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단지 조성 등을 위한 택지개발사업이 시행되는 경우, ‘수도시설의 신설이나 증설 등의 원인’은 택지개발행위를 했을 때 발생하는 것이지,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자가 직접 또는 그로부터 주택건설용지 등을 분양받은 주택건설사업자가 조성된 택지에 주택 등의 건축물을 건축했을 때에 비로소 발생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07년 4월경 건설교통부장관으로부터 대구 동구 신서동 일원의 ‘대구신서혁신도시 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자로 지정돼 2012년 12월경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을 완료했다.
원고는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지구 내 A-7BL 토지(이하 ‘이 사건 사업지구’)를 분양받은 후, 2015년 12월 29일 국토교통부장관으로부터 이 사건 사업지구에 공공임대주택(이하 ‘이 사건 아파트‘)을 건축하는 내용의 공공주택건설사업의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원고는 이 사건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2017년 6월경 피고(대구광역시→대구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동부사업소장)에게 이 사건 아파트를 위한 급수공사를 신청했다.
피고는 2017년 6월 5일 급수공사신청을 승인하면서, 원고에 대하여 수도법 제71조 제1항, 수도법 시행령 제65조, 「대구광역시 상수도원인자부담금 징수 조례」 제5조 제1항, 제6조 제1항을 근거로 상수도원인자부담금 합계 2억2451만2000원을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했다.
원고는 2017년 6월 20일 이를 납부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1)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자로부터 주택건설용지를 분양받아 주택을 건축한 원고가 수도법령에 따른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납부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 2) 원고가 납부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볼 경우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납부의무자가 아닌 자를 상대방으로 한 이 사건 처분의 하자가 중대ㆍ명백한지 여부이다.
1심(2017구합24327)인 대구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한재봉 부장판사, 판사 박상한, 김응수)는 2018년 6월 8일 '이 사건 처분은 객관적으로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인정할 수도 없으므로 당연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며 원고의 주위적 청구(부과처분 무효)를 기각하고, 이 사건 소 중 예비적 청구부분(부과처분 취소)은 부적합(제소기간 90일 도과)하다며 각하했다.
그러자 원고는 항소했다.
원심(2심 2018누3517)인 대구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정용달 부장판사, 판사 김태현, 곽병수)는 2018년 12월 14일 피고가 2017년 6월 5일 원고에 대해 한 상수도원인자부담금 2억2451만2000원의 부과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선고했다.
원심은 "이 사건 사업부지에 관한 상수도원인자부담금의 부담자는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자로서 수도법 제70조 제1항 등에서 정한 ‘주택단지를 설치한 자’에 해당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인데, 그 부담자도 아닌 원고에 대하여 상수도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한 이 사건 처분의 하자는 중대하고도 명백하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도 없이 이 사건 처분은 당연무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만약 징수조례의 근거 법령을 수도법이 아닌 지방자치법 제138조라고 보더라도, 원고는 대구광역시의 주민이 아니고, 또 대구광역시의 재산 또는 공공시설의 설치로 특히 이익을 받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징수조례는 지방자치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이거나, 피고의 주민이 아닌 원고는 상수도원인자부담금의 부과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피고는 이 사건 사업지구에 관한 상수도원인자부담금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아닌 원고에 대해 부과하는 내용의 이 사건 처분을 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부과처분의 상대방을 잘못 지정한 하자가 있다고 봤다.
피고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김선수)는 2020년 7월 29일 피고의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0.7.29.선고 2019두30140 판결).
택지개발사업으로 조성된 택지에 그 개발계획에서 정해진 규모 및 용도에 따라 건축물이 건축된 경우 수도법령에 따른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납부의무는 택지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고, 해당 건축물이 원래 택지개발사업에서 예정된 범위를 초과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택지를 분양받아 건축물의 건축행위를 한 자는 별도로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납부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두7604 판결 참조).
원고가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납부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에 대해 수도법 제71조 제1항과 그 하위 법령에 따른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납부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여 ‘수도공사를 하는 데에 비용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자’에 해당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이고, 원고는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납부의무자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같은 취지에서 원심은 이 사건 처분이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납부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자를 상대방으로 한 것으로서 위법하다는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수도법상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부과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이 사건 처분의 하자가 중대·명백한지 여부에 대해서도, 하자 있는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일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한다.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를 판단할 때에는 그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도 합리적으로 고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2. 16. 선고 2010두1090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원심은 이 사건 사업지구에 관한 상수도원인자부담금의 납부의무자는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인데, 그 납부의무자가 아닌 원고에 대하여 상수도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한 이 사건 처분은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원심 판단은(대법원 2008. 3. 20. 선고 2007두634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행정처분의 당연무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인정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저작권자 © 로이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메일: law@lawissue.co.kr 전화번호: 02-6925-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