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5월 23일 경찰청장은 고인을 조문하고자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를 찾은 사람들이 그 건너편에 있는 서울광장에서 불법ㆍ폭력 집회나 시위를 개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버스들로 서울광장을 둘러싸 소위 차벽(車壁)을 만드는 방법으로 서울광장에 출입하는 것을 제지했다.
당시 경찰청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경찰버스들로 서울광장을 둘러싸 시민들이 서울광장을 통행하지 못하도록 한 이래 2009년 5월 29일 하루 동안 고인에 대한 국민장 노제가 열릴 수 있도록 경찰버스들을 철수해 서울광장에의 출입을 허용한 외에는 6월 4일 차벽 통행제지행위를 중지할 때까지 시민들이 서울광장에 출입하거나 통행하는 것 일체를 제지했다.
이에 민OO씨 등 서울시민들은 2009년 6월 3일 서울광장을 가로질러 통행하려고 하다가 서울광장을 둘러싼 경찰버스들에 의해 만들어진 차벽에 의해 통행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시민들은 “경찰청장의 차벽 통행제지행위가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09년 7월 21일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6월 30일 “경찰청장이 서울광장을 경찰버스들로 둘러싸 시민들의 서울광장 통행을 제지한 행위는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재판관 7(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경찰 차벽 위헌의견은 재판장인 이강국 헌재소장, 조대현, 김종대, 민형기, 목영준, 송두환, 이정미 재판관 등 7명이 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먼저 “일반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인 서울광장을 개별적으로 통행하거나 서울광장에서 여가활동이나 문화활동을 하는 것은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내용으로 보장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의 (차벽) 통행제지행위는 서울광장에서 개최될 여지가 있는 일체의 집회를 금지하고 일반시민들의 통행조차 금지하는 전면적이고 광범위하며 극단적인 조치이므로, 집회의 조건부 허용이나 개별적 집회의 금지나 해산으로는 방지할 수 없는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비로소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광장 주변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거나 일부 시민들이 서울광장 인근에서 폭력행위를 저지른 바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폭력행위일로부터 4일 후까지 이러한 (차벽) 조치를 그대로 유지해야 할 급박하고 명백한 불법ㆍ폭력 집회나 시위의 위험성이 있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통행제지행위는 당시 상황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전면적이고 광범위한 집회방지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더라도, 서울광장 출입을 완전히 통제하는 경우 일반시민들의 통행이나 여가ㆍ문화 활동 등의 이용까지 제한되므로 서울광장의 몇 군데라도 통로를 개설해 통제 하에 출입하게 하거나 대규모의 불법ㆍ폭력 집회가 행해질 가능성이 적은 시간대라든지 서울광장 인근 건물에의 출근이나 왕래가 많은 오전 시간대에는 일부 통제를 푸는 등 시민들의 통행이나 여가ㆍ문화활동에 과도한 제한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목적을 상당부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을 고려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시민의 통행을 전면적으로 제지한 것은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규모의 불법ㆍ폭력 집회나 시위를 막아 시민들의 생명ㆍ신체와 재산을 보호한다는 공익은 중요하지만, 당시의 상황에 비춰 볼 때 이러한 공익의 존재 여부나 실현 효과는 다소 가상적이고 추상적인 것이라고 볼 여지도 있고, 비교적 덜 제한적인 수단에 의하여도 거의 달성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여 일반 시민들이 입은 실질적이고 현존하는 불이익에 비해 결코 크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충족했다고 할 수 없다”며 “따라서 통행제지행위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반면 합헌의견을 낸 이동흡ㆍ박한철 재판관은 “시민분향소가 위치한 덕수궁뿐만 아니라 중요한 공공기관과 가까운 서울광장에 대규모 군중이 운집할 경우 자칫 불법ㆍ폭력 집회나 시위로 나아갈 수 있고, 그 경우 사회에 미치는 혼란과 위험이 상당히 클 것이므로 이와 같은 위험을 사전에 예방해 시민들의 생명ㆍ신체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통행제지행위를 현저히 불합리한 공권력 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나아가 통행제지행위는 서울광장이라는 한정된 곳에서 일시적으로 일반이용을 제한한 것에 불과하고, 우회로를 통행하거나 다른 공간에서의 여가활동을 막는 것도 아니었으며, 향후 그 제한의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없었으므로 이를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두 재판관은 “다수의견의 주장대로 조건부 또는 개별적으로 집회를 허용할 경우 집회 참가자들의 배타적 사용으로 일반시민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마찬가지로 제한될 것이고, 일부 통로를 개설해 개별적인 통행이나 여가활동을 허용할 경우 불법 집회의 목적을 가진 자들이 출입 목적을 속여 서울광장을 이용할 가능성도 있어 당초의 경찰권 행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며, 특정 시간대에 통행을 허용하는 것은 상시적으로 대규모 불법ㆍ폭력 집회가 발생할 위험이 존재하던 당시 상황에서는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최소침해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나아가 불법ㆍ폭력 집회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신체ㆍ재산을 보호하려는 공익에 비해 일시적으로 서울광장에서 여가활동이나 통행을 하지 못하는 불편함이 크다고 할 수 없어 법익균형성도 갖추었으므로, 통행제지행위는 청구인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라 볼 수 없어 심판청구는 기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