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는 사실’의 모호성으로 인해 새로운 위축효과가 발생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해의 최소성도 인정된다.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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