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고인은 2019년 9월 3일 오후 6시12분경에서 6시 55분경 수년간 생활을 함께 하고 장애를 가지고 있는 피해자에게 미르타자핀 등을 먹여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 피해자를 둔기로 머리 등을 내리쳐 살해하고, 임실군 노상에 있던 콘크리트 제조 철제함에 피해자의 사체를 버려,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했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동거녀인 피해자의 어머니가 모두 지체장애가 있거나 정서적으로 불안하여 범죄에 취약한 상태에 있는 사정을 이용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 피고인은 살인, 사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의 경우, 살인 및 사체유기 사건으로 그 법정형(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무겁고 피고인이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있으며, 목격자나 범행도구, 범행장면이 촬영된 CCTV 영상 등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 부합하는 직접적인 인적, 물적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1심(2019고합243)인 전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 판사 구나영, 유동균)는 2020년 2월 13일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승용차는 몰수했다.
1심은 ①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피고인의 범행을 뒷받침하는 간접사실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되고 그 하나하나의 간접사실 사실에 모순·저촉 없이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을 치밀하게 뒷받침하고 있는지, ②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의심스러운 사정이 존재하는지를 살펴본 후, 이를 바탕으로 피고인의 유무죄 여부에 관하여 판단 했다.
이 사건 무렵 동거녀는 사실상 피고인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에 대한 보험의 수익자가 모두 동거녀라고 하더라도, 동거녀가 피고인에게 경제적, 정신적으로 사실상 종속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에서 피해자가 사망함으로써 받을 수 있는 위 보험금은 피고인의 범행 동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피고인은 보험과 관련하여 사기 등으로 처벌 받은 전력이 수회 있고, 주로 보험을 이용하여 이득을 얻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가 어울리는 사람 중에 특별히 강력 범죄를 저지를 만한 범죄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누구에게 원한을 살 만한 행동을 했다고 볼 근거도 전혀 없다. 그러한 피해자가 주거지인 목포를 떠나 전혀 가본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 사건 현장 부근으로 올 객관적 사유는 찾기 어렵다.
적재함의 높이는 신장이 172㎝인 피고인이 64㎏인 피해자를 완전히 들어 올리지 않더라도 안에 넣을 수 있는 정도의 높이가 된다(피해자의 사체가 최초 발견시 상의가 가슴까지 올라가 있던 점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뒤에서 안 듯이 들어 적재함 턱에 얹고 밀어 넣은 것을 추측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7분 남짓의 시간은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의 마무리 행위를 하기에 충분하다고 봤다.
증명된 간접사실들은 일치하여 피고인이 피해자를 이 사건 현장에 데려가 살해하고 유기했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고 있고 이에 대한 다른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객관적이고도 우월한 사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증거들과 그에 의하여 인정되는 간접사실들에도 불구하고 정신지체 2급의 장애인이었던 피해자가 자신의 거주지에서 약 160㎞ 떨어진 외딴 시골길에 살해된 채 유기된 사실과 그 시기 피고인이 이 사건 현장에 방문한 사실을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단정하는 것이 오히려 비합리적인 설명이라 할 것이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은 사실오인 내비 법리오해,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
원심(2심 전주2020노51)인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재판장 김성주 부장판사, 판사 이영창, 정총령)는 2020년 7월 17일 피고인의 항소는 모두 이유없다며 기각해 1심을 유지했다.
원심은 타인의 차량을 이용하여 범행을 저지르거나 범행 이후 차량을 버리고 도주할 경우에는 오히려 피고인이 더욱 의심받을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자신의 차량을 이용하고, 범행 이후에도 그대로 그 차량을 운행하였다는 사정은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을 나타내는 정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인에 대한 금융거래내역상 피고인의 주 수입원은 각 보험회사들로부터 지급받은 보험금과 기초생활 수급비 등으로 보이고, 별도로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업이나 경제활동을 하여 수입을 얻었음을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동거녀가 피해자의 사망보험금으로 수령한 5,000만 원 중 1,000만 원을 피고인의 제1심 변호인 선임비용으로 지급했다고 진술했고, 이 사건 항소심이 진행 중인 와중에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동거녀가 이 사건 각 토지(온전히 피고인의 소유라고 보기 어렵다)를 다른 사람에게 매각하는데 협조한 사실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동거녀가 상당히 피고인에게 정신적으로 종속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된 보험계약들의 보험수익자가 동거녀인 사정은, 피해자가 사망함으로써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피고인의 범행 동기가 됨에 있어 장애가 되는 사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1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 조건과 관련해 별다른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 없는 점,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면서 이 사건 범행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보면 1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인정될 정도로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배척했다.
피고인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2020년 10월 15일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0.10.15.선고 2020도10258 판결).
대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형사재판에 있어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또 피고인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무기징역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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