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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황된 대권 꿈꾼 ‘본좌’ 허경영 실형으로 막 내려

대법원, 징역 1년6월 확정…“반성하지 않고 결백 주장”에 엄벌

2008-12-24 15:16:09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 황당한 공약과 기행으로 정치권에 싫증을 내던 네티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줘 ‘본좌’라는 별명을 얻었던 경제공화당 총재 허경영(61)씨에 대해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24일 지난 대선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해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기소된 허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허씨는 대선 당시 자신의 아이큐를 430이라고 소개하고, 축지법과 공중부양능력이 있다고 ‘기인’ 행세를 하면서 인터넷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결혼하면 1억원 무상지원, UN본부 한국 이전 등 황당한 공약으로 웃음코드를 만들어내자 ‘허본좌’라는 애칭을 얻었었다.

그러나 허씨는 선거과정에서 미국 부시 대통령과 찍었다는 사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의 결혼설, 대기업 회장들과의 친족관계 등을 공공연히 언급하다 결국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 부시 대통령과의 사진은 합성

먼저 1심인 서울남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한창훈 부장판사)는 지난 5월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 기소된 허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허씨는 2001년 1월1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미국 제43대 조지 부시 대통령의 당선 축하 파티에 초청돼 실제로 부시 대통령을 만났고, 당시 부시 대통령과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합성된 사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허씨가 부시 대통령을 만났다는 근거로 제출된 사진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사실조회결과 모두 합성된 것으로 드러났고, 허씨가 부시 대통령을 만난 것처럼 보도한 미국 한인방송 역시 사실확인 없이 합성된 사진에만 의존해 보도한 것으로 판단했다.

무엇보다 당선 축하 파티에 정작 부시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져 허씨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허씨가 마치 부시 대통령을 만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사진을 합성한 것이라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 대기업 회장들과 친족도 거짓

또 허씨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을 만나 양자가 됐고,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의 부친인 허정구씨 및 GS홀딩스 허창수 회장의 부친인 허준구씨가 작은 할아버지가 맞으며, 자신의 어머니가 효성그룹 조홍제 회장의 집안인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삼성그룹, GS그룹, 효성그룹 측이 검찰의 사실확인 요청에 대해 허씨의 집안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회신해 온 사실과 허씨가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 반증을 제시하고 있지 못한 점 등에 비춰, 대기업 회장들과 친족관계에 있다는 주장은 모두 허위라고 지적했다.

박정희 대통령 비밀 정책보좌역?

뿐만 아니라 허씨는 1969년부터 약 10년 동안 박정희 대통령의 비밀 정책보좌역을 역임했다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허무맹랑한 거짓으로 판명됐다.

재판부는 허씨의 학적부에는 1970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돼 있는데 그 전부터 대통령 정책보좌역으로 국정에 참여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허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에 허씨 자신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새마을운동, 방송통신대학 설립과 같은 중요한 국가적 정책 수립을 제안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당시 작성한 정책보고서 등 이를 입증할 객관적 반증을 전혀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 판단했다.

특히 국가기록원에 의하면 박정희 대통령 취임시기인 1969년부터 1978년 사이의 의전일지 중 허씨와 관련된 기술이 전혀 없었다며, 결국 허씨가 박정희 대통령의 정책보좌역을 역임한 적이 없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재판부는 강조했다.

◈ 박근혜 전 대표와 혼담 거짓

게다가 허씨는 박정희 대통령의 정책보좌역으로 근무하던 시절 큰딸인 박근혜 씨와의 사이에 수차례 혼담이 있었다고 주장해 세간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재판부는 허씨가 박 대통령의 정책보좌역을 역임했다는 주장이 허위로 인정되는 이상, 허씨가 박 대통령으로부터 사윗감으로 인정받아 박근혜 씨와의 결혼이 추진됐다는 혼담 역시 신빙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박근혜 측에서 허씨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면서 혼담설을 극구 부인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혼담이 오간 사실이 전혀 없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허씨는 지난해 10월17일 경제공화당 당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주에서 개최된 전북 창당대회에서 “이번에 박근혜가 나하고 약혼하려고 그래요”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법정에서 허씨는 “그렇게 말한 것은 실제로 박근혜와 개인적으로 약혼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경제공화당과 박근혜가 속한 한나라당을 ‘합당’하겠다는 계획을 ‘약혼’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약혼은 일반적으로 결혼하기로 약속하는 것을 의미할 뿐 ‘합당’에 대한 비유적 표현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없고, 청중들의 입장에서도 당연히 허씨가 박근혜와 약혼한다는 의미로 이해했을 것이라며 허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 “대통령 선거 희화화시켜”

허씨의 형량과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허위사실을 퍼뜨리기 위해 신문과 방송 그리고 선거공보 등 각종 매체를 동원했으며, 그 과정에서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방편으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의 결혼설을 흘리는 등 명예를 훼손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또 “허씨의 변호인은 유권자 중 허위사실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나, 경제공화당 당원들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상당수의 인원이 허위사실을 믿고 당원으로 가입했고, 허씨가 대통령선거에서 약 10만표 정도 득표했음을 볼 때, 허씨의 범행이 없었더라면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는 많은 유권자들이 선거권을 침해당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나아가 허씨의 범행은 국가와 민족의 장래에 관해 진지하게 심사숙고해 보고 이에 가장 적합한 지도자를 선택함으로써 국가와 민족의 번영과 발전의 계기가 돼야 할 대통령 선거를 희화화시키고 유권자들에게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품게 해 선거정치문화발전을 저해한 측면도 크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씨는 유창한 언변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다른 사람들의 판단력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듯이 아직까지도 자신과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 이병철 회장, 박정희 대통령, 박근혜 씨와의 관계 등이 모두 진실이라고 주장하면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재판부는 “또한 자신에 대한 수사자료는 모두 조작된 것이라고 강변하는 등 자신의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고, 수사 개시 이후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막기 위해 관련자들에 대한 회유를 시도했으며, 법정에서도 증인신문절차의 진행을 방해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 항소심 “언론 이용 인지도 높여”

그럼에도 허씨는 자신의 주장이 허위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또한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박홍우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허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대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신문을 경영하는 강OO씨 등에게 금품 제공을 약속해 다중에 대한 전파력과 파급력이 커다란 언론을 이용해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한 점에 비춰 죄질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반성하지 않으며, 자신의 결백만을 주장하며 신빙성이 부족한 자료들을 계속 제시하고 있어 그에 상응하는 엄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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