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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김영란법은 더치페이법, ‘반부패방지법’으로 써 달라”

“이 법은 공직자 처벌법이 아니라, 공직자 보호법”…“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빠진 ‘반쪽 법안’”

2015-03-11 16:01:56

[로이슈=신종철 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연일 언론에 떠들썩하게 보도되고 있다. 어떤 법조인은 언론의 ‘호들갑’이라고 표현할 정도인데, 도대체 무슨 법이기에 그럴까.

쉽게 말해 김영란법은 공직사회의 부패 차단을 목적으로 만든 것으로, 공직자가 금품이나 향응(식사) 접대를 받은 액수가 100만원을 넘으면 형사처벌하고, 100만원 이하면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는 것이다.

이 법안의 최초 입안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김영란법’에 대해 더 쉽게 말한다. 한마디로 “더치페이법”이라고 간명하게 설명했다. 각자 계산하라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또 이 법안을 ‘김영란법’이 아니라 ‘반부패방지법’이라고 불러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 법은 공직자 처벌법이 아니라, 공직자 보호법”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법관 출신으로 국민권익위원장 시절인 2012년 8월 소위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성안했던 김영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10일 서강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수정 ‘김영란법’에 관한 입장을 상세해 밝혔다.

▲10일기자회견하는김영란전국민권익위원장이미지 확대보기
▲10일기자회견하는김영란전국민권익위원장


◆ 최초 성안자 김영란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빠진 ‘반쪽 법안’”

김영란 교수는 “당초 원안은 크게 ①부정청탁금지 ②금품 등 수수금지 ③공직자이해충돌방지 등 3가지 분야로 구성돼 있는데, 부정청탁금지와 금품수수금지 분야는 통과되고, 공직자이해출동발지 분야는 통과되지 못했다”며 “이 부분은 반부패정책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므로 함께 시행돼야 할 것인데도 분리돼 일부만 국회를 통과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원안에서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넣은 것은, 예컨대 장관이 자기자녀를 특채 고용하거나, 공공기관장이 자신의 친척이 운영하는 회사에 특혜공사발주를 하는 등의 사익(私益) 추구를 금지시키고, 공무원이 자신의 부모가 신청한 민원서류를 직접 처리하지 않고 다른 직원으로 하여금 대신처리하게 하는 것 등 이해충돌이 있을 경우 사전에 방지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현재 통과된 법은 3가지 분야 중 가장 비중이 큰 한 가지가 빠진 ‘반쪽 법안’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적극 검토 중이라고 하니 최우선적으로 추진해 이미 통과한 법안과 함께 시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도 “완벽하게 통과됐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고, 나로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김영란법의 원안이 수정된 것에 대해 아쉬워했다. 물론 “지금 상태라도 제대로 출발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는 더 이상의 수정(법 개정) 논의에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낸 것이다.

◆ 법안 핵심은 100만원 초과 금품 받으면 직무관련성 없어도 처벌

이번에 통과된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할 경우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처벌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100만원 이하는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받은 금품의 2~5배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한 위헌성에 대해 김영란 교수는 “통과된 법은 공직자의 경우 100만원 초과 금품 수수시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처벌하게 돼 있는데 이 조항은 예외조항과 연계해 해석해야 오해의 소지가 없어진다”며 “예외조항은 ‘강의사례금’, ‘격려금’, ‘사교ㆍ의례 또는 부조 목적의 금품’이나 ‘사적 거래로 인한 채무이행 금품 ’'을 규정하고 특히 맨 마지막 8번째에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을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따라서 이 조항의 의미를 단순히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측면 뿐 아니라 사회상규상 허용되느냐의 여부를 살펴서 해석해야 한다”며 “즉 사회상규상 공직자가 ‘공짜 돈 봉투’를 받아야만 할 합당한 이유가 있느냐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 조건 없이 호의로 돈 봉투를 돌렸다 하더라도 공직자가 도대체 왜 그 돈 봉투를 받아야 합니까? 평소 자기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거나 보험에 드는 것처럼 미래를 예비하는 등 속셈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짜가 있다면 순수한 불우이웃을 위한 자선ㆍ기부의 경우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란 교수는 그러면서 “더 쉽게는 이 법은 ‘더치페이법'’라고 할 수 있다”며 “각자 자기 것을 자기가 계산하는 습관을 들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처럼 허용규정이 합리적으로 규정돼 있으므로 위헌요소는 없다고 본다”며 “우리 사회의 사회상규는 공직자의 부패소지가 없는 정상적인 사생활을 전적으로 보장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형법상 뇌물죄와 김영란법이 겹치는 것에 대해 김영란 교수는 “검사가 기소를 할 때 뇌물죄가 명백하면 뇌물죄로 기소를 할 것 같다”며 “법원에서는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입증이 부족할 때는 무죄를 할 것 같고 그러면 과태료는 가능할 것이다. 입증이 부족할 때 김영란법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금품 등 수수와 관련, 예외조항으로 ‘사교나 의례’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애매한 면이 있어서 이로 인해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 ‘검찰공화국’, ‘경찰공화국’ 우려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김영란 교수는 “통과된 법은 예외조항으로 ‘사교나 의례’ 등 8가지 유형을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특히 8번째 조항은 ‘그밖에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이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공직자들은 일반적으로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는 금품수수 시에는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사회상규’라는 법률용어는 형법 등 많은 법률에서 이미 사용하는 개념이고 그동안 수많은 사례에서 많은 판례가 형성돼 있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용어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관한 사회적 약속을 만들어 나가는 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며 “세부실무지침과 선례를 만들어 나가면서 ‘공짜 돈 봉투는 없다’는 원칙을 세워나가면 법집행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특히 “그럼에도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남용했다가는 오히려 조직에 대한 신뢰가 흔들려서 사회적 평가가 크게 훼손돼 자멸하는 길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일기자회견하는김영란전국민권익위원장이미지 확대보기
▲10일기자회견하는김영란전국민권익위원장


