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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여자화장실 따라 들어가 강제추행 20대 남성 1심 실형 파기 무죄 원심 확정

2020-04-23 06:00:00

(사진제공=대법원)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제공=대법원)
[로이슈 전용모 기자] 선배의 동창들과 술을 마시고 피해자가 여자화장실로 들어가자 따라 들어가 강제로 추행한 20대 남성에게 유죄(징역6월)를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피고인(25)은 2018년 3월 10일 새벽 무렵 고등학교 선배와 함께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음식점에 가서 피해자 B씨(여)를 포함한 선배의 동창들과 함께 술을 마시게 됐다.

피고인은 이날 오전 6시경 음식점의 화장실에서 피해자가 여자화장실 칸에 들어가자 피해자를 따라 들어가 '누나'라고 하면서 갑자기 한손으로 피해자의 허리를 감싸 안고 다른 한손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면서 피해자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려고 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①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여장화장실 칸에 들어가는 피해자를 따라 들어와 추행을 했고, ② 이 때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너 이게 뭐하는 거야, 내가 그렇게 만만해?’라는 취지로 따졌으며, 추행 사실을 부인하며 화장실 밖으로 나가려는 피고인을 붙잡고 화장실 안 세면대 앞에서 다투었고, ③ 이후 K, B가 화장실로 들어와 피고인을 데리고 나갔다고 진술하고 있다.

반면 피고인은 ① 남자화장실 칸에서 용변을 보고 나와 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피해자와 마주쳤는데,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몸을 밀착하며 입맞춤을 하더니 갑자기 “내가 만만하냐”, “다 녹음했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화를 냈고, ② 이에 피고인이 “녹음한 것이 있으면 밖으로 나가서 다 같이 들어보자”며 화장실 밖으로 나가려 하자 피고인을 끌어당겨 여자화장실 칸 안으로 밀어 넣은 다음 계속하여 “내가 만만하냐?, 니네 집이 그렇게 잘 살아”라는 등 이상한 말을 했으며, ③ K, B가 화장실로 들어와 피고인을 부르자 피해자는 여자화장실 칸에서 나가려는 피고인에게 다시 키스를 했고, 피고인은 이를 뿌리치고 밖으로 나갔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처럼 피해자와 피고인의 진술은 화장실에 들어간 직후의 동선 및 피고인이 피해자에 의해 다시 화장실로 끌려 들어간 후의 동선에 있어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1심(2018고단7041)인 서울중앙지법 박영수 판사는 2019년 9월 4일 강제추행 혐으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6월을 선고했다. 또 피고인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이수를 명했다.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의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므로, 같은 법 제43조에 따라 관계기관의 장(경찰서장)에게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다만 신상정보 공개명령, 고지명령 및 취업제한명령은 면제했다.

1심은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1심은 "범죄사실의 주요부분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는 없다. 또한 피해자가 사건 발생 후 피고인의 선배(B)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친구와 다투어 경찰조사까지 받은 것은, 피해자가 일관되게 피고인으로부터 추행을 당했다고 말하였음에도, 피고인은 태연스레 발뺌을 하고,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친구들은 장난으로 생각하거나 피해자의 말을 믿지 않거나 사건을 무마하려고만 하여 피해자가 몹시 화나고 흥분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가 되레 피고인의 목덜미를 잡고 화장실 안으로 끌어당긴 후 여자화장실 칸 안으로 밀어넣고 이상한 말을 하더니 피고인에게 키스를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행동은 너무나 비정상적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법정에서의 진술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그와 같은 행동을 했다고 믿기 어렵다"고 했다.

또 "피고인은 피해자가 합의금을 목적으로 자신을 무고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사건 발생 후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합의금을 요구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는 일관되게 피고인의 사고를 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당일 처음만난 사람에게 무고와 위증의 벌을 감수하고 피고인을 무고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여기에 "피고인의 선배들(K, B)은 법정에서 여자화장실 칸 안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다투었고 당시 피고인이 양변기에 앉아 있었고 피해자는 서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위 진술 내용은 피고인의 주장에 일부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K의 진술은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그 내용이 달라 믿기 어렵고, B와 피고인과의 관계, 사건 발생 후 B가 피해자를 폭행죄로 고소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B의 진술도 믿기 어렵다"고 배척했다.

그러자 피고인은 항소했다.

피고인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음에도 이와 달리 판단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1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2심(원심 2019노2881)인 서울중앙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성복 부장판사)는 2020년 1월 21일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원심은 "CCTV영상에 의하면, 피해자는 여자화장실 칸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후 나와서, 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피고인을 처음 마주쳤을 것으로 보이고, 그로부터 1분 45초 후 피고인이 화장실 밖으로 나오려다 피해자에게 뒷덜미를 잡혀 화장실 안으로 끌려 들어간 점에 비추어, ‘피고인이 여자화장실 칸으로 들어가는 피해자를 따라 들어가서 추행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보다, ‘세면대 앞에서 입맞춤과 피해자의 항의가 이루어졌다’는 피고인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CCTV영상에서 확인되는 피고인 및 피해자의 동선이 피해자의 진술과 어긋나고 피고인의 주장에 좀더 부합하는 이상, 나머지 추행 부분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취신하는 것은 합리적인 신빙성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위와 같이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이상,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이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했다.

검사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김선수)는 2020년4월 9일 검사의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0.4.9. 선고 2020도2010 판결).

대법원은 "유죄로 판단한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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