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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타인의 저서에 공동저작자로 추가 교수들 벌금형 원심 확정

2020-04-2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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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법원)
[로이슈 전용모 기자] 공동저작자가 아님에도 부정한 사익을 추구하고자 타인의 저서에 자신의 이름을 공동저작자로 추가해 발행하게 해 저작권법위반,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교수들에게 선고한 원심(벌금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제2, 제4 1심은 이 사건 처벌조항은 저작인격권 중 하나인 ‘공표권’이라는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라, 오히려 저작자에 대한 허위의 표시행위를 규제함으로써 저작자 표시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보호한다는 사회적 법익을 주된 보호 법익으로 하는 규정으로 봄이 타당한 점, 설령 이 사건 처벌조항을 개인적 법익 보호를 위한 조항으로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공표’된 저작물에 대한 ‘공표’행위에 대하여 이 사건 처벌조항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는 점,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의 ‘공표’ 개념을 최초의 ‘공표’로만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가 없는 점을 이유로,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했다.

원심은 피고인들의 항소사건을 병합하기로 결정했다. 1심판결들 중 피고인의 각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법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제1항에 따라 하나의 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직권 파기했다.

피고인 손OO(경북전문대학교)은 양형부당(1심판결 벌금 1200만원, 제3 1심판결 벌금 1200만원, 제4 1심판결 벌금 1000만원)으로 항소했다.

피고인 정OO(송원대학교)은 제2, 제4 1심판결에 대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양형부당(제2 1심판결 벌금 1500만원 , 제4 1심판결 벌금 1000만원) 으로 항소했다.

피고인은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이하, ‘이 사건 처벌조항’)는,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위 조항에 규정된 ‘공표’라 함은 저작물을 최초로 공중에 공개하거나 발행한 경우만을 의미하므로, 이미 발행되어 공표된 서적에 대하여 그 내용의 변동 없이 단지 그 저자를 허위로 표시하여 서적을 발행했더라도, 이는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② 제2 1심 판시 업무방해죄 부분에 관해서, 피고인은 당시 교원승진임용의 승진기준을 이미 충족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2010년 3월경 송원대학교 교원 승진임용심사 담당자에게 ‘알기 쉬운 토질역학’ 서적을 피고인의 저서인 것처럼 2010년 교원 승진임용 심사자료로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교원승진임용평가 심사위원 등 담당자들의 교원 승진임용 평가업무를 방해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③ 제4 1심 판시 업무방해죄 부분에 관해서, 피고인이 2013년 10월경 송원대학교 교원재임용 심의신청서에 ‘토목재료학’ 제2판 서적을 기재한 사실은 인정하나, 위 서적은 실적산정 기간 전 자료로서 교원재임용평가 과정에서 배제됐으므로, 피고인은 송원대학교 교원재임용 심사위원 등 담당자들의 교원재임용평가 업무를 방해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피고인 기OO(조선이공대학교)은 제2 1심판결에 대해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양형부당(제2 1심 벌금 1500만원)으로 항소했다.

피고인은 "① 이미 발행되어 공표된 서적에 대하여 그 내용의 변동 없이 단지 그 저자를 허위로 표시하여 서적을 발행했더라도, 이는 이 사건 처벌조항에서 정한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 ② 피고인은 '알기 쉬운 토질역학'의 실질적 저작행위에 참여했으므로, 공동저작자로서 등재될 자격이 있고, '알기 쉬운 토질역학'의 발행에 있어 기△△(도서출판OOO 영업상무)와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③ 피고인은 비록 2009. 2. 25. 발행의 '알기 쉬운 토질역학'의 초판 1쇄본에 자신이 수정을 요청한 부분이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기△△으로부터 '알기 쉬운 토질역학'의 2010년판에는 자신이 수정을 요청한 부분이 반영될 것이라는 말을 믿고 스스로 '알기 쉬운 토질역학'의 저작 행위에 정당하게 참여한 것으로 믿었으며, 아울러 원저작자의 요청으로 공동저자로 등재된 것이라 믿고 위 초판 1쇄본을 2009년도 교원업적 평가자료로 제출한 것이므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항변했다.

검사는 "제4 1심판결 중 피고인 박OO, 김OO의 각 저작권법위반, 업무방해 부분에 관해 피고인들은 2007. 3. 30. 초판 발행된 ‘토목재료학’ 서적의 공저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위 피고인들을 공저자로 인정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4 1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했다.

2심(원심 2016노3520, 3334병합, 3494병합, 2017노539병합)인 의정부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박정길 부장판사)는 2017년 6월 2일 제1, 2, 3 1심판결 및 제4 1심판결 중 피고인 손OO, 정OO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손OO에게 벌금 2000만원, 피고인 정OO에게 벌금 1500만원, 피고인 기OO에게는 양형부당 주장만을 받아들여 벌금 1200만원을 각 선고했다.

피고인 정OO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제2 1심판결의 업무방해는 인정하고, 제4 1심판결의 2013년 10월경 업무방해의 점은 무죄로 판단했다. 검사의 항소는 기각했다.

원심은 피고인 손OO과 피고인 정OO에 대해 병합하기로 결정했다. 1심판결들 중 피고인의 각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법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제1항에 따라 하나의 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직권 파기했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지성인이면서, 교육자로서 고도의 윤리의식을 갖추어야 할 대학교수였거나 현재 대학교수인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저작자도 아닌 자신들의 이름을 공동저작자로 추가하여 각 서적들을 발행함으로써, 누구보다 피고인들이 앞장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학생들 및 그 밖의 일반 대중들을 기망하며 부정한 사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그동안 일부 대학교수들 사이에는 이 사건의 경우처럼 실제로는 공동저작자가 아님에도 부정한 사익을 추구하고자 타인의 저서에 자신의 이름을 공동저작자로 추가하는 잘못된 관행이 존재하였던 것이 사실인바, 이러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하여도 피고인들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충분하다. 다만, 피고인들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이 사건과 동일한 유형의 사건들로서 이미 확정된 다른 사건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피고인 정OO(64), 기OO(65)과 검사(무죄 김OO)는 쌍방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이기택)는 2020년 4월 9일 상고를 모두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0.4.9. 선고 2017도9459 판결).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해 "피고인 김OO(55)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저작물의 창작성 및 공동저작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또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해서도 "저작권법위반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공표’ 및 구성요건적 착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또 업무방해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 역시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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