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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헌법재판소

자신의 한방 능력 과신한 한의사 손배책임

부산고법, 망인의 부모에게 1억 3000만원 지급하라

2006-06-07 14:33:11

루프스와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 스테로이드제의 투여를 중단하면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한방적 능력을 과신해 이를 일시에 중단시켜 환자의 상태가 극도로 악화돼 사망한 경우 한의사에게 과실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제2민사부(재판장 조용구 부장판사)는 최근 한의사가 한방만으로 치료를 시도하다 증상이 악화돼 숨진 박모양의 부모들이 한의사 A씨와 OO대학병원 학교재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05나5638)에서 “피고들은 연대해 1억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망인 박양(사고 당시 17세)은 지난 96년 부산백병원에서 루푸스 및 다발성경화증 진단을 받은 후 서울대병원 등을 오가며 스테로이드제와 사이톡산이라는 면역억제제를 투여하며 치료를 받아왔다.

박양이 피고 OO대학병원 학교법인의 교수인 피고 A씨를 처음 만나 진찰을 받은 것은 2000년 1월. A씨는 박양의 비장과 위장 가능을 강화하기 위해 스테로이드제 투약을 병행하면서 인삼과 감초 등이 주성분인 보원탕을 복용케 했다.

A씨는 한 달이 지나도록 한약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스테로이드제가 한약의 흡수를 방해하는 것으로 판단해 원고에게 스테로이드제를 끊어 볼 것을 제의했다.

그러나 원고는 박양이 다른 대학병원에서 스테로이드제의 투여를 일시 중단하지 10일이 지나자 호흡곤란과 시력 소실, 혼수상태 등 상황이 나빠졌던 경험이 있어 난색을 표시했다.

그럼에도 A씨는 복용 중단에 따른 부작용에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고, 또 끊었다가 상태가 나빠지면 즉시 다시 복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설득해 2000년 2월 스테로이드제 복용을 중단시켰다.

결국 박양은 스테로이드제 투여를 중단한 지 두 달이 지나자 혼수상태와 시력 소실, 대광반사 등의 상태가 악화됐고 이에 다시 스테로이드제의 투여를 받았으나 증세의 호전 없이 2003년 8월 사망한 사건.

루프스(전신성 홍반성 낭창)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유전·환경·호르몬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다발성경화증은 중추신경계(뇌와 척수)를 다발성으로 침범하는 염증성 질환으로 그 원인은 아직 판명돼 있지 않다.

이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스테로이드제 투여 중단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음에도 피고 A씨가 스테로이드제의 투여를 서서히 감량하거나 또는 중단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위험한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사전 대비책도 없이 스테로이드제의 복용을 일시에 중단시킨 것은 과실”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의사에게는 치료방법 선택의 재량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망인이 스테로이드제의 투여를 중단해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났던 경험이 있었는데도 A씨는 자신을 과신해 이를 무시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한 남용이며, 또한 처음 원고와의 약속과는 달리 즉시 스테로이드제를 재 복용시키지 않은 것도 과실에 해당하는 만큼 피고들은 연대해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망인이 A씨로부터 치료를 받기 전에도 이미 발병돼 한쪽 눈의 소실, 신경이상으로 스스로 기립하거나 보행이 불가능했고, 대소변이 자기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저류현상이 있었던 점 등을 참작해 피고들의 책임 비율을 5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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