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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신입사원 위력추행 직장상사 무죄 원심 파기환송

2020-05-31 09:00:00

[로이슈 전용모 기자] 신입사원을 상대로 위력으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직장 상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원심은 피해자의 성적 자유의사가 제압된 상태에서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해 위력으로 추행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피고인(40)은 회사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신입사원으로서 직장 상사인 피고인의 지시를 쉽게 거부하기 어려운 지위에 있는 피해자(26·여)에게 평소 컴퓨터로 음란물을 보여주거나 성적인 농담을 일삼아 왔다.

피고인은 2016년 10월 무렵부터 11월 무렵까지 사무실에서, 피해자에게 “볼이 발그레 발그레, 부끄한게 이 화장 마음에 들어요, 오늘 왜 이렇게 촉촉해요”라고 말하거나 피해자를 향해 팔을 뻗어 성행위를 암시하는 등의 손 행동을 하여 피해자가 거부감을 표시해 왔음에도 피해자에게 다가가 갑자기 “여기를 만져도 느낌이 오냐”라고 말하며 손으로 2회 가량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2회 가량 피해자의 뒤쪽에서 손가락으로 피해자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고 이에 놀란 피해자가 피고인을 쳐다보면 혀로 자신의 입술을 핥거나 “앙, 앙”이라고 소리내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추행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업무 관계로 인하여 피고인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해 위력으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2018고정260)인 서울서부지법은 이은희 판사는 2018년 10월 17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 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행위가 위력으로써 즉 피해자의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한 상태에서 추행한 것으로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1심은 "피해자는 이러한 피고인의 성적 농담이나 표현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직접 싫다고 말하거나 자신도 성적 농담이나 장난으로 대응하기도 하고 팀장에게 피고인의 성희롱적 행위를 알리기도 했다. 이러한 피해자의 태도에 비추어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관계에서 의사를 표현하는데 심리적 두려움이나 위축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봤다.

또 "피해자는 1년 정도 근무하다가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피해자는 1년 동안 이루어진 공소사실 기재 신체 접촉은 한두 번 정도 있었고 신체 접촉만으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기보다 평소 피고인의 성적 행동과 결부되어 수치심을 느꼈으며 피고인으로 인하여 힘들었던 것은 계속되는 성적 농담이나 표현이었다고 진술했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나 신체 접촉의 정도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성적 자유의사가 제압된 상태에서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자 검사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로 항소했다.

검사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고, 그 지위를 이용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했으며, 이러한 행위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도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1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업무상 위력 및 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원심(2심 2018노1456)인 서울서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내주 부장판사)는 2019년 6월 20일 무죄로 판단한 1심판결은 정당하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원심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근무하던 사무실은 각 직원들 업무공간이 개방형 구조로 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상대로 어떤 행동을 할 경우 모든 직원들이 이를 볼 수 있거나, 그 상황을 바로 파악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는 자신에게 업무 지시를 하는 과장인 피고인의 목에 낙서를 하는 등 피고인을 상대로 장난을 치기도 했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가 있을 경우 바로 ‘하지 말라, 불쾌하다’는 취지로 피고인을 상대로 직접 표현을 해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보면 피고인이 업무상 피해자의 상급자라 하더라도 이 사건에 있어서 업무상 위력을 행사하여 피고인을 추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고 판단했다.

검사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2020년 5월 14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했다(대법원 2020.5.14.선고 2019도9872 판결).

대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추행행위의 행태나 당시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해 위력으로 추행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 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했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죄에서 위력이라 함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폭행·협박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위력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고, 이때의 위력은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것이다(대법원 1998. 1. 23. 선고 97도2506 판결,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도12803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해 피해자는 모멸감, 성적 수치심 등을 느꼈고,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도 못하였으며, 결국에는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기도 했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거듭되는 성희롱적 언동 등에 거부감을 보이고 반발하자, 피고인은 자신의 일을 피해자에게 떠넘기고 퇴근을 하거나 퇴근시간 직전에 피해자에게 일을 시켜 야근을 하게 하거나 회사일과 관련된 정보를 피해자에게 알려주지 않아 피해자가 일처리를 하는 데 애를 먹게 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들이 겹치자 피해자는 결국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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