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이기택)는 2020년 11월 5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을 유지한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0.11.5.선고 2020도10794 판결). 범행도구를 범행을 위해 미리 준비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피고인이 재혼한 남편 H에 대한 적대심과 분노감으로 의붓아들 (만 4세, 키 98cm, 체중 14kg)을 살해한 부분은 증거부족으로 무죄로 판단됐다.
피해자의 코나 입이 부드러운 요에 파묻혀 비구폐색에 의한 질식에 이르거나 옆에서 자고 있던 H의 다리나 몸통이 피해자의 머리나 가슴을 눌러 호흡이 어렵게 되었더라도 이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이나 적극적인 방어가 어려웠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엎드려 있는 상태에서 코와 입이 자연스럽게 막히거나 또는 무의식적으로 머리와 가슴이 눌린 상태가 지속됨으로써 사망하였을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고 봤다.
피고인이 2019년 5월 25일 오후 8시 2분경 아들의 면접교섭을 위해 만난 전 남편인 피해자 K에게 졸피드 정을 카레에 희석해 먹게 하여 피해자가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 이르자 미리 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피해자를 수회 찔러 살해한 후, 피해자의 사체를 절단하여 캐리어에 담아 차량에 싣고 2019년 5월 28일 오후 8시 7분경 제주발 완도행 여객선에 승선한 다음, 여객선 갑판에서 사체 일부를 바다에 버리고, 2019년 5월 30일경 김포 소재 아파트에서 사체 일부를 추가로 절단한 다음 종량제 봉투에 담아 2회에 걸쳐 쓰레기 분리시설에 버렸다(제2범행 무기징역).
피고인이 재혼한 남편 H에 대한 적대심과 분노감으로 인해 의붓아들인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H로 하여금 피해자를 제주에서 청주 집으로 데려오도록 한 다음, 2019년 3월 1일 오후 10시경부터 오후 11시경까지 사이에 H에게 수면제를 먹여 깊은 잠에 빠지게 한 후 2019년 3월 2일 오전 4시경부터 오전 6시경까지 사이에 H옆에서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의 등 위로 올라타 피해자의 몸통과 머리 부위를 눌러 숨을 쉬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제1범행 무죄).
제1심(2019고합116, 194병합)인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는 2020년 2월 20일 살인, 사체손괴, 사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전 남편 살인의 점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의붓아들 살인의 점은 무죄.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들게 하는 사정들이 있기는 하나, 피고인이 H에게 수면제 성분이 들어 있는 차를 마시게 하여 깊은 잠에 빠지게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한 점, 피해자가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점,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추정시각에 깨어 있었는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사망추정시각도 정확하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추정시각에 깨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만한 동기가 부족한 점 등의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면 직접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간접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
검사와 피고인은 쌍방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
원심(2심 제주 2020노32)인 광주고법 제주 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2020년 7월 15일 1심판결 중 '각 물건에 대해 몰수의 부가형을 선고하지 않은 1심판결은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고,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다"며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판결 중 무죄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피고인은 경찰에 체포될 때부터 ‘피해자가 흉기로 위협하고 찌르면서 성폭력 범행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실제 상처를 입었다’면서 상처가 있는 배, 옆구리, 팔, 다리, 오른쪽 종아리, 허벅지, 골반 등의 신체부위에 대해 사진 촬영을 요구했다. 또한 위와 같은 상처들을 방어흔으로 볼 수 있는지 감정을 요청했다.
위 감정을 의뢰받은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법의학교실 강모교수는 ‘사진 상의 모든 상처는 자해행위에 의해 형성가능한 부위에 있고, 변형 손상, 즉 가해행위를 피하려는 과정에서 생기는 상처가 발견되지 않으며, 자해 혹은 타인에 의하여 모두 형성 가능한 가벼운 손상만이 발견되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사진 상의 손상은 스스로의 행위에 의해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감정 의견을 밝혔다.
제1범행은 피해자가 함께 잠을 자던 H에 눌려 사망한 것인지 아니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눌러 살해한 것인지 여부, 제2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 K의 성폭행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게 된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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