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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떡값 검사 공개한 노회찬 의원 배상하라

서울중앙지법, 김진환에 3,000만원…안강민에 2,000만원

2006-11-16 17:15:01

지난해 옛 안기부 X파일에 나오는 ‘떡값 검사’의 실명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했던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면책특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실명이 거론됐던 검사장 출신 2명의 변호사가 명예훼손 책임을 물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제25민사부(재판장 한창호 부장판사)는 15일 검사장 출신인 김진환 변호사가 노회찬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05가합76888)에서 “노 의원은 김 변호사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또한 대검 중수부장 출신인 안강민 변호사가 같은 취지로 낸 소송에서도 “노 의원은 안 변호사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손해배상액이 차이가 나는 것은 노 의원이 홈페이지 게재한 3번의 글에서 ‘떡값 검사’로 김 변호사는 3차례 거론됐고, 안 변호사는 단 한번 거론됐기 때문이다.

노 의원은 지난해 8월 18일 자신의 홈페이지 <보도자료>란에 “삼성그룹은 명절 때마다 떡값 리스트를 작성해 체계적으로 떡값을 제공해 왔다”며, “당시 전·현직 법무부 장·차관을 비롯해 검사장 등 7명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올렸으며, 게시물에는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했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별다른 사실 확인 없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떡값 검사라는 허위의 사실을 게재함으로써 원고의 명예를 훼손당한 만큼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반면 피고는 “게시물 내용은 공익성 및 진실성이 인정되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또는 국회의원으로서 업무상 정당행위에 해당돼 위법성이 조각되고, 그렇지 않더라도 면책특권의 범위 내에 해당해 그로 인한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명예훼손 여부 =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노 의원의 1차 게시물은 원고의 실명과 함께 직책을 거론하면서 원고를 ‘떡값 검사’ 명단에 포함시켰고, 떡값검사라는 표현은 ‘뇌물을 받은 검사’의 비유적인 말임은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으므로 게시물의 전체적인 취지와 문맥을 보면 원고가 검사로 재직하던 중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2,3차 게시물의 취지와 문맥을 종합하면 소위 세풍수사가 진행될 당시 삼성그룹 관련자들이 형사처벌 받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삼성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수사를 적당히 무마시켰다는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게시물의 내용은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내용을 담고 있어 게시물로 인해 원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피고는 X파일과 관련한 검찰수사가 미진해 이를 촉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행해진 것에 불과하고, 원고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나 설령 그렇더라도 구체적 사실이 적시된 이상 원고의 명예가 훼손됨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 위법성 조각 여부 = 재판부는 먼저 “게시물 내용은 피고가 입수한 X파일에서 언급된 원고가 검사로서 공정한 수사를 진행해야 하고, 그 전제로 청렴성이 확보돼야 함에도, 이런 의무에 위반해 삼성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세풍수사를 적당히 무마하는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관한 것으로 일반 국민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도청테이프상의 대화 내용만으로는 삼성그룹에서 원고에게 뇌물을 전달하려는 시도를 실제로 했는지, 시도를 했더라도 원고가 뇌물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원고가 뇌물을 받아 세풍수사 무마에 관여한 일이 있는지에 대해 입증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게시물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볼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국회의원인 피고가 어떠한 확인절차도 없이 게시물을 게재한 것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근거가 충분하지 못한 경솔한 의혹제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피고가 지적하는 X파일상의 대화 내용만으로는 원고가 뇌물을 받아 세풍수사를 방해 내지 무마했음을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없어 게시물은 원고에 대해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라고 덧붙였다.

◈ 면책특권 여부 = 재판부는 “국회의원의 발언 등이 의정활동의 일환이라고 하더라도 면책특권이 본질상 의회 내 토론과정에서 자유로운 의견발표와 교환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상 국회의원에게 인정된 특권이라는 점에서 볼 때 원칙적으로 국회 외에서 행해진 발언 등의 경우 면책특권으로서 보호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앞으로 행할 발언의 내용을 서면화해 국회 외의 장소에서 언론에 배포하는 등의 행위는 직무수행에 반드시 필요한 행위였다거나 그 발언 내용이 기자들에게 배포된 자료와 동일해 발언 직후 국회 출입기자들에 의해 그 발언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당연히 예상됐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면책특권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는 ‘직무부수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기자들에게만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과 달리 인터넷상에 게시물을 올린 경우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 전파가능성이 매우 크고, 특히 피고는 유명 국회의원으로서 세인의 관심을 받아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시물을 올릴 경우 일반 대중들에게 쉽게 전파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고 말했다.

특히 재판부는 “국회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게재한 경우까지 면책특권의 범위 내에 해당한다고 볼 경우 정치적 분쟁이나 사회적으로 큰 관심 사안의 대상이 되는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이 면책특권을 빙자해 빈번히 일어나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런 경우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를 배상 받을 길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면책특권의 범위 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 손해배상 범위 = 재판부는 “그렇다면 이 사건 게시물은 위법하게 원고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명예훼손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금전적으로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회의원의 게시 글은 일반인들이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여 검사라는 사회적 지위에 있었던 원고 개인이 입은 명예훼손의 정도는 매우 크고, 게시물로 인해 원고가 입을 충격에 대해 피고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경솔하게 게재한 점, 인터넷상에 게재된 게시물의 파급력과 영향력, 게시물의 게재횟수 등을 종합하면 손해액은 3,000만원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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