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심은 이 사건 휴대전화기에 대한 형사소송법 제218조(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압수)에 따른 압수가 위법하다. 압수된 휴대전화기 자체는 어느 모로 보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집된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설령 현행범 체포현장에서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른 임의제출물 압수가 가능하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휴대전화기에 대한 피고인의 임의적 제출의사 부재를 의심할 수 있으나, 이를 배제할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피고인(36)은 2018년 5월 11일 오후 9시49분경 고양시 일산서구 지하철 3호선 주엽역 8번 출구 상행 에스컬레이터에서 카메라 기능이 부착된 갤럭시 S8 휴대폰으로 앞에 서 있는 피해자(27·여)의 원피스 치마 속 특정 부위를 4회에 걸쳐 몰래 촬영했다.
피고인은 이를 비롯해 2018년 3월 7일경부터 2018년 5월 11일경까지 총 11회 걸쳐 전동차 안 등 같은 방법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들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은 강간치상죄(강간은 미수)로 집행유예와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전력이 있다.
1심(2018고단2240)인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장원석 판사는 2018년 11월 29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 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1년2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피고인에게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40시간의 성폭력치료강의 수강,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5년간 취업제한을 명했다.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에 의하여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므로, 같은 법 제43조에 따라 관할 경찰관서의 장에게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신상정보 공개명령 또는 고지명령은 면제했다.
1심은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는 태도를 보이고 범행을 다시 저지르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 일용노동을 하고 있고 배우자와 네 자녀를 부양하고 있는데 2자녀는 지적장애가 있어 피고인의 구금은 가족들의 생계에 큰 곤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이는 점을 참작했다.
그러자 검사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이 사건 휴대전화기 제출의 임의성 여부에 대하여 다투지 않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지 않았다.
2심(원심 2018노3609)인 의정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오원찬 부장판사)는 2019년 10월 31일 1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2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에게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40시간의 성폭력치료강의 수강을 명했다. 또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에 각 5년간 취업제한(운영 및 사실상 노무제공 금지 포함)을 명했다.
신상정보 공개명령 또는 고지명령은 면제했다.
2018. 12. 11. 법률 제15904호로 개정되어 2019. 6. 12.부터 시행된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3 제1항, 제2항은 법원이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하는 경우 10년의 범위 내에서 일정기간 동안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하거나 장애인복지시설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취업제한명령을 성범죄 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선고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개정법률 부칙 제2조가 제59조의3 개정규정은 그 시행 전에 성범죄를 범하고 확정판결을 받지 아니한 사람에 대해서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 사건에도 위 개정법률이 적용돼야 하는데 1심은 이부분을 간과했다.
원심은 체포현장에서 임의제출된 물건이라도,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에 따른 압수물로 보아 제217조 제2항이 정한 48시간 이내에 사후영장을 청구하여 발부받지 못했다면, 압수된 임의제출물은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다. 경기 일산서부경찰서 소속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의 휴대전화기를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라 압수했으나, 그 실질은 형사소송법 제216조(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강제처분) 제1항 제2호에 따라 압수한 것으로서 '사후 영장'을 발부받지 못했으므로, 휴대전화기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휴대전화기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절차가 위법하므로, 그러한 상태가 단절되지 않은 상태에서 휴대전화기 속에서 추출된 저장정보인 촬영사진 역시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다며 2018년 3월 7일부터 2018년 4월 18일까지 7회에 걸쳐 휴대전화기로 촬영한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검사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2020년 4월 9일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을 파기하고, 이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인 의정부지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0.4.9. 선고 2019도17142 판결).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12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으므로(제218조),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도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을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고, 이 경우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13290 판결,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3726 판결 참조).
대법원은 이 사건 휴대전화기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원심의 판단에 현행범 체포현장에서의 임의제출물 압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휴대전화기 제출의 임의성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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