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양극성 정동장애와 극심한 산후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상태에서 생후 4개월 된 자신의 아들이 울면서 보채자 순간적으로 아들을 아파트 3층에서 떨어뜨려 살해한 사건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형량을 유지했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20대 여성 A씨는 양극성 정동장애(기분이 너무 좋거나 우울한 증상)로 입원치료를 받아 상태가 호전됐으나, 작년 9월 출산한 후(생후 4개월 26일) 다시 상태가 악화돼 병원 치료를 받았다.
지난 1월 모 의원에서 산후 우울증 진단을 받았으나 그 이후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고 있었다.
A씨는 지난 2월 친정집에서 양극성 정감장애 등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평소 아들을 키우지 못하고 친정어머니가 대신 키우는 것에 대해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아들이 울며 보채는 경우 압박감, 불안감, 초조함을 느끼던 중, 극심한 우울증으로 자존심과 자신감의 감소, 쓸모없다는 느낌, 자해나 자살 충동, 수면 장해 등에 시달린 나머지 아들이 울며 보채자 순간적으로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뒤 A씨는 창문을 열고 아들을 떨어뜨려 약 6.7m 아래의 콘크리트 바닥으로 추락시켜 외상성 뇌두부손상으로 사망하게 했다. 이로써 A씨는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1심인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최월영 부장판사)는 지난 4월 28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보호해야 할 생후 4개월 정도에 불과한 아들을 살해한 것으로 무엇보다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앗아간 점에서 피고인의 죄책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받게 되는 국가의 형벌 이외에도 자신의 어린 자식을 죽였다는 죄책감을 평생 짊어지고 살아갈 것이므로 어떤 의미에서 형벌보다 더 큰 고통을 추가로 받게 될 것이라는 점, 피고인은 출산 후 재발하게 된 정신적 장애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 피고인의 남편이자 피해자의 아버지와 그 가족들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그러자 검사는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3년, 집행유예 4년)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대구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는 9월 29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남편은 앞을 정성을 다해 피고인을 돌보고 치료받게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고, 시부모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도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해 보면 원심의 형은 그 책임에 상응하는 적절한 형량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그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는 보이지 않는다”며 검사의 주장을 배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