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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협력업체 등 직원 3명 사망사건'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아 무죄 원심 파기환송

2020-04-2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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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법원)
[로이슈 전용모 기자] 피고인 회사들(협력업체)이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 제1항에서 정한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들에게 법 제24조 제1항의 조치 의무가 없어 무죄로 본 원심의 판단에는 법 제24조 제1항의 사업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 부분이 파기환송됐다.

L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일하는 관련 작업자들이 산소결핍이라는 위험요소가 있는 작업현장에서 안전 불감증에 빠져 안일하게 업무를 처리한 결과 협력업체 등 세 명이나 고귀한 생명을 잃는 전형적인 인재(人災)가 발생했다.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들 중 어느 한 명의 결정적인 잘못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우연의 일치라 할 수 있을 만큼 피고인들 및 관련 작업자들의 잘못이 중첩되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4번 체임버의 메인트 도어가 열려 있는 상태에서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바로 위 체임버 안으로 들어간 피해자들의 과실도 적지 않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제24조 제1항 제1호에서 사업주로 하여금 원재료․가스·증기·분진·흄(fume)·미스트(mist)·산소결핍·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면서 제66조의2에서 사업주가 위와 같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서 정한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 형이 더 무거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은 피고인들 모두에게 유족들의 처벌불원 등을 참작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원심도 1심을 유지했다. 1심과 원심은 A사 직원인 김OO, K사 대표이사, A사, K사에 대한 각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는 무죄로 판단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 제1항이 규정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할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피고인 A사와 K사 소속 근로자로서 작업자들과 피고인 회사들 사이의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되는 이상, 이들을 사용하여 사업을 행한 피고인 회사들은 산업안전법 제24조 제1항에서 정한 ‘사업주’에 해당한다고 봤다.

A사는 L디스플레이와의 계약관계에 따라 L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 공급한 장비를 유지·보수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이른바 협력업체이다. K사은 A사와의 계약에 따라 제품을 생산해 이를 A에 납품하고 위 제품의 유지보수를 위해 A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A사의 직원들과 함께 위 파주공장에 들어가 작업을 하는 업체다. 파주공장에는 300개 이상의 협력업체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A사 파주CS지원팀 대리 2명과 K사 직원 1명이 ‘안전작업 허가요청서’에 기재된 이 사건 4번 체임버 내부 로봇 팔 확인작업을 위해 2015년 1월 12일 낮 12시30분경 때마침 열려 있는 메인트 도어를 통해 이 사건 4번 체임버로 들어갔다가 A사 직원 2명은 그 자리에서, K사 직원 1명은 같은 해 1월 26일 오전 9시43분경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에서 각 질소 질식에 의한 산소 결핍으로 사망했다.

피고인 L디스플레이 주식회사와 직원 5명, 피고인 A사와 직원 2명, 피고인 K사 대표이사는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2015고단1445)인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박민우 판사는 2016년 1월 25일 L디스플레이 주식회사 벌금 1000만원, 이 회사 직원들인 피고인 H 금고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120시간 사회봉사), 피고인 J 금고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120시간의 사회봉사), 피고인 H1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120시간의 사회봉사), 피고인 B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 , 피고인 K1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 선고했다. 또 A사 직원 피고인 J1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 피고인 K2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 K사 대표이사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 선고했다.

그러나 A사 직원인 K2, K사 대표이사, A사, K사에 대한 각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는 무죄로 판단했다. A사 및 K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 제1항이 규정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할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기때문에 직원 역시 처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1심은 "피고인 A사와 K사는 소속 피해자들의 유족들에게 상당한 금원을 지급하고 유족들과 합의했으며, 합의 과정에 피고인 L디스플레이도 합의금 중 일부를 부담하는 등으로 관여했다. 이에 피해자들의 유족들은 이 사건 피고인들 모두에 대하여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으며, 피고인들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 피고인들은 모두 위 파주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로서 한 가정의 생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피고인들을 구금할 경우 가족들이 생계를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피고인 L디스플레이와 직원들 4명, A사 직원 1명 및 검사는 쌍방 항소했다.

2심(원심2016노422)인 의정부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이근영 부장판사)는 2016년 8월 25일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해 1심을 유지했다.

검사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안철상)는 2020년 4월 9일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판결 중 피고인 K2(아바코의 파주CS지원팀장), K사 대표이사에 대한 무죄부분 및 피고인 A사, K사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인 의정부지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0.4.9. 선고 2016도14559판결).

대법원은 피고인 회사들이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 제1항에서 정한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들에게 법 제24조 제1항의 조치 의무가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법 제24조 제1항의 사업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가 타인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 그 작업장을 사업주가 직접 관리·통제하고 있지 아니한다는 사정만으로 사업주의 재해발생 방지의무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사업장 내 작업장이 밀폐공간이어서 재해발생의 위험이 있다면 사업주는 당해 근로관계가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 제2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사업주가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법 제24조 제1항에 규정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타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보건조치가 취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위 규정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 제66조의2, 제24조 제1항의 위반죄가 성립한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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