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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구로 분배농지' 국가배상 인정 원심 확정

2019-12-03 16:01:16

대법원 청사.(사진제공=대법원)이미지 확대보기
대법원 청사.(사진제공=대법원)
[로이슈 전용모 기자] 박정희정권 당시 정부가 농민들의 땅을 강제수용한 '구로 분배농지'관련 국가배상 사건에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하고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원심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민유숙)은 2019년 1월 14일 피고(대한민국)로부터 구로 일대 농지를 분배받았던 수분배자들의 후손인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한 사건에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하고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판결을 확정했다(대법원 2019. 1. 14. 선고 2018다23686 판결).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제1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입은 재산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에 해당한다.

민법 제16조 제1항, 제76조 제2항 중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한 헌법재판소(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등 결정)에 의하면,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16조 제1항, 제76조 제2항,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 제1항에 따른 장기소멸시효(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5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나,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효력이 없게 된 규정을 적용한 잘못이 있으나,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결론은 정당하다"고 수긍했다.

[전제사실] 피고는 구 농지개혁법에 따라 구로 일대 농지를 분배했으나, 1953년 5월경 국방부가 분배농지의 소유권을 주장하자 더 이상 상환곡(1947년 6월에 공포된 농지 개혁법에 의하여 농지를 분배받은 농민이 그 농지의 값으로 정부에 상환하던 곡식)을 수령하지 않았고, 이후 분배농지에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 등의 조성을 추진했다.

[민사확정판결] 이에 일부 수분배자들이 서울민사지방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농지를 적법하게 분배받았다고 주장하며 상환곡 납부를 조건으로 분배농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소송은 서울민사지법 65가5470호, 서울고등법원 67나646호, 대법원 68다106호 사건으로 진행됐고, 결국 수분배자들의 승소판결이 확정됐다.

[형사유죄판결] 그런데 피고 산하 수사기관은 불법체포, 감금, 가혹행위 등을 통해 수분배자들의 권리포기를 강요하고, 수분배자와 관련 공무원들을 소송사기, 위증 등으로 기소한 후 재판과정에서 증인들을 협박, 기망해 허위증언을 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수분배자와 공무원들에 대한 형사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민사재심판결] 피고는 이를 기초로 민사재심을 제기했고, 피고가 패소한 위 민사확정판결을 취소하고 수분배자들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기각하는 민사재심판결이 확정됐다(서울고등법원 68사23 판결).

[진실규명결정]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8. 7. 8. 이 사건 구로동 일대 토지 관련 형사사건의 성격을 국가가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민사소송에 개입해 공권력을 부당하게 남용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나아가 '당시 이 사건 구로동 일대 토지 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한 수분배자들에 대해 소송사기의 책임을 묻기 어렵고, 수분배자들을 집단적으로 불법 연행해 가혹행위를 가하고 위법하게 권리포기와 위증을 강요한 것은 형사소송법상 재심사유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진실규명결정을 했다.

[형사재심판결] 구로 일대 토지 관련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던 피고인들 또는 그 유족 등이 재심을 청구했고, 일부 피고인들에 대한 형사재심 무죄판결이 2011. 12. 7. 확정됐다.

[민사재재심판결] 수분배자들 또는 그 유족들은 형사재심판결이 선고되자 민사재심판결에 대해 재심청구를 했고, 민사재심판결 중 이 사건 수분배자들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의 종전 재심청구를 기각하는 판결들이 2013. 4. 1.부터 확정되기 시작했다(민사재재심판결).

[이 사건] 위 민사확정판결을 받았던 수분배자들의 후손들인 원고들은 이 사건에서 피고를 상대로 분배농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주위적 청구)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예비적 청구)을 청구했다.

1심(2013가합521680)인 서울중앙지법 제25민사부(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는 2016년 5월 18일 “피고는 각 원고들에게 청구금액란에 기재된 각 금원에 대해 1999. 1. 1.부터 2016. 5. 18.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 및 각 나머지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원심(2016나2033545)인 서울고법 제15민사부(재판장 이동근 부장판사)는 2018년 4월 20일 주의적 청구(소유권이전등기)는 각하하고 예비적청구(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는 대체로 인용해 "피고는 각 원고들에게 청구금액란 기재 각돈 및 위 돈중 당심 추가인용금액란에 기재된 돈에 관해 1999.1.1.부터 2018.1.5.까지 각 연 5%, 각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인정

구 농지법 부칙 규정에 의하면, 농지법 시행일부터 3년 내에 농지대가 상환 및 등기를 완료하지 않은 농지에 대해 더 이상 분배의 절차인 농지대가 상환을 할 수 없다(대법원 209. 5. 28. 선고 206다79698 판결 등 참조).

피고가 1953. 5.경 이후 저지른 일련의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수분배자 본인 또는 그 상속인들인 원고들은 이 사건 분배농지를 적법하게 분배받았음에도 구 농지법 부칙 제3조에서 정한 기한인 1998. 12. 31.까지 농지대가 상환 및 등기를 완료하지 못함으로써 이 사건 분배농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수분배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음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 전단에 따른 소속 공무원들이 그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행한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 배척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불법행위의 종료일로부터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 제1항에서 정한 5년의 기간 동안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하고, 그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의 결과발생을 알았거나 예상할 수 있는가 여부에 관계없이 가해행위로 인한 손해가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볼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

원고들이 구하는 손해는 구 농지법 부칙 제3조에서 정한 1998. 12. 31.이 지남으로써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고, 이 사건 소가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후인 2013. 5. 2.에야 제기되었음은 명백하다.

그러나 민사재재심판결들 중 가장 먼저 선고된 서울고등법원 2012재나68호 판결이 확정된 2013. 4. 1.까지는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고, 원고들이 그로부터 6개월 내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했으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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