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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30년 별거 남편이 자녀 셋 홀로 키운 아내 이혼청구 기각

“오기나 보복 감정에서 이혼 응하지 않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 인정할 만한 증명 없다”

2015-12-04 16:27:43

[로이슈=신종철 기자] 집을 나간 지 30년 동안 별거하다가 자녀 셋을 홀로 키운 아내를 상대로 ‘황혼 이혼’ 소송을 낸 70대 남편에게 대법원이 “이혼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법원에 따르면 70대 초반 A씨와 60대 후반 B(여)씨는 1973년 결혼해 성인 자녀 셋을 두고 있는 법률상 부부다. 그런데 A씨는 B씨와 혼인하기 전 C(여)씨와 교제하면서 장래를 약속했는데, C씨가 아이를 출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의 반대로 혼인하지 못했다.

A씨와 B씨는 혼인 초부터 A씨의 잦은 음주와 외박, 외도 등으로 혼인생활이 원만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A씨는 1984년 부부싸움 끝에 집을 나가 별거했다. A씨는 1994년 C씨를 다시 만나 현재까지 부부처럼 행세하며 함께 동거하고 있다.

B씨는 남편과 별거 이후 보험설계사로 근무하며 홀로 자녀들을 양육했다. A씨는 생활비 등 일체의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B씨는 남편과 별거하면서 수년간 시부모를 한 집에서 봉양했고, 2007년까지 종가의 맏며느리로서 시증조부 제사, 시조부모 제사 및 명절 제사를 지냈다.

그런데 A씨는 혼인파탄의 책임을 아내에게 돌리면서 이혼 청구소송을 냈다. A씨는 “설령 파탄에 이르게 된 주된 책임이 자신에게 있더라도, 현재 혼인을 유지하는 것은 자신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임에도 아내가 오로지 오기와 보복 감정에서 이혼 청구에 응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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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인 부산가정법원은 2014년 9월 “원고와 피고는 이혼한다”며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는 약 30년 동안의 장기간 별거와 원고와 C씨 사이의 사실혼관계 형성 등으로 이미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해소됐고, 원고와 피고 각자 독립적인 생활관계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피고 역시 그와 같은 상태를 용인하면서 그동안 원고와의 관계 회복에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원고와 피고가 이와 같이 파탄에 이르게 된 데에는, 원고가 혼인기간 중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고 피고와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은 채 피고로 하여금 홀로 미성년 자녀들을 양육하도록 방치한 원고의 책임이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러나 “한편 원고와 피고 사이의 부부공동생활 관계의 해소 상태가 장기화 되면서 원고의 유책성도 세월의 경과에 따라 상당 정도 약화되고 원고가 처한 상황에 비추어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법적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현 상황에 이르러 원고와 피고의 이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파탄에 이르게 된 데 대한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의 법적ㆍ사회적 의의는 현저히 감쇄되고, 쌍방의 책임의 경중에 관해 단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 역시 곤란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혼인계속 의사에 따라 현재와 같은 파탄 상황을 유지하게 되면, 특히 원고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계속 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와 피고의 혼인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며 이혼 판결을 내렸다.

이에 B씨가 불복해 항소했고, 부산가정법원 제1부(재판장 김문희 부장판사)는 2014년 12월 1심 판결을 뒤집고 A씨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는 1984년부터 현재까지 30년 동안 별거해 온 점, 원고는 C씨와 1994년부터 현재까지 부부로 행세하며 20년 이상 사실혼관계로 지낸 점, 원고가 자녀들의 결혼식 등 경조사에 참석하는 외에는 피고 및 자녀들과 왕래하거나 교류하지 않아 부부공동생활의 실질을 상실한 채로 오랜 기간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해온 점을 종합해보면, 혼인관계는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됐다”고 봤다.

혼인파탄의 책임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주된 책임은, 결혼 초기부터 잦은 외박과 외도를 해 가정에 소홀하다가 결국 집을 나가버림으로써 피고와 자녀들을 악의로 유기하고, C씨와 동거하며 부정행위를 지속해 온 원고에게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편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해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파탄을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고, 다만 상대방도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이 인정되는 것인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오로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을 뿐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원고의 이혼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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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A씨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집을 나가 30년 동안 별거해온 남편이 홀로 자녀 셋을 키운 아내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소송 상고심(2015므166)에서 남편의 이혼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은 원고에게 있고, 피고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만한 증명이 없다고 판단해, 원고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의 판단에 민법 제840조의 재판상 이혼원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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