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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보상금 받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국가배상 청구 안 돼

민주화운동 인정받고 보상금 받은 동일방직 해고자들 국가배상 청구 패소

2014-08-05 22:34:29

[로이슈=신종철 기자] 대법원이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국가로부터 보상금을 받은 민주화운동 관련자는 국가를 상대로 따로 국가배상을 청구를 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법원에 따르면 강OO씨 등 17명은 동일방직에서 근무하면서 노동조합 간부 및 조합원으로 활동하다가 1978년 4월 해고당했다.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는 동일방직 노조의 와해 및 활동 방해를 위해 동일방직에 적극 개입해 강씨 등을 비롯한 조합원들을 해고하도록 했다.

동일방직 노조 대의원선거일인 1978년 2월 23일 동일방직 노조 집행부의 반대파 조합원들은 중앙정보부의 지시 아래 투표하러 나온 집행부 조합원들에게 똥물을 투척해 선거를 무산시켰다.

이에 노조 집행부 조합원들은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벌였다.

동일방직은 애초에 ‘복직 보장과 구속자 석방’이라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농성을 벌인 조합원들에 대해 회사 복귀를 결정하고, 복귀 시한까지 정했다.
그런데 중앙정보부 경기도지부의 지시에 따라 동일방직은 1978년 4월 노조 조합원 124명을 해고했고, 노조는 반대파 조합원들이 장악하게 됨으로써 기존 집행부는 와해됐다.

강씨 등은 당시 해고된 조합원들 중 일부다.

이같이 해고된 동일방직 노조 조합원들 124명의 명단이 공문에 첨부돼 전국섬유노동조합 부산지부 지부장 이름으로 전국 사업장에 배포됐다.

그 후 정부는 노동조합 정화 정책의 일환으로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로 확대ㆍ개편), 노동부, 치안본부(경찰) 등 국가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동일방직 해고자 명단을 포함한 조합 해고 노동자들의 명단을 취합하고, 소위 블랙리스트를 작성ㆍ배포ㆍ관리했다.

이로써 강씨 등을 포함한 해고 근로자들의 재취업을 사실상 봉쇄하는 노동운동의 통제수단으로 널리 활용했다. 특히 1987년 8월 발견된 ‘경동산업 블랙리스트’에도 강씨 등 해고 노동자들의 이름이 모두 기재돼 있었다.

강씨 등 16명은 2001년 7월부터 2004년 6월까지 사이에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로부터 각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다.
이들은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문을 두드렸고,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10년 6월 ‘국가는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신청인과 관련 노동조합 및 조합원들의 노동기본권, 조합원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에 대해 신청인 등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명예를 회복시키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라고 권고했다.

이에 강씨 등은 국가를 상대로 “국가가 위법하게 공권력을 행사해 직장에서 해고되고, 그 후 상당기간 취업이 제한되는 등으로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궁핍을 겼었다”며 각 5000만원씩의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34민사부(재판장 박대준 부장판사)는 2011년 10월 “국가는 원고들에게 각 2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 노동부, 치안본부(경찰) 등을 통해 동일방직에 적극 개입해 동일방직 노조의 와해를 목적으로 복직이 결정돼 있었던 원고들을 모두 해고되도록 하고, 1980년 이후로 상당 기간 동안 원고들이 포함된 해고 노동자들의 명단인 소위 블랙리스트를 작성ㆍ배포ㆍ관리하는 방법으로 그들의 재취업을 어렵게 했다”며 “이러한 피고의 행위는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이로 인해 원고들이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에 비춰 명백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28민사부(재판장 김흥준 부장판사)는 2012년 7월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원고 3명에 대한 위자료를 2000만원,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위자료는 각 1000만원으로 조정해 책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지난 7월 24일 강OO(여)씨 등 이른바 ‘동일방직 사건’ 해고노동자 1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2다74151)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모두 깨고 11명에 대해서는 소를 각하하는 파기자판을 내리고, 6명에 대해서는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신청인들은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금 등을 받은 때에는 그 사건에 대해 화해계약을 하는 것이며, 그 사건에 관해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다시 청구하지 아니할 것임을 서약한다’고 동의를 했다”며 “신청인이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경우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생활지원금 수령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에 대해 민사소송법 규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했으므로, 원고들이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블랙리스트 작성ㆍ관리에 의한 취업방해로 입은 피해에 대해 다시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는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모두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와 달리 원고 3명을 제외한 생활지원금을 수령한 원고들의 위 취업방해로 인한 위자료 청구 부분에 관해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민주화운동보상법의 효력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대한민국)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 제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지난 4월 동일방직 해고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 청구 소송에서 “보상금을 받은 해고 노조원들의 국가배상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생활지원금을 수령한 원고들이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에 대해 민사소송법 규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했으므로, 원고들이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들에 대해 다시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는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모두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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