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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홈페이지 ‘제주해군기지 항의글’ 삭제…위자료 청구

박OO씨 등 3명 700만원씩 손해배상 청구소송…“해군이 자유게시판 게시물을 일방적으로 삭제하는 불법행위로, 의사표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

2013-08-08 17:54:35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제주 강정마을에 건설 중인 해군기지 공사에 항의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일방적으로 삭제당한 박OO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와 진보네트워크센터는 7일 “박OO씨 등 3명은 ‘해군이 게시물을 일방적으로 삭제하는 불법행위로, 의사표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며 1인당 700만원씩 모두 21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변호사(법무법인 이공)가 법률대리인으로 참여했다.

박OO씨 등 3명이 7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2011년 6월 9일 해군이 제주도 강정포구 등대 연산호 군락지 인근에 바지선을 이용해 해상 준설공사를 강행하자, 박OO씨 등은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공사를 중지해 달라는 항의 글을 올렸다.

박씨의 경우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를 당장 중단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공사가 적법한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공사임을 전부 알고 있습니다 ~ (중략) ~ 우리 국민은 이런 곳에 세금 1조원을 쓰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아무도 원치 않는 공사를 당장 중지시켜 주십시오”라고 촉구했다.

이 사진 캡처는 천주교인권위원회가 제공

그러나 해군은 박씨 등의 글을 모두 삭제하고, 이날 <제주해군기지 건설 관련 해군 공식 입장입니다>라는 공지를 자유게시판에 올렸다. 해군은 공지를 통해 “자유게시판에 올라오는 백 여 건의 일방적인 주장과 비난 글은 국가적 차원이나 제주 강정마을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제주기지 건설에 관한 막연하고 일방적인 주장 글은 삭제 조치하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천주교인권위와 진보네트워크센터는 “해군이 당시 삭제 조치에 항의하는 게시물도 일방적으로 삭제하는 등 해군이 이날 삭제한 게시물은 모두 117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해군은 게시물 삭제 조치의 법적 근거를 묻는 질의에 대해 “원고들의 게시물이 ‘해군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규정’ 제9조 제2호에 따라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이 있는 경우’, ‘특정기관, 단체, 부서를 근거 없이 비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박OO씨 등은 소장에서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제주 강정마을에서 일어나는 폭력사태를 걱정하고, 해군기지 공사에 반대하는 견해를 알리고자 글을 작성한 것이고, 글의 내용에는 어떠한 정치적 목적이나 해군을 근거 없이 비난하려는 목적을 찾아 볼 수 없음에도, 해군은 게시물을 일방적으로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을 대리하는 천주교인권위와 진보넷의 판단도 같다.

이들은 “헌법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으며, 그 내용에는 의사표현의 자유가 포함돼 있어, 원고들은 해군 홈페이지 게시판에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반대의사를 작성한 것은 의사표현의 자유로 보호돼야 한다”며 “특히 해군 홈페이지 게시판은 국민이 해군의 정책에 대해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소통의 장이라는 점에서 의사표현의 자유가 더욱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해군참모총장은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해군 홈페이지는 국민 여러분들과 소통하기 위한 열린 공간입니다.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과 함께 하는 해군 해병대가 되겠습니다”라며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당부하고 있다.

▲ 해군 홈페이지에 나오는 해군참모총장의 인사말

이들은 “그러나 해군은 이런 의사표현의 자유의 명시적 보장에도 불구하고, 해군은 일시적인 접속 차단과 같은 임시조치도 하지 않은 채 원고들의 게시물을 일방적으로 삭제하고 또한 삭제를 부당하다고 항변하는 글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삭제함으로써 의사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원고들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통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바라는 사람들이지 대한민국이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바라는 사람들이 아니다”며 “제주해군기지 공사에 반대하는 글이라는 이유만으로 게시글을 삭제함으로써 인터넷을 통한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함으로써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해군은 고의적으로 원고들의 게시글을 삭제함으로서 의사표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등의 위법한 행위로 인해 원고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발생시켰다”며 “해군은 규정에 어긋나지도 않는 게시글을 해군의 정책과 반대된다는 이유만으로 예고 없이 삭제했고, 원고들의 표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불법이 있으므로, 국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은 “해군의 위법한 삭제 조치는 원고들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켜 스스로 표현 행위를 자제하게 만드는 효과가 크고, 자기 검열을 하게 할 가능성이 있어 표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정도가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OO씨 등 3명은 특히 소장을 통해 “해군의 정책에 찬성하는 글들만 작성할 수 있고 반대되는 의견은 표현조차 할 수 없게 된다면 대다수의 국민들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올바른 여론형성을 위한 기초적인 제도가 작용될 수 있도록 해군의 위법한 행위에 대해 분명한 법적 책임을 묻는 선례가 필요하다”고 소송을 제기한 배경을 설명했다.

천주교인권위와 진보네트워크센터는 “해군뿐만 아니라 많은 공공기관도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이 있는 경우’ 홈페이지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소송은 자유게시판 이용자의 게시물을 자의적으로 삭제해 온 다른 공공기관에도 경종을 울리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이번 소송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된다. 천주교인권위는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은 평생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의로운 인권변호사로서, 약자들의 벗으로서 한결같은 삶을 살다 2004년 선종하신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유족이 고인의 뜻을 기리고자 출연한 기부금을 바탕으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 고(故 )유현석 변호사는 누구?

▲ 고인 유현석 변호사(사진제공=천주교인권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에 따르면 유현석 변호사는 1927년 9월 충남 서산군 운산면 거성리에서 출생했다. 1945년 경성대학 문과을류(법학과)에 들어갔으나 1946년에 하향, 서산법원 서기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1952년에 제1회 판사 및 검사특별임용시험에 합격했다.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시작해 법무장교, 육군고등군법회의 검찰관, 서울고등법원판사,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을 지낸 후 1966년 한국 최초의 로펌인 ‘제일합동법률사무소’를 열어 변호사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1970년대 남민전사건, 1980년대 광주항쟁, 1990년대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등 굵직굵직한 변론으로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천에 분투했다.

1987년부터 1991년 2월까지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직을 역임했으며, 1991년 서울지방변호사회 법률실무연구회 운영위원장에 선임됐고, 1999년 대한변호사협회 총회의장으로 취임했다.

또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원로회원으로, 후배 변호사들에게 큰 힘을 실어줬다.

1950년 서산성당에서 유봉운 신부님에게 세례(세례명 사도요한)를 받은 이후, 교회 안에서도 많은 일을 했다. 1982년부터 1986년까지는 한국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회장, 1988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상임대표직을 맡아 활동했다. 그리고 천주교인권위원회를 창립해 후배를 키운 선각자이자 1992년 이후에도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천주교인권위원회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또한 1992년 한겨레신문 자문위원장을 비롯해, 1997년 경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1999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고문, 2002년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등 여러 사회단체의 좌장으로 신실한 신앙인이자 용기 있는 법조인으로 한평생을 살았다.

1993년에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으며, 특히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사건의 대통령 대리인단 대표로 법정에 선 것이 마지막 재판이 됐다.

유현석 변호사는 2004년 5월 25일 선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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