◆ 변협 헌법소원 vs 김영란 “반부패방지법(김영란법) 대상에 언론사 포함 위헌 아니다”

아울러 반부패방지법(김영란법) 대상에 언론사 임직원뿐만 아니라 시민단체ㆍ의사ㆍ변호사ㆍ노동단체 등으로 넓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봤다.

김영란 교수는 “당초에는 공직사회의 반부패문제에 국한했으나 향후 민간분야로서의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차츰 민간분야로 확대하는데 있어 범위와 속도, 방법의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 해결해야 할 일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집단지성을 발휘해 공직분야 뿐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 반부패 행보를 가속화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법안이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김영란 교수는 “원안의 법안 이름이 너무 길다보니까 이렇게 편리하게 쓰는 것 같은데, 반부패방지법으로 썼으면 한다. 그래야 이 법안의 내용이 드러난다”며 “앞으로는 반부패방지법으로 써달라”고 당부했다.

언론을 포함시킨 것에 대해 김영란 교수는 “언론의 자유가 굉장히 중요한 가치이고 민주사회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원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걱정이 된다. 언론에 대한 특별한 규정을 두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찰이나 검찰이 드라마에서 보듯이 아무런 단서도 없는데 어떤 기자나 평소에 얄밉고 나에 대해서 안 좋은 것만 쓴다고 불러와서 무조건 ‘너 그동안 어디 가서 뭐 먹었는지, 다 불어’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단서가 있을 때 수사에 착수하지 그렇게까지 우리 검경이 수도 많지 않고 한가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김영란 교수 “특히 공공성이 강한 분야에 확대를 시도한 것이기 때문에 평등권을 침해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우리 국민의 69.8%가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까지 법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서 바람직하다고 평했다는 언론조사 결과를 봤다. 그런 것을 보면 이것이 과잉입법이라든지 비례원칙을 위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대한변호사협회를 반박했다.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교수는 그러면서 “대한변협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위헌이라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하는데, 저는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법리적 견해를 밝혔다.

김 교수는 다만 “그런데 언론부분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헌법상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예컨대 수사착수를 할 때 일정한 소명이 있어야만 수사착수를 할 수 있게 한다든지 또 수사 착수 시에 언론사의 사전 통보를 한다든지, 이런 장치가 필요하다”며 “왜냐하면 언론의 자유는 특별히 보호돼야 하는 아주 중요한 민주적 가치와 꼭 필수적인 가치를 유지하는데, 민주적 가치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자유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공직자 처벌법이 아니라 공직자 보호법”

김영란 교수는 이 법은 “공직자 처벌법이 아니라 공직자 보호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법은 위반한 공직자를 처벌하는데 목적을 둔 법이 아니다”며 “이 법은 ‘앞으로 공직자에게 청탁전화를 하거나 돈 봉투를 가져다주면 그 사람도 처벌받으니 이제는 그런 생각을 버리세요’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리고 공직자에게는 거절과 사양의 명분이 돼 주는 법이니 이 법은 처벌법이 아니라 보호법이라 할 수 있는 법”이라며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언론의 경우도 처벌법이 아니라 보호법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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